SK 와이번스를 둘러싼 SK와 신세계의 이해관계
25일 터진 아주 충격적이었던 신세계의 SK 와이번스 인수 사건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가장 든 큰 감정은 '왜??'였고요. 재정난도 아니었고 와이번스가 성적을 꾸준히 못 낸 구단도 아니었으니까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허나 양쪽 스탠스를 뜯어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SK의 경우, 통신사와 주유소가 메인이던 과거 사업과 달리 현재는 반도체와 바이오 쪽에 힘이 실리면서 B2B 쪽으로 가게 되었고, 이에 따라 굳이 야구단을 운영하며 얻는 소비자 친화적 이미지는 이득이 아니게 되었죠. 비인기 종목 후원 같이 사회적 목적도 아니고, 홍보적 목적도 아니고. 그냥 SK는 굴려도 그만 안 굴려도 그만인, 굳이 따지자면 구단 운영의 원동력을 잃은 상태였다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때마침 B2C의 대표주자인 신세계 이마트가 야구단 인수를 필요로 했습니다. YJ가 야빠인 것도 한 몫했지만, 결국은 B2C 기업인 이마트의 입지 확보와 최근 증설해가는 스타필드에서 보여주는 유통과 결합한 콘텐츠 중 하나로 선택받은 게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룹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로열티를 끌어올리는 건 당연한 얘기고, 스포츠라는 콘텐츠를 통해 자사를 홍보하고, YJ가 만들려는 하나의 유통업계의 테마파크와 결합했을 때의 시너지는 굉장히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다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습니다. 이미 홍보 수단은 차고 넘치는 이 시대에 야구단이라는 홍보수단의 가성비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스포츠 구단은 엄밀히 말하자면 주주들이 반대할법한 적자 덩어리가 맞습니다. 매년 천문학적 돈은 깨지고, 돈을 써도 안 써도 욕먹는 신기한 구조이죠. 당장 주식 시장만 봐도 외인이 잔뜩 팔며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세계 이마트의 스포츠 진입은 필연적이고, 필수적이었다고 사료됩니다. 이커머스 자체는 밀리고 있는 게 맞지만 오프라인 마켓을 포기할 수는 없고, 그렇기에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나온 결론은 트레이더스와 스타필드였고, 이 두 가지에 사활을 걸어야 했을 것입니다. 트레이더스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스타필드도 성과를 보이려고 하는데, 이 스타필드가 복합 문화 공간인만큼 스포츠라는 콘텐츠를 놓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마트 자체가 행복드림구장에 바베큐 프렌들리 존 놓은 당사자이기도 하고, 간 콘텐츠적인 행보를 제일 잘, 그리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이기에 내린 결정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글을 굉장히 두서없이 적었지만, 인천 야구팀의 팬으로서 그저 이마트가 적자 공룡을 잘 활용해서 성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기업의 비전과 맞물린 야구단이 오히려 악영향을 미쳐버리면 두산과 삼성 같이 모기업이 경영에서 손을 떼 버리기라도 하는 상황이 올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하는군요. 필자도 구장을 복합 문화 시설로 활용해야 한단 주장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유통 플랫폼과의 결합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생각을 주저리 해봤지만 솔직히 성공 여부는 가늠이 잘 안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저 적당히 이룰 거 다 잘 이루시고 오랫동안 FA만 잘 잡고 잘 사주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