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무탈하신지요. 저는 시시콜콜하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마제소바에 밥 말아먹으면서 핸드폰으로 슬슬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더 확인해가는, 발견해가는 요즘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한없이 차오르다가도 금세 잊어버려요. 저희가 세상에 나온지 십년이 되는 지금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괜찮으실까요.
하고 싶은 말이 한없이 차오르다가도 금세 잊어버린다, 알 것 같습니다. 당신과 동갑인데 지난 십년간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하고, 취직하는 등. 독립하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평소 괜찮다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일까요, 사실 괜찮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괜찮으면 어떻고 안 괜찮으면 어때요. 어차피 살아 숨쉬곤 있잖아요.
종종, 아니 자주 궁금합니다. 안부가, 생각이, 슬픔이, 희망과 절망이, 지금 무엇을 믿고 있는지, 믿고 싶은지. 무엇을 좇는지 계절은 잘 느끼고 계신지. 몇 번 말씀 드렸듯 갈수록 입을 여는 것이 참 어려워요. 잘 모르겠어요. 그저 어른이 돼가며 침묵을 배우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안부 발목을 다치고 재활을 4개월 정도 했습니다. 지금은 괜찮아요. 병원비 다 제가 해결했어요. 나 좀 어른이 된 걸까요
생각 지금은 당신에게 어디까지 솔직하게 말할지 고민 중입니다.
슬픔 어린 시절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바깥을 따뜻하게 대하는 방법은 별로 배우질 못했습니다. 지금은 꼬박꼬박 내 돈 써가며 배우고 있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스무 살 전까진 부모 책임인데 스무 살부턴 내 책임이라는 세상의 얘기가 참 차갑고 억울하네요.
희망 그래도 이제까지 그래왔듯 난 걸어가겠죠.
절망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정말로 살아야 하는지. 산다면 왜? 죽는다면 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자유는 바로 나 자신이라고 나이 먹으며 느낍니다. 유일하게 어떻게든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무엇을 믿는지 바꿀 수 없는 건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꿀 수 있는 건 행할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두 가지를 분별할 지혜를 주소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이 기도가 현재 나의 믿음입니다)
믿고 싶은지 네. 믿지 않으면 나는 무엇에 기댈 수 있겠어요. 믿고 싶지 않다면 나는 그저 한 줌의 뼈가루, 풀과 들판과 나무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의지가 없어지니까요.
무엇을 좇는지 모르겠습니다. 십 년간 '되고 싶은 나, 하고 싶은 일'을 좇으며 살았는데 제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다 이루었지 뭐예요. 한 40, 50살은 되어야 이룰 줄 알았건만. 지금은 그저 공허하고 내 안으로 침몰되고 있습니다.
계절은 잘 느끼는지 좇는 게 없으니 계절이라도 느껴야 내가 살아있단 걸 알겠더군요. 일에 푹 빠져 살아 정말 계절의 변화를 하나도 못 느꼈던 해가 있습니다만 왠지 한 해를 도둑맞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요즘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뭐 어쩌든 바깥을 나갑니다. 아예 한 장소를 정해뒀습니다. 그 장소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계절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핸드폰 보면서 걷지 않으면 그냥 평소에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텐데요. 현대인의 바보스러움일까요.
갈수록 입이 여는 게 어렵다, 어른이 돼가며 침묵을 배운다 저도 그렇습니다. 너무 많은 걸 경험해서 그런가 봐요. 어떤 종류의 말이든 입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몇 년 전에 주변에서 나를 욕하더라도, 오해하더라도, 내가 억울하더라도 입을 다물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의 침묵을 후회합니다. 내게 상처가 남지 않도록 더 잘 표현할 수,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진정 없을까요. 물론 당신과 내가 입이 무거워지는 이유는 천차만별로 가지각이겠지만, 앞으로 침묵이 아닌 입을 열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우리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편, 침묵할 때야말로 내가 어떤 인간인지 더욱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 나는 이 부분을 아껴서든, 버거워서든, 부끄러워서든, 소유하고 싶어서든, 침묵을 하는구나라고 알게 되니까요.
많은 것들이 슬프다가도 기쁘고, 기쁘다가도 그저 슬프고, 예전의 제가 했던 말들 영상들 보며 혼자 낯가려보고, 이젠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 무뎌지는 것들이 참 아쉽고 허허롭고 이상하고 자신이 있다가도 없고 막 그래요. 그냥 이렇게 있고 싶은가 봐요
한줄 한줄이 제 마음을 찌르다보니 지금 숟가락 내려놨습니다. 여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가게인데 오려면 2시간 가까이 대중교통 이동해야 하는데. 당신은 진짜 내 귀한 순간을 하나 가져갔습니다. 당신은 유튜브 보다가도 알고리즘으로 자기 얼굴 떠있을 테니 참 거시기 하겠습니다. 저는 그런 삶에서 슬프고, 기쁘고, 낯가려보고, 아쉽고, 허허롭고, 이상하고 이렇게 건강하질 못할 겁니다. 그저 도망쳤겠죠. 저는 7년간 쓰고 있는 만년 일기 앞장을 보면 세상에 웬일이니. 엄지와 검지로 종이 끝자락 붙잡고 낯가립니다. 옛 자료 보고 낯가리는 거야 뭐. 새삼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네요.
솔직히 다녀온 뒤 어떨까 궁금하고 두려워요. 시간은 참 빠르고 모든 건 변하고 저도 변하고 더 이상 무책임하게 모든 사랑을 요구드리거나 엉엉 매달리고 싶지만은 않을 걸요. 사랑을 찾아 헤매기보다 제가 사랑으로 있으면 노력으로 절 가꾸면 사랑이 자연스레 찾아올 거라 믿고 싶어요.
주변에 있을 군필자들에게 이런저런 말 다 듣고 있을 텐데, 군대 갈 일 없는 제가 말 하나 더 얹어 뭐 하겠어요. 그리고 뭐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잖아요. 애인이 있더라도 길거리 지나가는 남자 보면서 속으로 잘생겼다고 생각쯤이야 해볼 수 있잖아요. 뭐 어때요. 혹시 당신 그것도 참지 못할 정도로 집착하는 스타일이에요? 갑자기 궁금해지네. 아무튼 어느 날 공기 냄새, 바람의 온도, 그리움에서 당신의 가사가 기억나고 자연스레 보고 싶을 겁니다. 당신이 뿌려놓은 글들을 믿으세요. 건강하게만 다녀오세요.
곧 십 주년이네요. 시간과 마음의 먼지 두께가 쌓일수록 점점 더 어려워만 지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참 슬프지만 어떻게 보면 마음과 마음의 무게란 게 그런 것 아닐까요. 그만큼 우리가 나눈 조각이 크다는 거겠죠. 저는 매일 소박하게 감사드리며 무엇이 내 일부였는지 상기해 보면서 늘 그래왔듯 잘 지내고 있겠습니다. 윌 해브빈 피피
어머니와 요시키의 엔드리스레인, 나와 당신의 포에버레인. 라임 죽이는데. 좀 쩔죠. 개인적인 조각을 적어봅니다. 어느날 동갑내기가 아이돌 데뷔를 한다길래 신기한 마음이었어요. 그동안 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무대에서 헤어스타일과 선글라스를 보고 그냥 괴상한 GD구나 싶어서 관심을 끊었습니다. 그러다 졸업하고 첫 회사 들어갔는데 동료의 추천으로 '봄날'을 들었어요. 웬걸 내 마음이 그 가사에 담겨 있더라고요. 학업을 이어가는 친구도 있고, 나처럼 취직한 친구도 있고. 다 찢어져서 한번 만나기도 어렵더라고요. 참 그립고 그리웠습니다. 이때 당신을 다시 찾아봤어요. 어? 그사이에 사정 좀 나아졌나 겉모습이 좀 멀쩡해졌네 생각했습니다. 그후로 당신의 노래 가사와 저는 함께 나이 먹었습니다. 희한하게도 내 마음이 자라는 속도와 바람이 가사와 흐르더라고요. 동갑이라서인가. 성장을 함께 하는 기분이 들어서 별나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더니, 어머니에게도 그런 아티스트가 있다는 겁니다. 일본 락 밴드 엑스재팬의 요시키. 하도 어릴 때부터 집안에 흐르던 음악이라서 그냥 어머니가 이 밴드를 참 좋아하는구나 알곤 있었는데. 이 아티스트와 어머니의 마음속에 우정이 있는 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 맞아. 저 당신에게 우정을 느꼈었네요. 글 쓰면서 알았다. 이 밴드가 낸 곡 중에 엔드리스레인이 있거든요. 저도 참 좋아하는 곡인데 당신이 포에버레인을 냈을 땐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생각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당신은 제게 미술관에 걸린 그림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냥 그림으로서 그 자리에 존재합니다. 기쁨, 슬픔, 시기, 질투 등 감정은 제 겁니다. 그 그림은 제 감정을 가질 수 없지만 책임질 필요도 없어요.
여러분도 힘든 때가 많겠지만 많이 고통스럽기도 하겠지만 잘 지내주셔요! 종종 자주 또 궁금해하고 있을게요. 제 글과 편지는 제가 여러분께 사랑을 전하는 그때그때의 방식인 것 같아요. 지금 제 모양은 이런 듯. 비 조심하시고! 감기 조심! 또 잊어버리실 때즈음 슥 찾아올게요. 건강해요!
너야말로 자나 깨나 몸조심하고 군대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