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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구 Apr 09. 2021

사이드 프로젝트 01 : 내안의 욕망 발견하기-디자인

  

요즘 진행중인 프로젝트 디자인 작업중. 애기는 내가 아이패드 보는 것을 싫어한다


   들불을 운영하면서 마주하게 된 나의 가장 생소한 모습 중 하나는 내가 보고 느끼는 사람일 때보다 만드는 사람일 때 더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미감의 문제를 떠나서, 일단 머릿 속에 떠다니던 조각난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조합의 결과물을 통해 디자인의 방향성을 잡고, 그 방향을 따라 내 손으로 구체적인 시각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부지런히 만들었고, 또 예상 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한동안 조금 고무됐었다. 문제는 만드는 능력이 만드는 욕망에 비례하여 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고.. 덕분에 매일을 좌절하며 보내고 있다.


   최근 나를 가장 좌절하게 만든 과제는 책 모임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말과 글을 엮어 책자로 만드는 일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결과물들이 나왔고, 그것들은 정말 형편없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보내드리기로 한 일정에서 한참 지연됐는데 아직 제대로 된 결과물 하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괴롭다. 출판 디자인은 sns 템플릿 제작하듯 뚝딱 해낼 수 없는데 무턱대고 들이댄 내 잘못이지.. 일단 마지막 시도를 해보고(현재 인쇄 단계) 안되면 사죄하고 환불해드려야지 뭐..


   이러저러한 좌절들로 인해 여러 디자인 강의들을 수강하게 됐는데, 들으면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초보일 때는 머릿 속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내는 단계에서 이미 큰 어려움을 느끼므로 기술적인 요소들이 무척 중요하지만(일단 구현해내지 못하면 다 소용 없게 되니까),  디자인 테크닉을 웬만큼 습득한 상태라면..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고난 감각과 창의성, 그리고 인풋이라는 점이다.


  일단 인풋은 노력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지런히 읽고 보고 있지만 타고난 감각.. 이것은 왠지 나같은 초짜에게 불가침의 영역처럼 느껴지고 어렵다. 감각은 어디까지 키울 수 있는거지.. 비전공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고  어떻게 실력을 키워간걸까.


   그래도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점은, 사이드프로젝트를 통해서 나의 욕망을 꽤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상담받으러 갈 때마다 선생님께선 내가 나의 감정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데 서툴고, 또 내가 가진 욕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감정과 욕망을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었는데 들불 운영하면서 도움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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