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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오셀로> 이아고 이야기

<오셀로> 이아고를 재미있게 분석해보기

1952년에 제작된 영화 <오셀로>의 한 장면.

얼마 전, 친구들과 북클럽을 운영하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를 읽고, 책에 대한 후기 및 담화를 나눴었다. “이아고는 왜 이런 탐욕적인 인물로 설정되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이아고라는 인물에 대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가설을 세워봤다. 여러분께 독특한 가설들을 소개하고, 더욱 흥미로운 <오셀로>를 선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가설을 나열하기 전에,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하여 아래 <오셀로>의 줄거리를 첨부한다. 대략 200페이지에 해당하는 <오셀로>의 이야기를 모두 첨부할 수는 없으니, 위키백과에서 인용한 줄거리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수정하였다. 아래의 줄거리를 읽고, 부디 우리의 가설 중 하나에 독자들이 공감해주길 원하는 - 혹은 이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작자들도 있구나, 하는 차원에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오셀로>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베니스의 장군(將軍)인 무어인(人)  오셀로는 원로원(元老院) 의원의 딸 데스데모나의 사랑을 받아 그를 아내로 맞는다. 그러나 부관(副官)의 지위를 캐시오에게 준 오셀로에게 유감이 있었던 기수(旗手) 이아고는 우선 캐시오를 실각시키고 그 복직 탄원을 구실로 캐시오를 데스데모나에게 접근시키는 한편, 데스데모나와 캐시오가 연정에 빠졌다는 흉계를 꾸며 오셀로에게 사실 무근한 데스데모나의 부정(不貞)을 말하여 믿도록 만든다. 의혹과 질투에 사로잡힌 오셀로는 드디어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침실에서 교살(絞殺)한다. 그 직후 이아고의 간계는 폭로되지만 이미 때가 늦어 오셀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오셀로>에 등장하는 이아고는 작중 내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어떠한 흉계도 서슴지 않는 굉장히 탐욕적인 인물로 묘사되며, 셰익스피어가 차마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못한 이아고의 다양한 모습들을 대신 묘사해보자 한 것이 가설을 세우는 데의 최초 시작점이었다.


첫 번째 가설 :  "이아고는 오셀로를 좋아했다". 

이아고를 동성애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가설이다. 다소 어이가 없을 수 있으나, 셰익스피어의 두뇌를 해부하여 그의 생각을 모두 읽을 수 없으므로, 다양한 시각에서 셰익스피어를 해석하려고 했음에 집중해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가설의 근거가 되는 것은 바로 이아고가 오셀로의 아내인 데스데모나를 교살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아고가 데스데모나의 죽음을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의도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가설 3과 이어진다), 이아고는 굳이 자신의 지위를 위하여 아내를 오셀로와 멀어지게 했어야 했느냐에 대한 생각으로, 사실은 아내를 죽이고 오셀로의 옆을 차지하기 위한 하나의 계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한 편으로는 하나의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치열한 전투와 전쟁을 겪으면서 오셀로에 대한 연정이 피어났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스갯소리와 같은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첫 번째 가설은 셰익스피어가 실제로 동성애에 관대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우리끼리도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


두 번째 가설 : "이아고는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그 가설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오셀로> 작중 내 백인으로 묘사된 그는 작중 내내 장군인 오셀로를 무어 놈이라고 비하하며 그를 평가절하하는데 바쁘다("무어"란 이슬람 계의 혼혈 인종을 뜻하며, <오셀로>의 주인공인 오셀로는 흑인으로 묘사된다). 작품 초반 내 캐시오가 부관으로 천거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며 "내가 그 무어 놈한테 충성을 바쳐야 하는 겁니까?"라는 등, 이아고의 차별적인 발언은 작품 후반까지 이어진다.

<오셀로>를 읽고 북클럽의 모두가 동의한 내용은 이아고는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것이며, ㅡ 자연스럽게 플로이드 사건으로 북클럽 이야기가 흐르긴 했으나 ㅡ 이는 현재 중요한 내용이 아니기에 생략한다. 이 두 번째 가설은 기정사실이라고 믿어도 될 듯하다. 그 시기에 인종차별적인 인식이 없었다고 하는 게 사실 더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세 번째 가설 : "이아고는 데스데모나를 아내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첫 번째 가설과도 연결된다. <오셀로> 작중 내 손익을 계산하는데 탁월하고 현실적이고 탐욕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이아고는 사실 부관의 지위만큼 데스데모나를 자신의 아내로 받아들이기 위해 몰두하여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멀어지게 하는 계략을 세웠고 자신이 데스데모나를 유혹하려고 했으나, 자신이 생각했던 계획과는 다르게 데스데모나가 오셀로에게 죽임을 당하며 안타까워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가설이다. 

물론 작중 내 데스데모나를 "씨알머리 없는 계집년"이라고 묘사하고, "무어 놈(오셀로)과의 사이가 멀어지면 결국 젊은 놈에게 추파를 던지게 될 겁니다"라는 식의 대사를 던지며 데스데모나를 비하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한 사람을 너무 많이 사랑하면 일부러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지 않던가?(물론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변태 같지만, 작중 이아고의 성격을 본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관점을 비틀어 <오셀로>를 다시 읽어보니, 데스데모나를 향한 이아고의 모든 대사가 마치 동급 반의 여자아이를 짝사랑하는 초등학생의 대사처럼 보이는 것은 내 착각이라고 믿고 싶다.(물론 착각 맞다)


가설은 가설일 뿐, 오해하지 말자! 


이아고를 동성애자, 인종차별주의자, 불륜남으로 만드는 가설을 세우긴 했지만 사실 <오셀로>는 이아고가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 인종차별적 발언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오셀로를 괴롭히고, 캐시오를 부관의 자리에서 내쫓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책의 결론 부분에서는 처형을 당하는 등 작품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스스럼없이 계략을 꾸미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남을 모략하는 등 이아고가 <오셀로>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마주하는 현대인의 부정적인 면을 관통하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이러한 어두운 부분을 생각하다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듦과 동시에, 재미있게 캐릭터를 해석한다면 고전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러한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읽으신 분이라면 다시 한번 저런 관점을 가지고 <오셀로>를 보셔도 괜찮으며(사실 세 가설을 세운 뒤 글을 작성하기 위해 웹 서핑을 하다 보니 가설들과 동일한 관점을 가진 연극, 문서 등이 여럿 발견되었다는 것이 함정), <오셀로>를 읽지 않았다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생각뿐이다(이아고는 동성애자이며, 인종차별주의자이고, 또 불륜남의 캐릭터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어쨌든 저런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유쾌하게 넘어가 주셨으면 하고, <오셀로>를 더욱 풍성하게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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