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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 Mar 25. 2022

소주 하나에 오픈런까지? 무엇이 MZ세대를 자극했을까?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는 박재범의 원소주

<과연 브랜드일까?> 시리즈는 한 명의 고객이자 사용자로서,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바라본 브랜드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박재범이 최근에 설립한 회사 원스피리츠의 전통 소주 브랜드, WON SOJU(이하, 원소주)의 2차 팝업 스토어가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단 5일 간만 진행하는 팝업이었기에, 또한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박재범이 만든 브랜드였기에, 당연한 듯 완판 가도를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6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고객도 있었다고...


긴 시간을 기다릴 자신이 없었지만, 궁금한 걸 참을 순 없었다. 왜 사람들이 원소주의 등장에 열광하는지, 그 인기는 과연 원소주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박재범을 향한 것인지...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가로수길로 달려갔다.


선착순 예약 대기에 3시간, 구매 대기까지 약 2시간,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팝업 스토어의 첫 느낌은 딱 이랬다.


'이게 끝인가?'


물론 디제잉 바나 시음 행사, 그리고 유명 셀럽들의 인터뷰 행사 등은 디너 타임에 진행되기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또한 팝업 스토어 특성상,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브랜드의 기획과 아이덴티티를 공간 내에 치밀하게 담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오랫동안 기다린 고객들은 런치 타임에 몰렸는데, 그 시간대엔 그저 원소주와 굿즈 판매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쉬웠다. 런치 타임에도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면 더 좋은 경험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당시엔 당연하게 여겼지만, 의외로 해외 유명인사가 출시한 주류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다.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일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 판매'라는 편하고 쉬운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박재범과 원스피리츠 팀이 대단하단 생각도 든다.


디너 타임에도 한 번 가 볼 걸 그랬다.



그렇다면 박재범은 왜 원소주를 론칭했을까?


그가 이 브랜드를 통해 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하나씩 알아보기 전에 우린 해외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해외엔 이미 유명인사가 주류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한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중 딱 두 가지 케이스만 알아보도록 하자.


++++해외 사례는 정말 무수히 많다. 마이클 조던을 포함한 NBA 구단주 5명의 테킬라 브랜드 <Cincoro>, 드웨인 존슨의 테킬라 브랜드 <TEREMANA>, 조지 클루니의 테킬라 브랜드 <Casamigos>, 트래비스 스캇의 하드 셀처 브랜드 <CACTI>...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다. 박재범을 시작으로 한국에도 이런 열풍이 불기 시작할까?


1.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힙합 아티스트, 포스트 말론의 핑크 와인 브랜드 <MAISON NO.9>


"핑크 와인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을 무너뜨리기 위해 디자인된 와인입니다." - 포스트 말론


어떤 인식을 말하는 걸까? 로제 와인이라고도 불리는 핑크 와인은, 한동안 사람들에게 이렇게 인식되곤 했다.


"이거 와인 맞아? 그냥 음료수 아니야?"
"젊은 여자들만을 위한 와인 같아"(당시, 로제 와인의 소비자 중 40%는 34세 미만의 여성들이었음)
"이거 마시려면, 금발 머리를 하고 분홍색 원피스를 입어야 할 것 같은데?"


도대체 어땠길래? 아래 다양한 핑크 와인들을 한 번 살펴보자.

한 번 편견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그 속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기 마련이다. (출처 : https://www.vivino.com)


포스트 말론의 <MAISON NO.9>은 뭐가 다르길래? 가만 보니 패키징이나 브랜딩 방식이 기존의 핑크 와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긴 하다. 좀 더 길쭉한 병 모양에, 장칼을 감싸고 있는 장미 그래픽, 타투와 함께 담기는 <MAISON NO.9>의 이미지는, 핑크빛 색상과 어우러져 섹시해 보이기까지 한다.

출처 : MAISON9WINE 공식 인스타그램


얼굴에도 타투가 있는 포스트 말론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굉장히 따듯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포스트 말론의 특징이, 핑크 와인 <MAISON NO.9>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것이다. 


겉보기와 달리 한 번 마셔보면 그 맛과 부드러움에 훅 넘어간다는 핑크 와인, 포스트 말론은 이 와인을 "살짝 팬시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와인"이라고 소개한다.


핑크 와인에 대한 인식은 포스트 말론 덕분에 조금 무뎌졌을까? <MAISON NO.9>은 론칭한 첫 주말에 5만 병이 팔렸다고 한다. 아 참, 포스트 말론은 예전부터 로제 와인을 정말 사랑했다고 한다.




2. 미국의 패션모델이자 셀럽, 켄달 제너의 <818 Tequila>


"접근성 좋고, 예술적이며, 사회적으로도 깨어있고, 성 중립적인 테킬라를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만들었어요." - 켄달 제너


테킬라 얘길 하는데 갑자기 '사회적으로 깨어있고', '성 중립적인' 같은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818 Tequila>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이미 많은 유명인사들이 테킬라 사업에 발을 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성이 진출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무래도 테킬라는 높은 도수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야성적인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일까?


<818 Tequila>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 친화적', '차분함' 같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다. 켄달 제너는 실제로, 테킬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벽돌로 재활용해 지역 사회에 기부하고, '1% for the planet'이라는 비영리 단체에 수익의 1%를 기부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출처 : 818 Tequila 공식 인스타그램


마찬가지로 <818 Tequila>는 출시 4시간 만에 전 물량이 매진됐다. 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팔로우하는 거대 셀럽이기에, 아마 예상된 결과였을 것이다. 켄달 제너 또한 평소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테킬라를 자주 즐겨왔다고 말했다.



다시 원소주로 돌아와서...


"원소주를 통해, 한국식 전통 소주가 젊은 세대들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 박재범

전통 소주는 증류 방식으로 만들어지기에, 희석식 소주와는 차원이 다른 부드러움과 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이 전통 소주를 즐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원소주를 접하기 전까진 단 한 번도 전통 소주를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소주나 맥주를 마시거나, 더 맛있는 술을 마시겠다고 하면 와인이나 칵테일을 찾기 마련이었다. 왜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걸까? 가격 때문에? 맛 때문에?


나는 이렇게 병을 나란히 세워놓고 나서야 그 이유 중 하나를 알 수 있었다.


물론 더 다양한 전통 소주들이 있다.


기존 전통 소주들은 '전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붓글씨나 한자를 이용한 라벨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런 디자인은 '전통적이다'라는 인식을 단 번에 심어주긴 했겠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얻긴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원소주는 트렌디하고 힙한 라벨 디자인을 선택했다. 그런 와중에도 '한국식 전통 소주'라는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태극기의 건곤감리와 한글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출처 : 원소주 공식 인스타그램


박재범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브랜딩 방식도 굉장히 힙하다. 유명 래퍼나 아티스트를 초대해 인터뷰를 하거나, 속된 말로 간지가 철철 흘러넘치는 영상 작업들... 그뿐만 아니라 요즘 부쩍 MZ세대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신개념 편의점 <NICE WEATHER>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아마 이번 원소주를 처음으로 전통 소주를 경험해 본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서울의 밤>의 맛과 향이 가장 괜찮다고 느꼈다. 박재범이 바라는 그림은 바로 이런 그림이지 않았을까. 얼른 해외까지 진출해서 한국의 전통 소주를 널리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치며


소개해드린 브랜드들과는 달리, 오롯이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 '보이는' 브랜드도 너무나 많았다. 물론 유명인사 본인의 브랜드 파워만을 이용해 수익성 있는 사업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위에 소개해드린 브랜드들도 분명, 이 사업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진출했을 거다.


하지만 차이점은 바로, 브랜드 목표가 분명했다는 것이다. 포스트 말론은 핑크 와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고 싶어 했고, 켄달 제너는 자연 친화적이고 성 중립적인 테킬라를 만들고 싶어 했다. 박재범은 한국식 전통 소주의 인지도를 넓히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들은 어느정도 영향력을 미쳤다.


만들어진 모든 결과들은, 그들이 그 주류를 사랑하고 아껴왔기에 실현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본인의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해내가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모습이 참 멋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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