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하는 일도 자식이 하면 특별해 보인다.
“어? 이게 왜 이래?”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있던 엄마의 심각한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
“형광등에 불이 안 들어온다?”
부엌으로 나가보니 형광등이 깜빡거리면서 곧 전원이 나갈 것 같았다.
“여보. 부엌에 불이 나갔어”
엄마는 안방에 들어가 아빠에게 남은 형광등이 있는지 물었다.
“형광등은 없고… 이 참에 LED 등으로 바꾸자. 전기세도 아낄 겸”
아빠는 인터넷으로 주문할 테니 오늘만 어떻게 넘겨보자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엄마는 스탠드 조명을 두고 저녁을 준비하셨다.
다음날, 아빠가 주문한 LED 등이 곧바로 도착했다.
아빠 혼자 교체하시기 어려울 것 같아 도와드리려고 했으나, 아빠는 혼자서도 하실 수 있으시다며 사양하셨다. 그날 오후에 코로나 백신을 맞았던 터라 몸이 좋지 않던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한 20분이 지났을까… 원래라면 형광등 교체하는 소리가 드르륵드르륵 나면서 시끄러워야 하는데, 밖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 사이에 다 하셨나?’ 생각하는 찰나 방문이 열렸다.
“아빠가 혼자 하기 어려우신 것 같은데… 와서 좀 도와줄래?”, 엄마가 답답했던지 부탁을 했다.
“혼자 할 수 있다니까 그러네!”, 듣고 있던 아빠가 밖에서 대꾸했다.
알겠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빠. 잘 안돼요?”
“아니… 설명서대로 했는데 불이 안 들어오네?”
아빠는 전에 있던 형광등을 떼고 새 LED 등을 전선에 연결 중이셨다. 그런데 키가 안 닿아 의자 위에서 고군분투 중이셨다.
“아빠. 제가 해볼게요. 그거 저 주세요”
“그러면 아빠가 옆에 서서 같이 도와줄까?”
“아니에요! 혼자 하는 게 더 수월해요”
잘 닿지도 않는 천장에 낑낑대며 새 등을 교체하려는 아빠가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등을 건네받고 내가 직접 올라가기로 했다. 그렇게 전선을 다시 잘 연결하고 천장에 등을 박았다.
“이제 켜봐, 엄마”
다시 불을 켰다. 불은 환하게 잘 들어왔다.
“이야~ 환하다!”, 엄마가 말했다.
“응. 환하네. 고생했다 아들!”, 아빠가 말했다.
“대단하다. 이런 걸 다 하네?”, 아빠 말에 이어 엄마가 말했다.
사실 등 교체하는 거… 그거 별거 아니다.
그런데도 엄마, 아빠는 아들이 등 교체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는지, 저녁을 먹으면서 계속 칭찬을 했다.
“아들 없었으면 두더지처럼 살았겠네”
부모님 입장에서 자식이 작은 일을 해도 크게 보이나 보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도 내 자식이 하면 특별해 보이는 듯하다.
덕분에 잠깐 애썼지만 가슴 한편은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