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편지
인사가 늦었지.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 조금 더 많이 마음을 눌러 담아 편지를 써주고 싶어서 시간이 늦어 버렸어. 누구보다 나를 많이 생각해 주었던 우리 언니에겐 조금 많이 정성을 들여보고 싶어서 말이야.
먼저 두서없던 말, 우울함과 낮은 자존감으로 범벅되었던 그 말들을 열심히 주워 담아준 언니에게 감사를 표해. 즐거울 때, 힘들 때 짧은 연결음 뒤로 반갑게 인사해 주던 언니는 내게 빛이었어. 지쳐서 주저앉아 있으면 벽에 손을 짚고 일어날 수 있게 힘을 주는 언니 같은 사람이 있다니. 난 정말 인복은 있나 봐.
힘들었을 당시 언니의 위로에 많이 안정을 되찾고 평온한 일상을 즐기고 있어. 요즘은 집에 있다보니 책을 많이 읽게 되더라고. 최근 우연히 본 서적에서 사람은 소중한 존재에게 특히나 더. 노력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었어. 좋은 것을 위해 애쓰는 것, 억지로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닌 것. 최근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주 느끼고 있는데 문득 언니도 나를 위해 마음을 써 주었을까. 혹여 애쓴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어.
근데 돌이켜보면 한 시간 두시간 그 짧고도 긴 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통화했던 우리는 자연스러운 사이인 것 같더라고. 이 편지를 쓰면서도 행복함을 느낀다. 항상 내가 지쳐 버려둔 어두운 것들을 조심스레 꺼내 먼지를 털어주고, 누구보다 예쁘게 포장해 주던. 언니가 건네준 그 순간 순간들을 잊을 수 없어.
감사의 인사를 끝으로 다시 한번 생일 축하 한다는 진부하지만 짧은 말을 전해. 반복적인 일상에 오늘, 내일, 모레는 데자뷔가 되어버린 지 오래겠지만.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짧고도 특별한 하루가 되었길 바라며. 편지를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