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서 '넷플릭스 광고 소개서'라고 검색해 보자. 영업대행사에서 올려놓은 광고상품 소개서가 하나 나올 것이다. 혹시나 검색에도 나오지 않으면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소개서 내용에서 제작가이드 부분을 확인해 보면 하나 재밌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비디오 프레임 속도에 대한 가이드인데, 23.976, 24, 25, 29.97, 30 이렇게 5개 프레임으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3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60 프레임은 없는가?
내가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60 프레임을 지원하지 않는 사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니, 60 프레임으로 돌리면 얼마나 부드러운데, 왜 이를 허용하지 않는가?
이유를 추측해 보면 콘텐츠와의 일관성 및 비용 문제인 것 같다. 가전제품 TV 매장에서 틀어놓는 영상을 한 번 떠올려보자. 주로 자연과 동물의 모습을 담은 부드러운 영상이 많다. 끝내주는 화질에, 끝내주는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하지만 끝내주는 것과 별개로 현실감이 떨어진다. 우리 눈은 60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60 프레임으로 촬영되지 않으며, 중간에 나오는 넷플릭스 광고가 갑자기 60 프레임으로 재생되면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럼 게임에서는 왜 60 프레임 지원이 일반화되었는가? 게임은 화면 속 현실을 간접체험한다는 감각보다는, 가상의 세계를 조작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현실의 속도에 맞추면 오히려 버벅거림을 느낀다고 한다. 눈은 참 희한하다.
왜 30 프레임 미만을 허용하는가?
조사해 보니 24 프레임이 영화 표준이라고 한다. 하긴 생각해 보면 TV 드라마와 영화관 화면의 부드러움에는 차이가 있다. TV 드라마 쪽이 훨씬 더 부드럽다. 영화가 24 프레임을 고수하는 이유는 오히려 덜 부드러운 것으로 인해 영상이 더욱 드라마틱 해지기 때문이라 한다. 예를 들어 유튜버의 브이로그 영상이 영화 <오펜하이머>보다 훨씬 부드럽긴 하지만, 드라마틱한 느낌은 떨어진다.
넷플릭스에는 영화도 많고, 영화와 같은 드라마도 많기 때문에 24 프레임 광고도 허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 하필 23.976 프레임인가?
사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24 프레임의 존재는 이해가 됐다. 그런데 23.976 프레임이라는 지나치게 정확한 숫자는 어디서 온 것일까?
여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과거 컬러 TV는 약 30 프레임(정확히는 29.97)을 지원했다. 문제는 24 프레임의 영화를 30 프레임 TV에 그대로 집어넣으면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소리와 영상이 따로 노는 현상이 발생하고, 화면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움직이게 된다.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영화가 1시간 36분 만에 끝나버린다.
24 프레임 x 7,200초 = 총 172,800 프레임
24 프레임으로 촬영한 2시간짜리 영화를 상영하는데 보여줘야 하는 프레임이 총 172,800인데...
172,800 프레임 / 29.97 프레임 = 5,765초
이걸 별도의 변환 없이 29.97 프레임 TV에서 그대로 상영하면 1시간 36분(5,765초)만에 끝나버린다.
이를 위해 24 프레임 영화를 23.976 프레임으로 사전 변환을 한다. 프레임 개수는 여전히 172,800로 유지한 채, 이를 재생하는 스피드를 23.976 프레임으로 낮춘다. 이 작업으로 소리와 영상이 따로 노는 부분을 잡을 여유가 생기고, 2시간짜리 영화를 TV에서도 2시간에 맞춰 방영할 수 있게 된다. (추가로 해야 하는 상세 계산은 더 많은 공부를 요하기에 건너뛰었다...)
아무튼 과거 컬러 TV 시절부터 이어져온 표준이 있고, 이 표준이 아직 업계에서 사라지지 않았기에 넷플릭스도 이를 지원한다고 요약하면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