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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아빠 Jan 11. 2024

런던베이글 뮤지엄은 혁신기업이다.

베이글의 원형

좋아하던 음식평론가가 새로운 글을 올렸다.

제목이 이렇다.

"최악의 최악 런던베이글뮤지엄"

한 음식채널에서 영상도 찍었는데 요약하면 여태 먹어본 k베이글의 단점을 모조리 집대성한 최악의 베이글이 런베뮤란 것이다.

크게 꼽는 단점은 네가지다.

1. 물렁물렁하다.

2. 질척거린다.

3. 뚱카롱마냥 크림치즈의 양이 베이글을 압도해서 주객이 전도됐다.

4. 덜 구웠다.

원래 베이글이란 쫄깃하고, 건조해야 하는데, 런베뮤의 베이글은 베이글의 핵심정체성을 버렸기 때문에 베이글이 아니란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런 최악의 것을 줄서서 먹는 한국의 식문화가 무섭고 기괴하다고 평했다.

또 그는 베이글이 한국의 대중매장인 파리바게트에서 판매된게 1998년부터인데 여태 유행하지 않던게, 갑자기 유행하는 이유는, 유행의 유행..그냥 유행하니까...가 그 이유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난 이런 논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그건 소비자를 바보로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최고 베이글로 코스트코 베이글을 꼽았다.


영상의 댓글에는 그의 말에 호응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남겨져 있었다.

자칭 베이글의 본고장 뉴욕에 산다는 어떤 이는 베이글의 정체성이 없는 베이글을 파는 것은 문화와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하며 외국인들이 김치같지 않은 것을 만들어 먹으며 "이것은 김치"라고 주장하거나, 혹은 할라피뇨김치나 김치샐러드를 만들어 팔면서 '도쿄김치뮤지엄'이라고 이름을 붙인다면 한국인으로써 문화성, 역사성, 민족성을 무시당하는 모멸감이 느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그는 뉴욕의 평론가들과 미식계에서도 런베뮤의 베이글을 먹으면 최악이라고 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읽고 들으면서 반론을 제기하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런베뮤..나는 안국역에 사촌이 가게를 오픈해서 지나가면서 한번 봤다.

어느 외식전문가의 말로는 한국의 단일 음식업 매장 매출 1위로 월매출 5억정도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나는 베이글을 싫어하고, 줄서는 건 더 싫어하기 때문에 굳이 먹어 보지는 않았다.

한때 참 좋아하던 평론가의 평과 어느 네티즌의 주장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나는 그 평론가를 왜 좋아했을까..늘 대중의 흐름에 반대표를 던지기 때문이었다.

타인의 단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덕에 배울것이 많았다.)


내 생각은 이렇다.

음식의 원형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확신하는 건 두가지다.

1.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들 모두 무엇인가의 변형이다.

2. 그 무엇인가는 모두  다수의 입맛에 맞춰 변형되어 왔다.

한예로 피자도 빵의 변형이다.  

아마 그 시대의 프랑스 블랑제들이 이태리놈들이 빵으로 하는 참담한 짓은 봤다면 눈이 튀어 나왔을거다.

커피도 원래는 가루째 끓여 마시는 거였다.

어떤 미친년이 그걸 종이필터에 걸러 먹고, 어떤 미친놈이 그걸 고압에 압착해서 쥐어 짜 먹었을때도 수많은 바리스타들은 어처구니 없어서 전통과 원형을 따지며 신랄하게 비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결과는 어떤가..

그러고보면 전통 좋아하고 원형 좋아해서 avpn까지 만든 이태리인들도 지역마다 피자의 특성과 형태와 조리법이 다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론 전통과 권위 좋아하는 이태리란 나라의 나폴리, 시칠리안, 로마식 피자보다는 미국식의 뉴욕, 디트로이트 시카고식 피자를... 또 이태리 에스프레소보다는 멀겋게 물탄 아메리카노를 더 좋아한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인도 그랬다.  

만일 미국에서도 저런 음식평론가가 힘과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제임스비어드를 수상한 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 셰프인  보쌈파는 데이비드장이나 앤김같은(앤킴은 김치피자를 팔고 있다) 사람은 물론이고 불고기, 김치부리토를 길거리에서 팔던 로이최같은 스타셰프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의 k푸드의 위상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정작 그 평론가가 살다 온 미국은 그야말로 음식에서도 용광로같은 곳이다.

음식의 변형에 대해 폐쇄적인 이태리에서 살다온 것도 아니고, 문화의 용광로 미국에서 살다 온 이가,

음식의 변형과 현지화를 욕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 같은데 의아했다.

런베뮤의 베이글이 물렁물렁한 이유는..

한국인은 베이글의 쫄깃함은 질김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쫄면의 질김은 쫄깃하다고 인지하는 게 역설적으로 보일수가 있는데,

그것은 음식의 형태와 종류때문이다.

서양식은 낯선것이기에 부정적인 견해로 더 바라보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치즈는 짜다고 느끼면서 그보다 더 짠 간장, 쌈장은 퍼 먹는것도 유사한 형태다.


98년도부터 국내에 널리 판매되던 베이글이 한번도 유행하지 않다가 지금은 유행하고 있는 이유를 나는 알겠다.

그 이전의 베이글이 널리 대중적으로 사랑받지 못한 것은 한국인에겐 베이글이 '질겨서' 그렇다.

수분량이 적은 반죽이라 건조해서 그렇다.

누군가는  질기고 뻑뻑한 걸 크림치즈 살짝 발라서 먹으려니 목 막히고 턱 아파서 싫어한다.


스타트업이 하는 건 기존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부족한 부분, 불편한 부분을 찾아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장을 개척한다.

우리 사회는 그런걸 "혁신"이라 부른다.  

런베뮤의 베이글은 바로 그런일을 한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질기고 건조한 베이글>이란 문제점을 <물렁하고 젖은 베이글>의 방식으로 베이글을 재정의 한 것이다.  

한국시장에서 베이글은 질기고 건조하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유행이 되지 못했으나,  

런베뮤가 그런 문제점의 해결함으로써 베이글은 비로소 유행이 될 수 있었다.


뻑뻑하고 건조한 베이글은 대부분의 한국인에겐 맛대가리가 없다.

을 증발시켜 부피를 얻어내는 빵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과 물을 더해서 만든 촉촉한밥을  찌개나 국으로 촉촉히 적셔서 먹는 문화 베이글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런베뮤의 크림치즈가 듬뿍 들어간 이유도 같은 까닭이다.

국물이나 찌개 혹은 찬의 역할을 크림치즈나 토핑이 대신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무엇이든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춰 나가야 하는데, 아직도 음식은 구시대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틀딱스러운 생각이 권위를 얻고 있는 것 같다.


다음에 안국역에 가면 런베뮤를 먹어보고 싶다.

질기고 건조해서 뻑뻑한 베이글의 문제점을 해결 했다고 하니 그런 욕구가 일었다.

런던베이글을 욕하는 사람들 덕분에 새로운 시장 기회에 대한 단서를 얻었다.

아직 혁신이 이뤄지지 않은 음식으론 어떤 음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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