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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 Feb 27. 2022

워케이션은 나 좋으려고 시작했어요

강릉에서의 워케이션 2일 차 with 일로오션

 1월 중순에 갔다 온 워케이션 후기를 이제야 푼다. 이번 주말에도 노션에만 초안으로 묵혀둔다면 영영 미발행 글이 될 것 같아서다. 1일 차 내용이 빠져 있길래 어떻게 채워볼까, 제목은 어떻게 하면 더 근사해질지 고민하다가 그때의 솔직한 감정이 제일 마음에 들어 어떠한 수정 없이 그대로 옮겨 적어본다.




"강릉에서 다시 태어나기로 했어요"


 강릉에서 새 출발 하겠다는 포부로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났다. 대부분 직장인에겐 당연한 기상 시간일 수 있지만 원격 근무자에겐 당연한 수면 시간이기도 하다. 강릉으로 워케이션도 왔겠다, 일출도 볼 겸! 일어날 이유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냥 발코니에서 볼까..? 5분 정도 고민하다 어젯밤에 일로오션 운영자분이 추천해준 루프탑으로 향했다. 결론은 보지 못했다. 어제 비번 알려주신 걸 용케 까먹고 문이 잠겨 있는 걸 본 뒤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뒤로 했다(?) 그래도 일찍 일어났으니 목적은 이룬 셈이라 만족스러운 기상이었다.


 호텔 라운지에 마련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목표는 업무 시간 내 집중과 칼퇴! 그리고 나를 위한 자유시간을 함께 보장받는 것이었다. 최근 회사에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어 오늘 업무는 관련 랜딩페이지 기획 작업을 모두 끝내는 거다. 랜딩페이지가 3개나 나와야 해서 양이 방대하기도 했는데, 변화된 환경과 너무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업무에 적응을 못 한 나머지 집에서와 다를 바 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쾌청한 하늘과 깨끗한 바다와 그렇지 못한 내 마음.


 윤(YUN)과 함께 호텔 근처에서 짬뽕을 먹었다. 오전에 느꼈던 감정을 공유하자 윤은 그래도 집에서 있을 때보다 빨리 회복되지 않냐고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평소보다 쉽게 답답하거나 풀리지 않는 마음이 쉽게 가라앉았었다. 맛있는 음식과 첫 만남부터 좋은 인사이터가 되어줬던 윤의 말에 기분 좋은 점심 시간이었다.




"인간에게 관대한 자연에게 감사한 오후"


 최근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플로깅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로오션에서도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송정해변에서 플로깅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점심 먹고 난 후라 소화도 시킬 겸 같이 얘기 나누기에도 좋았다. 겉보기엔 깨끗해보이던 해변도 주의를 가지고 살펴보니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가 있었다. 바다만 보고 걸었지, 모래를 보면서 ‘이 쓰레기들을 어디서부터 왔을까?’를 생각해보던 적은 없었다. 작은 일로 세상을 구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거대한 뿌듯함을 얻으니 자연은 어떤 일에서든 인간에게 너그럽다.




"집중하기 좋은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그렇지 못한 나"


 일로오션을 신청하면 믿고 묵는 아비오 호텔에서의 숙박과 함께 호텔 라운지에서 일을 할 수 있다. 호텔이 워낙 조용하기도 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데스커 등 좋은 가구들을 배치해두셔서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다. 2번째는 명주동에 있는 파도살롱. 조금 아담하지만 따뜻하고 요즘 감성의 오피스였다.


 플로깅을 끝내고 파도살롱으로 자리를 옮겼다. 플로깅하다 늦어버린 미팅에 급하게 참석해 마무리하고, 다시 못다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모든 환경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는데 왠지 모르게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 길어지는 기획으로 지친 것도 있었고, 오늘 하루바삐 움직였다 보니 어느새 체력이 점차 고갈된 이유이다. 찝찝한 마음 가득 안고 6시가 되었고, ‘에라 모르겠다.’하고 장칼국수를 먹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니깐. 뭐가 됐든 끼니를 거르진 않는다. 배고픈건 못 참지.




"워케이션은 나 좋으려고 시작한거야!"


 노곤한 몸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피곤했던 탓인지 한 시간 가량 잠을 잤다. 알람을 맞춰 두지 않았더라면.. 애증의 프로모션 기획이 생각나지 않았더라면.. 내일 일어났을 것이다.

 오늘을 돌아보니 어느 하나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끝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제대로 쉬고도 싶은 마음의 끔찍한 혼종이었다. 프로그램도 다 참가하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더 함께하고 싶은 내 욕심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훔쳐 가는 것 같았다.

 결국엔 스스로 행복하자고 하는 것인데 내일이 오기 전부터 걱정된다면 아쉽지만 포기할 것들을 내려놓고, 조금은 여유롭게 움직이는 게 맞으니깐! 그래서 내일은 업무시간엔 업무에만 집중하기 위해 점심 약속과 선교장을 포기했다. 대신 저녁엔 칼퇴하고 재밌게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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