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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나 Mar 05. 2022

쉽게 변하지 않지만, 노력 중입니다

강릉에서의 워케이션 3일 차 with 일로오션


 오늘은 흐린 하늘과 함께 강릉에서 3일 차를 맞이했다. 아침부터 워케이션에 대해 궁금해했던 팀원들과 가볍게 커피챗을 했다. 커피챗도 미팅처럼 시간을 잡고 하는 가상공간에서의 원격업무이지만 어떤 환경이든 좋은 팀, 조직의 문화는 구성원들이 만드는 것 같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해서 기분 좋은 업무의 시작이었다.




 파도살롱 바로 옆에 있는 소바위트에서 새우소바로 점심을 해결했다. 다른 분들이랑 같이 있더라면 지금쯤 브런치를 먹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혼자서 내 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하며 갖는 여유로움도 좋았다.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어 주위를 거닐다 드립커피를 파는 곳을 방문했다. 맛도 구별 못하는 커피 초보이지만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케냐 원두를 골랐다. 커피를 들고 파도살롱으로 복귀하던 중에 오피스 간판이 눈앞에 보이자 따뜻한 커피 식을세라 발걸음은 다급해졌다. 서울에서의 습관 어디 안 가듯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문득 '저기까지 빨리 걸어가봤자 10초 남짓 더 일찍 도착할 텐데..왜 이렇게 급한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릉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우는데 가장 크게 와닿는 것은 의식적으로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누군가 재촉하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쫓기듯 살다가, 강릉의 한적함, 여유로움에서 쉼을 배우는 중이다.




 오늘은 파도살롱이 무척 한적했다. 원래도 조용한 편인데, 오늘은 더 조용했어서 마치 집에서 혼자 일하는 것만큼의 편안함을 느꼈다. 또 파도살롱 출근 2일차가 되었다보니 더 편해진걸지도.




 감사하게도 일로오션 리오의 집에 초대받았다. 집에 거실이 생긴다면 이렇게 꾸며야지~했던 이상적인 곳에서 사는 리오! 취향이 곳곳에 묻어나 있어 마치 편집샵을 온 것 같았다.

 버드나무 맥주와 고대했던 꼬막 피자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4시간 정도 딥토크를 했다. 최근 핫했던 예능 프로그램들을 쭈욱 돌아주고, 주식부터 워케이션까지 정말 다양한 얘기를 했다. 기억력이 안 좋은 나는 내일 또 휘발되기 전에 급하게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몇 가지를 적어본다.



나이, 직장 등 사람들의 배경을 지우고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


 얘기를 하다보니 다들 다른 삶을 살아왔고, 하는 일도 달랐고 서울에서는 부딪힐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의 첫인사, 첫 궁금증은 보통 나이, 직장, 거주지 등 그 사람의 배경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로오션에서 좋은 점은 그 배경들을 다 걷고, 이 일을 왜 하고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인지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그러다 보면 본 지 3일밖에 안된 사람들과 스우파 하나로 대통합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다. 스우파 짱!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 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By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몇 년 전에 제주도 여행 중에 우연히 알게 된 구절은 여행 때마다 떠오르는 인생 구절이 되었는데, 이번 워케이션도 위 문장처럼 나에게 그러했다. 아직 하루가 남았지만, 괜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이 아쉬우면서도 서울에서 조금은 변한 나의 모습으로 살아갈 생각에 기대하게 된다. 이번 워케이션은 나에게 떠나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기분 좋게 만드는 역할을 해주었다.




 서울을 떠날 때 눈이 오기 시작했는데, 강릉에선 리오 집을 떠날 때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일 다시 일출 보기를 도전하기로 했는데, 눈이 온다면.. 못 보는 거겠지? 여기서 좋아하면 안 되는데.. 부지런해지기로 했는데! 사람은 쉽게 변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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