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은 것과 얻은 것
나는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을 하는 선생님이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린 연령대의 아이들을 가르친 지 20여 년이 넘는다.
2017년 3월 수도권 신도시에 미술학원을 개원했고,
2020년 현재까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술학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선생님들과 2020년의 교육프로그램과 특별한 아동미술 전시회를 개최하고자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하고 대표 원장인 나는 매일매일 기획을 하고 있었다.
전시회를 홍보하기 위해 홍보회사와 계약을 했고(상당히 비쌌던), 매 달 수업 커리큘럼을 꼼꼼히 기획하였다.
그렇게 2020년 1월을 보내고 구정을 보낸 후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는 전국을 흔들었고 전 세계까지 흔들고 있으며 여전히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많은 스트레스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2020년에 계획했던 전시회며 기획했던 모든 행사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3년 넘게 같이 일했던 선생님 한 분을 잃었다.
아꼈던 선생님 한 분과 헤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상처였다.
그래도 다른 선생님과는 서로를 위안하며 응원하며 일하고 있음에 감사를 느낀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던 그때 한꺼번에 닥친 여러 불행들이 너무 힘들어 일부러 공부(박사과정 중)에 매진하려고 했으나 이 또한 시간이 흐르자 번 아웃(소진)이 서서히 오기 시작했고
6월 말이 되자 나는 심각하게 번 아웃되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나는 번 아웃 이후
책도 보기 싫었고 글도 쓰기 싫었고 열심히 하던 SNS도 하기 싫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집에 오면 녹초가 될 때도 많았다.
7월 초부터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7월 한 달간은 듣기만 했다.
여기서 듣기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의하는 인강이었고,
유튜브를 통해 현재 나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강의들을 찾아 듣기만 했다.
운전할 때와 운동할 때는 필수적으로 강의를 들었으며,
그냥 이것저것 찾아서 듣기만 했다.
나는 필기의 여왕이라 강의를 들을 때 받아 적기를 잘한다.
하지만 적기도 싫었다. 그저 듣기만 했다.
7월 말이 되자 서서히 정신이 회복되며,
감사하는 것들과 앞으로 해야 될 것들이 하나씩 정리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책은 읽기 싫지만 글은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고 내 생각의 방향을 정해주는 것 같다.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 무언가를 찾아가고 있다.
기존의 방식에서 좋은 것들을 가져가되 앞으로 변화되는 시대에 맞춰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나보다 어린 세대에게 배우고 있고, 선배 세대에게 배우고 있다.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위해 나의 번 아웃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며 듣기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