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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동규 Dec 02. 2022

콘텐츠에는 수명이 있다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 모를만한 사람인게. 콘텐츠에는 수명이 있다. 아 이거 재밌는데 왜 계속 안해?의 열에 아홉은 수명이 다 했기 때문이다. 그걸 알아차리는건 그리 쉽지 않다. 사람으로 치면 어제만 해도 신나게 조기 축구회에서 볼 빵빵 차던 아저씨가 관짝에 들어간 꼴이니까. 아니 왜? 갑자기 왜? 당황스러운건 당연하지만, 이걸 알아두면 한결 도움이 될 것이다. 콘텐츠에는 수명이 있다.


물론 사신의 눈도 아니고, 수명이 한눈에 보이는건 아니다. 뭐라도 된 듯이 얘기했지만 나도 아이돌 콘텐츠 몇개 찍어본게 전부고 전공은 다큐멘터리라, 날카롭고 예리하게 의견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저 대다수의 업계와 고객 사이의 오해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롯데리아 무슨 무슨 버거, 맛있는데 왜 안팔아요? 안 팔리니까요. 그럼 조회수도 잘 나오고 반응도 뜨거웠던 침펄토론은 왜 끝내는거에요? 이대로 하다간 안 팔릴 것 같으니까요.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무한도전이 대신 해줬잖아요. 


결국 고객들이 원하는건 콘텐츠의 전성기 시절의 기량이다. 늙고 병들어도 좋으니 늘 내곁에만 있어다오는 사랑하는 가족이면 충분하다.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상품이고, 그 형태가 음악이나 예능이나 굿즈나 드라마 등 다양하게 풀어낼 뿐. 결국 중요한건 얼마나 팔리느냐. 팔리지 않더라도, 어떤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이 두가지가 수명을 좌우한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생각하면 쉽다. 팔리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과연 좋은 사례일까 싶은거지 난. 


정리하자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들은 항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점에 이별을 고했다. 흔히 말하는 "질질 끄는"이 붙지 않는다. 산왕을 이긴 사진이 표지로 쓰이는 일은 없었다. 박수 칠때 떠나라? 아니 정확하겐 박수 사그라지기 전에 떠나라.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 감이 좋으니까. 감이 좋으면 뭐가 되는데? 첫번째로 콘텐츠의 수명을 볼 수 있고. 두번째로 떠날 타이밍을 잡을 수 있고. 세번째로 얼마든지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니까. 침펄 토론이 끝나도 침착맨 삼국지가 있다 이말이야. 


그러니 역설적으로, 박수 칠 때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감이 좋고. 그럼 그 감을 믿고 기다려도 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툴앤툴즈와 아가리 대작전은 영원히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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