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동규 Jun 22. 2023

칭찬은 고래도 댄싱 올나잇

기본적으로 칭찬에 인색한 만큼 남의 칭찬에도 감흥이 없는 편입니다. 그런갑다, 그렇게 느꼈나보다. 말로는 어이쿠 감사합니다 아이 그런 말씀 마셔요 하지만 속으로는 '그럴만하니까 그랬겠지'라고 하는 타입이에요. 어떤 칭찬엔 심지어 '뭐야 겨우 이정도에 칭찬이라니. 이 사람도 볼장 다 봤구만'식으로 음침하게 투덜거리기까지 합니다. 정말 심술쟁이 영감이 아닐 수 없구만유.


그런 의미로, 어제의 인터뷰 촬영 때 들었던 칭찬은 올해의 칭찬. 아니 근 10년 내의 칭찬 중 몹시 높은 순위를 차지할만한 칭찬이었어요. 대학교때 제 졸업 작품 상영이 끝나고, 퇴장하는 관객들의 리액션을 딴 적이 있거든요? 막 "별이 다섯개!", "야 니꺼가 제일 재밌다", "너무 재밌어요 감독님!"같은 형식적인 멘트도 많았지만, 꺼이꺼이 운다고 말도 제대로 못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울음이 10년 사이 최고의 칭찬이었어요. 딱히 슬픈 영화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이왕 뜸들인 김에, 사무실 서랍에는 미소가 써준 칭찬. 정확히는 제 자랑이 적힌 편지가 있습니다. 한참 슬럼프에 내 매력이 뭔지 모르겠다 고민하던 때에 적어준 편지에요. 부적처럼 벅찰 때마다 꺼내 읽습니다. 어제의 칭찬은 이 두개의 케이스와 같은 선상에 놓아도 될 정도로 좋았다 이겁니다. 그걸 말하기 위한 빌드업이었어요. 정작 정체를 알게 되면 시시하니까 그냥 툭 던질게요. 인터뷰 질문을 잘 하신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그때 같이 있던 분들이 볼까마 민망하네요. 그, 잠시 차단이라도 할까요? 어쨌든,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인터뷰가 가지는 힘은, 특히나 저처럼 시네마 베리테를 무슨 종교처럼 떠받드는 인간에겐 토르의 묠니르나 다름없습니다. 니가 망치의 신이더냐? 아뇨 그건 아니지만, 스톰 브레이커는 존나 멋이 없잖아요. 인터뷰가 없어도 다큐멘터리는 만들어지지만, 질문없이는 단지 현장 기록이 될 분입니다. 질문을 잘 한다는건, 저에겐 곧 "너 다큐멘터리 잘 만든다"와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뭐 그게 스킬적인 부분이든, 말의 강약이나 발음. 단어 선택. 혹은 사전 준비가 됐든 뭐 모르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실수 있스셉습세요?" 따위로 말을 전 기억밖에 없지만, 중요한건 출연자가 편안함을 느꼈다는데에 있습니다. 뭐 빈말이면 어때요. 최소한 <빈말이라도 해주고 싶은 감독>까지는 달성한거잖아요. 


아 이래서 칭찬을 하는구나. 이렇게 하루가 훌쩍 지났는데도 헤벌쭉 거리게 만드는데에, 칭찬보다 가성비 좋은 솔루션 있으면 들고와봐요. 뭐요, 침묵은 금이라구요? 말 한마디는 천냥 빚을 갚는다구요. 천냥은 지금 돈으로 7000만원 정도 하네요. 어떻게, 7000만원 가질래요 금 하나 가질래요? 말은 발 없이도 천리나 갈 수 있다구. 

매거진의 이전글 AI와 영상 편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