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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un 16. 2020

진정한 오리엔테이션이란 이런 것이구나

학부와는 또 다른 대학원의 세계의 시작

지난 편에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대학생이 된듯한 설렘에 빠졌다가... 결국 첫 수업에 지각하고 만다. 시작이 중요한데 대체 난 왜 이런 것인가.. 스스로 자책하면서, 지나가던 학생의 도움으로 겨우 강의실을 찾아냈다. 우선 문을 열기 전, 얼굴에 죄송한 마음을 가득 담았다. 그렇게 대학원 수업의 첫 시작을 열었던 순간,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바로 교수님과 수강생 6명이 원을 그려서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교육대학원을 나오긴 했지만 사실 내가 아는 대학에서의 수업은 굉장히 많은 학생들, 적어도 30명 이상의 학생들이 모여 함께 듣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군중의 틈을 비집고 조용히 들어가면 되려니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수강생은 나를 포함해 7명이었고, 문을 여는 순간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을 때 다들 그러려니 하며 하던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하셨다. 그때 본래 대학원 수업은 이렇게 소규모로 진행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교수님의 설명과 수많은 질문들. 이어지는 답변과 또 다른 이야기로의 확장. 그렇게 나의 첫 오리엔테이션은 장장 2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오리엔테이션이니까 일찍 끝날 것이라고 기대했던 나의 기대는 저 멀리... 사라졌지만 첫 수업이 끝난 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 수업을 왜 들어왔고, 평소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비추어 보았을 때 이러한 이론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뭔가 그래도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시작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원을 간 목적 중 하나가 일상에 대한 권태로움이기도 했으니까. 뭔가 늘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사유할 시간은 없이 주어진 일을 급하게 처리하고. 쳇바퀴를 도는듯한 일상 속에서 진지하게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혹은 그 외의 여러 가지 들을 조망하고 생각할 시간도 기회도 없었는데. 그런 부분들에 있어 이 짧은 순간은 내게 있던 목마름을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수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업무적인 것들, 나를 증명해야 하는 것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이거나 혹은 다 큰 어른들이 모여 누군가를 뒷담화하거나 세상의 가십들을 곱씹는 이야기들 뿐이다. 내가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대화들이 참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누군가를 판단하고 구분 짓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참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나는 조금 더 이상적인 것들, 나를 발전시키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누고 싶지만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런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자칫하면 진지충으로 오해받기 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소규모로 모여서 관련한 주제들에 대해서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며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나의 첫 오리엔테이션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런데 혹시 직장인들에게 있어 일하고 수업을 가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이라면, 오리엔테이션 주는 생략할 수 있는 팁이 있다. 우선 대학원 수업은 수강신청이 전혀 치열하지 않다. 그렇기에 어차피 들을 수업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고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다면, 수강신청 기간에 수강신청을 안 하고! 과감하게 개강 첫 주가 다 지날 무렵 수강신청을 해도 된다. 그러면 아무리 오리엔테이션이지만 괜히 출석부에 기록되어 내가 오리엔테이션을 안 왔음을 분명히 할 필요도 없고, 자연스럽게 다음 수업부터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꼼수를 통해 한 주라도 체력 소모를 줄이는 분들을 여럿 보았고 이 또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옛날 사람 마인드라 그런지... 강의계획서가 업로드되어 있어서 가서 직접 안내를 듣고 오는 것이 마음이 편해 결국 모든 오리엔테이션 수업에 참석했다. 그리고 어차피 수업과 유사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면서도 배우는 것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요령껏 하는 것도 슬기로운 대학원 생활의 일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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