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Nov 07. 2020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도서관을 다녀왔다

연구방법론을 결정하기까지의 사연

일하고 있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대출 대기를 걸어놨던 책이 도착했다는 알림이었다. 나는 원래 책을 좋아하고, 또 책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 왠지 이론서들은 그렇게 되지를 않는다. 그 엄청난 두께가 나를 압도해서인가, 아니면 내가 결국엔 끝까지 읽지 않을 것이라는걸 스스로 알고 있어서 일까. 아무튼 이러저러한 연유 끝에 도서관에 신청했던건데 역시 다들 사기 애매한 도서라 그랬는지 기다림이 길었다.


이번 주는 내내 야근을 했고 지칠대로 지쳐있는 몸인데 퇴근하고 길 막히는 도로를 뚫고 가서 책까지 찾아와야 한다니. 오늘은 거기다 금요일이라 더 막힐텐데 가지 말까. 책을 언제까지 찾으러 가면 되나. 기한을 찾아보니 이런, 다음 주 화요일까진 가야 한단다. 금요일도 아닌 평일은 더더욱 가늠하기 어려우니... ‘어쩔 수 없다! 주말에 보게 가지러 가야지.’


가을에 물든 대학 캠퍼스의 낭만이란.

오랜만의 학교 방문이다. 확실히 대학원을 수료하고 나니 학교에 올 일이 잘 없다. 그나마라도 교수님 뵈러 오던 것도 코로나의 위협 땜에 전화통화로 대신한지 오래다. 학교는 대면 수업이 없다는 것치곤 많은 학생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참, 곱게 물들어 아름다웠다. 그래, 퇴근하고 여길 왔을 때 잠시 직업인의 삶을 떠난 것 같았던 그 느낌. 그게 바로 이거였지, 싶다.


그렇게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빌려왔다. ‘알기 쉬운 혼합연구방법.’ 그렇다. 나는 이번 박사논문을 혼합연구로 쓰기로 했다. 혼합연구를 선택한 것은 그 어떤 심오하고 철학적인 사유가 바탕이 된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이는 지극히 실용적인 이유이면서 지금 나에겐 혼합연구방법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알기 쉬운이라..... 설마 뻥은 아니겠지

혼합연구에 대해 찾아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Creswell. 내가 이 책을 볼 수밖에 없게 된 것은 교수님과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지난 7월, 나는 교수님께 지금부터라도 조금 부족한 양적 연구 스킬을 더 키워가면서 양적 연구 논문을 쓰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원래 지도교수님이 양적 연구 전문가이시기도 하고, 그러니 제자인 나도 지도를 받으려면 그 편이 낫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수님께 ‘저 이제부터 열심히 공부하면서 쓸게요!’라고 했으나!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혼이 났다...


박사논문을 쓰려고 지금부터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적어도 연구방법론적인 부분은 학교를 다니면서 기본이 갖춰졌어야 하는데 이제와서 방법을 배워서, 그것도 박사논문을 쓴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양적연구가 논문만 보면 통계 돌리고 말 것 같지만 얼마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지 알고 있느냐고. 지금 와서 양적연구를 완벽히 배워서 한다는 것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양적연구를 기초로 하지만 질적연구로 그 결과를 보완할 수 있는 혼합연구로 차라리 쓰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 교수님의 결론이었고, 나는 당연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맨날 누군가를 가르치고 혼내다가 막상 배우고 혼나는 입장이 되어보니 느끼는 것이 많다. 교사에서 학생으로 돌아간 뒤 내가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정말 당근과 채찍을 균형있게 잘 사용할 때 학생의 발전이 있지 ‘잘한다, 잘한다’만 해준다고 발전하는 것도, 혼내기만 한다고 발전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떤 피드백을 받을 때 내가 동기부여를 받는지, 더 성장하게 되는지를 교수님과의 관계 안에서 늘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나에겐 늘 합리적이면서도 따뜻한 교수님의 당근과 채찍이 유효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이번 주말에 논문 계획을 재정비할겸 열심히 읽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글은 반성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