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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Nov 08. 2020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어요

대학원 생활의 첫번째 시련, 글쓰기

나는 글을 못 쓰는 편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나름 잘 쓴다고 자부한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교 1학년 교양 과목을 들을 때의 일이다. 문학에 대한 수업이었고, 그때 난 새벽 다섯시까지 앉아서 김훈의 <칼의 노래>라는 작품을 분석, 비평하는 글을 썼었다. 존경하는 작가이다보니 여느 때보다 더 열심히 쓰기도 해서 그런지 과제를 제출한 후 다음 수업 시간에 폭풍 칭찬을 받았다. 일어나서 읽어보라고까지 하시며 이 비평 속에 담긴 사유의 깊이를 같이 발견해보자고까지 하셔서 쑥쓰럽지만 기분은 좋았던 날이었다.


일을 하면서도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큰 부담은 되지 않았다. 형식적인 보고서부터 축사나 환영사 같은 의전용 글까지. 그래서 글쓰기는 자주 나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일부였고, 계산하고 엑셀 만드는 것보단 자신이 있으니 스스로도 무리없이 받아들이며 업무를 수행해왔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글쓰기의 시련이 다가오게 된 것은 대학원에 들어와 과제를 하면서부터이다.


주말마다 노트북과의 글쓰기 전쟁을 선포하는 삶이란


처음에는 그냥 내가 쓰던대로 글을 써서 제출했다. 어렵지도 않았고, 그게 나에게 그리 대단하지도 않았다. 그냥 늘 그렇듯 페이퍼를 읽고 어느 정도 정리해서 써서 내는 그런 느낌이었다. 나름 다 쓰고나서 읽어봐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주말을 반납해야한다는 것이 문제이지 할만 하기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두 시간쯤 수업이 지나고부터 교수님의 날카로운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래서 여기에 본인의 생각은 어디에 담겨 있어?”, “이 글을 통해 그래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그냥 자기 생각말고 학문적 체계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사고에 기반해 본인의 생각에 대한 논리를 펼쳐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은 어떻게 구현하고 있지?” 등.


처음에는 이런 피드백을 주셔도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그냥 ‘잘 못쓴다는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 정도이지 교수님의 심오한 피드백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다른 교수님은 심지어 내가 중간보고서로 낸 페이퍼를 읽고 “아니 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쓴거니?”라고 하셨다. 난 아직도 그날 빨개졌던 내 얼굴이 떠오른다. 그때 속으로는 ‘내가 쓴거 제대로 안읽고 그냥 말하시는 것 같은데 아닌가...’라는 오만한 생각까지 하며 속상한 마음을 교수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글쓰기가 이렇게 큰 시련을 주다니. 애초에 자신이 없던 일도 아니고, 나름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내 발목을 잡으니 처음에는 수긍 자체도 어렵고 도무지 내 문제를 발견해내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다. 내 글쓰기가 확실히 문제였다는 것을.......  그것을 발견하게 도와준 것은 움베르토 에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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