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생긴 일
예전에 내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매일매일 글을 담았었다. 문장도 엉망이고, 맥락도 맞지 않은 글이었지만 그저 누군가 읽고 공감해 주는 댓글이 정말 행복했었다. 그런데 그 행복은 나의 게으름을 이기지 못한 듯싶다. 글의 멈춤이 자주 생겨났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를 담지 못했던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몇 주동안 강제 쉼을 하면서 무기력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 멍한 모습으로... 나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채...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나의 일주일은 온라인 세상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가 그 시간을 채워주었다. 자신들의 위치에서 활동하는 이야기, 엄마로서의 이야기, 독서를 통한 그들의 이야기 등... 그 이야기들로 나는 다시 나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사춘기 아이들을 둔 부모의 이야기
어느 순간 분 터 닫혀있는 아이들의 방문 앞에서 잠시 서성이게 되었다. 노크라는 에티켓은 알지만 그 이후 냉담하게 들려오는 아이의 말
"왜"
이 말이 서운함으로 다가올까 봐, 그 서운함으로 내 마음을 다치게 될까 봐 겁을 먹는다.
하지만 부모이기에 '챙김'을 위해 다가간다. 허기짐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고민이 있지 않을까 해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오늘도 아이에게 다가서고 있다.
부모가 되어버린 자식의 이야기
'엄마 밥 먹고 싶다.'
한 광고에서 나온 말이다. 그 광고로 인해 나도 엄마 밥이 먹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부인이 되고, 아이들의 엄마가 된 후 나를 위한 밥이 아닌 가족을 위한 밥을 준비해 왔던 나. 그런 내가 오늘은 엄마가 해 주신 밥이 먹고 싶다. 퇴근 후 나는 친정으로 자동차 핸들을 돌린다. 갑작스러운 딸의 방문으로 엄만 놀란 표정이시다.
"나 엄마 밥이 갑자기 먹고 싶어 져서"
엄만 갑작스러운 딸의 방문에 놀라셨지만 있는 반찬 꺼내시고 없는 반찬 만들어내시면서 오롯이 나를 위한, 엄마의 자식인 나를 위한 밥상이 차려졌다.
"오~~ 오랜만에 엄마 밥 먹으니 좋~다."
나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차 안에는 밑반찬과 채소들이 가득이다. 딸 밥 먹는 동안 밑반찬 몇 개 만드시고 직접 키우신 상추랑 마늘종을 바리바리 싸주신 엄마. 혹시나 뭐 더 챙겨주실 것 없나 냉동실 문을 열어놓고 한참 들여다보시고 계신 모습에 나는 좋으면서도 죄송한 마음으로
"엄마 나 안 굶어 그만 챙겨요. 냉장고에 넣을 때 없는데"
하며 투덜거린다.
<이야기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생긴 일>
이야기가 끊긴다고 해서 무슨 일이 있게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잃어버린 세상에서 생긴 일> 그림책 안에서는 깊은 침묵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들 세상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세상이라는 종이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새겨가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로 또 나의 이야기로 우리들의 세상이 빛을 잃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