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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17. 2015

그냥, 가고 싶어서 덴마크

사실 별 이유 없었다.

(드디어 쓴 다. 첫 글을)


벌써 5년 전이 돼버린 학부생 3년차 여름방학. 대학생활 중 교환학생은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었고, 할 줄 아는 외국어는 영어밖에 없으니까, 영미권이어야겠다며 막연히 정해놓고 있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미국은 나름 접해본 바가 있었고, 영국은 고등학교 때 2주 짜리 단기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맛 보기를 했다는 자만감에 '유럽인데 영어할 줄 아는 나라'로 가겠다고 급하게 선회했다.


턱 괴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남들이 아주 자알- 다녀왔다는 교환학생 수기를 보는데, 덴마크에 대한 글이 있었다.


그때 쯤 내가 덴마크에 대해 아는 바는 남들에 비해 별 것 없었다. 알파벳 D로 시작하는 나라,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정도였고 조금 더 골똘히 생각해야 안데르센의 고향, 레고의 원산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유럽 북쪽에 있다고 하니 날씨가 덥지 않겠구나! 하는 아주 1차원적인 세계지리(?) 정도. 미국-자유의 여신상, 프랑스-에펠탑처럼 아이코닉한 랜드마크가 덴마크에 있는지*, 화폐 단위가 유로인지 아닌지** 등도 잘 모르는, 관심 밖의 나라였다.  


내가 읽은 후기의 글쓴이는 덴마크에서의 생활이- 수준 높은 공교육으로 모든 사람들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해서 편리했고, 자전거로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시가지가 신기했고, 동화책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에 감동도 받았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했다'고 전했다.

잠시 후 내 머리 속에 펼쳐진 장면은 파란 하늘과 파란 물 청량한 공기가 가득한 도시의 매끄러운 길 위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푸르름을 직접 보고 싶어 이듬해 여름 나도 덴마크 땅을 밟았다.


그리고 딱 기대했던 풍광을 접했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행복했다.


덴마크에서 돌아온 후 이제 몇 년이 지났지만, 서울 대로변을 다니다가도 코펜하겐의 비에 젖은 골목길이 장면 장면 떠올라 눈 앞을 가린다.

안개의 내음과 다닥다닥 빗방울 소리가 계속 울린다.


행여나 누가 뺏어갈까, 그 특별함을 깎아내릴까 노심초사하며 내 머리 속에서만 닳도록 보듬던 덴마크에 대한 감상을 더 이상 혼자서만 지니고 있기 어렵다. 이제는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다. 쭉.


그래서 시작한다.






*덴마크에는 그렇게 막대하게 높고 큰 건축물이 있는 것 같진 않다.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만큼 크지는 않아도 상징성있는 볼 거리는 아마 인어공주 동상인 듯 하다.

**덴마크는 고유 화폐인 크로나Kroner을 쓴다.


아 참 그리고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는 덴마크 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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