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해녀의 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여해 Mar 22. 2022

중급 프리다이버 되기 : AIDA3

7월 제주바다의 높은 너울과 파도를 처음 겪어보다

AIDA2 다음 코스는 AIDA3이다. AIDA3부터 중급 프리다이버가 되고 AIDA2를 따기 위해 AIDA1이 필요 없던 것과는 달리 AIDA3을 위해선 AIDA2 자격이 필요하다. 


AIDA3 자격 기준은 다음과 같다. 


물속에서 숨 참기(Static apnea, STA) : 2분 45초 이상

물속에서 오리발 신고 잠영(Dynamic with fins, DYN) : 55m 이상

오리발차기로 수심 들어갔다 오기(Constant weight, CWT) : 24m~28m

10m 레스큐


AIDA2와 마찬가지로 수영장 교육 1회, 바다에 나가는 교육 2회로 진행된다. 


STA, DYN : 멍 때리고 숨 참는 게 제일 좋다


2021년 7월 4일 AIDA3 교육을 시작했다. 즐거운(?) 이론 교육을 마치고 제한수역(수영장) 수업을 갔다. 수영장 트레이닝을 하러 온 분과 함께 스태틱과 다이나믹, 그리고 버디 역할을 번갈아가며 진행했다. 두 번째 스태틱 기록은 3분 20초이다. DYN는 60m로 기준을 통과하였다. 이후 CO2 table을 짜서 다이나믹을 해보았는데, 정말로 괴롭다! 이후 CO2 테이블 다이나믹은 나에게 극혐 종목이 되었다. 다이나믹 자체도 프리다이빙 종목 중에서 가장 별로였는데, CO2 테이블 다이나믹은 정말 괴롭다. 수심을 들어가는 게 가장 좋다. 그리고 온몸의 긴장을 풀고 멍 때리며 숨 참는 스태틱이 가장 편하다


다이나믹을 하는데 선생님께선 나의 플라스틱 핀이 맘에 들지 않으셨는지 옆에 계신 다른 프리다이버 분께 카본 핀을 빌려서 신겨주셨다. 

"차는 것 같지 않아요! 이상해요!"

카본 핀의 부드러움이 도리어 어색해서 다시 플라스틱 핀을 착용했다. 싸구려 플라스틱 핀이지만 살 때는 거금이라고 여겨졌던 15만 원짜리 나의 첫 핀이다. 이후 구매한 카본 핀은 이보다 훨씬 비싸지만, 이제는 다이빙 장비 가격에 면역이 생겨서 그런지 웬만하면 놀라지 않는다. 8월 태풍이 머나먼 남쪽 바다에 머물 때 놀러 간 마라도에서의 목숨 건 펀 다이빙에서 와장창 부서져 수명을 다했지만, 21년 내내 나의 다이빙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던 소중한 핀이다. 


스태틱 준비 호흡 : 멍 때리기 달인일수록 스태틱을 잘하는 듯하다

처음 겪는 물 멀미  : 중성부력, 마스크 없이, 팔로만 상승하기


2021년 7월 11일 오전 10시에 AIDA3 교육을 진행하는 다른 교육생과 함께 바다로 나갔다. 날이 매우 흐리더니 곧 비가 왔다. 준비 호흡 후 최종 호흡을 하고 바다로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았는데, 길어봤자 2분 남짓한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에 올라오니 오도도독 비가 내리고 있다. 처음 맛보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느낌이었다. 교육은 섶섬 동쪽에 있는 고정 부이에서 진행했다. 


나는 뱃멀미를 안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높은 파도와 너울을 재미있어하지 멀미는 전혀 없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배낚시도 많이 다녔고, 갯바위를 가기 위해 낚싯배를 자주 탈 때도 다른 사람들이 멀미를 해도 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날은 아니었다. 너울이 올 때마다 그 높이에 눈앞에 있는 섶섬이 가려졌다. 

“선생님, 저 멀미하는 것 같아요.”

“저도 좀 하는 것 같아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선생님도 나와 비슷하게 멀미가 없는 분이셨는데 괴로운 멀미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교육은 빠르게 진행됐다. 워밍업 두 번에 중성부력을 맞춰보고, 10미터에서 마스크를 빼고 상승하기, 15미터에서 피닝 없이 팔로만 상승하기, 수심 10m에서 레스큐 과제를 순식간에 끝냈다. 그 와중에 다른 교육생이 다이빙하는 동안 나는 수면에서 토를 몇 번이나 했다. 지난 5월 AIDA2를 딸 때도 2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토악질을 경험했는데, 이번에 AIDA3을 딸 때도 토라니. 


다이빙할 때 비가 오더니 바다에서 돌아오니 비가 그쳐 오후 시간엔 올레 8코스를 걸었다. 걸으면서 바다에서 토하니까 사방이 변기통 같아 토하기가 참 편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웃겼다. 멀미를 겪는 그 순간에는 지금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뿐인데, 멀미가 없어지자 이런 태평한 소리라니. 



마스크 압착이라는 문제에 봉착하다 


AIDA3 마지막 개방수역 교육은 7월 31일 남편의 AIDA2 교육일에 맞춰 이뤄졌다. 교육 기간에 있어 텀이 좀 있었지만, 바다에서 펀 다이빙을 자주 하고, 또 매주 토요일 해녀학교에서 다이빙을 하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도 큰 문제는 없을 거라 하셨다. 기본 과제들은 지난번 토와 함께 마무리를 했기 때문에, 마지막 개방수역 교육에선 수심과 프리폴 경험하기가 메인이다. 


무엇보다 펀 다이빙은 수심 트레이닝이랑 다르다. 우리가 펀 다이빙을 하러 들어가는 바다는 깊으면 10m이고 대체로 평균 5~6m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수심은 3~4m 정도이다. 즉, 이렇게 선생님과 함께 수심 트레이닝을 하러 나가지 않으면 제대로 된 수심을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다이빙 자체를 많이 한다는 이유로 수심 들어가는 것의 심각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목표했던 수심을 어렵지 않게 다녀온 것도 컸고, 그래서 수심을 늘리는 것을 보수적으로 나의 신체에 맞게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냥 맨날 들어가는 거 조금 더 오래 숨 참고 조금 더 다녀오는 것뿐이라고 여겼다. 수심을 들어갈수록 수압은 세지고, 폐는 그만큼 쪼그라들기 때문에 훨씬 얌전한 다이빙이 필요하다. 다이빙 횟수가 많음 = 수심 다이빙을 잘할 수 있음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AIDA3 교육 시간이었다. 


AIDA3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24m 수심을 내려가는 건 문제가 없었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쓰는 마스크가 스쿠버 다이빙 용이어서 두꺼운 공기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마스크 압착도 심했고, 눈 주위 모세혈관이 압력을 받아 터져 눈티방티가 되었다. 이후 프리다이빙용 마스크를 구매하였지만 마스크 압착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10월까지도 지속돼서 수심을 빠르게 늘리고 싶은 욕심이 있던 나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 마스크 압착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마스크를 너무 꽉 조인다는 점. 마스크는 그냥 얹어져 있는 정도로 장착해야 한다. 두 번째는 내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마스크 안의 공기를 코로 들이마시고 있다는 점이다. 마스크 안의 공기를 빨아들이려는 기이한 하지만 꽤나 본능적인 행위를 중단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방법으론 마스크를 안 쓰거나 플로이드 고글을 착용함으로써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강사 과정에서 마스크를 쓰고 수심을 내려가야 하는 필수 과제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노 마스크나 플루이드 고글로 해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 바다에선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의 옵션을 넉넉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낫다



새로이 얻은 과제 : 프리폴 잘 타기


처음 타보는 프리폴은 느리고, 당연히 자세도 엉망이다. 뒤집어 지기 일보직전에 턴을 한다. 그래서 다이빙 타임이 길어졌는지 올라올 때도 계속 수면을 쳐다보며 릴랙스가 풀린 모습을 보여준다. 프리폴뿐만 아니라 수심 트레이닝도 AIDA 교육 외엔 한 적이 없어 여전히 고개가 들려있고, 어찌할 줄 모르는 팔 모양을 보인다. 그리고 지금 보면 왜 선생님께서 나의 핀을 바꿔주고 싶어 하셨는지 이해가 간다. 나의 근력부족 허벅지에 플라스틱 핀이 매우 버거워 보인다. 올라올 때도 빙글빙글 돌며 상승하는 추태를 보인다. 


처음 타본 프리폴, PB 24m 찍은 CWT



AIDA2에는 없는 프리폴(freefall, 자유 하강)은 음성 부력인 구간에서 가만히 있어도 중력의 힘으로 바닷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원리를 이용한다. 중급 프리다이버가 되는 AIDA3 과정에 있는 이유가 있다. 수심을 타기 위해서 프리폴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스태틱을 할 때처럼 온몸에 힘을 빼고 릴랙스를 해야 우리 몸의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 최종 호흡으로 한 숨 머금고 들어간 폐에 저장해놓은 산소를 야금야금 써먹어야 하는 프리다이빙은 우리 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산소 소모가 적은 것이 더 중요하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이 수심 탈 때 사용하는 프리폴이다. 


프리폴을 타다 보면 프리폴 자세 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점점 더 적나라하게 깨닫는다. 지금도 K26에 가서 두 시간 넘게 프리폴 자세만 연습하는데도, 만족스러운 프리폴이 되지 않는다. 나보다 훨씬 실력자와 그리고 여러 명과 다이빙을 하지 않는 이상 프리폴 자세를 완벽하게 촬영하여 디테일을 짚어가며 자세 교정을 받기 쉽지 않다. 다른 스포츠 레슨과 다르게 안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세이프티가 있지 않은 이상 똑같은 수심을 따라와 함께 다이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영상을 찍어보아도 물속에 들어가면 또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많이많이많이 프리폴을 타보는 수밖에 없다. 


수심 연습의 문제가 아니라 드라이 트레이닝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여 코어를 비롯한 온몸의 근력운동도 시작해본다. 프리폴도 매일 연습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아한 고래 같은 프리다이빙은 아직도 멀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다이빙 입문 코스 : AIDA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