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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백꾸 Jun 01. 2021

친환경 패션을 만드는 주체는 바로 ‘나’

Cost per wear

요즘은 친환경 이야기가

틀면, 나온다.



친환경 소재로 옷을 만들었어요.
페트병 재활용해서 만든거에요.
쓰레기를 모아서 업사이클링 해봤어요.




주위를 돌아보면 아직 텀블러 사용도 익숙해지지 않은 세상 같은데, 기업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친환경 이야기를 하지 않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중에서도 친환경 패션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디스커버리, 노스페이스, 아디다스, 나이키 … 모두가 약속이라도   '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패션'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버려진 페트병에서 실을 뽑아 옷과 신발을 만들었단다. 그러니 이왕 사는거 사이클 된걸로 입는건 어떻냐고, 지구에 도움되는 일을 함께 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노스페이스 [플라스틱병, 옷이 되다]



나는 노스페이스 버스광고를 통해 플라스틱 옷을 처음 접했던 것 같다. 사실 눈앞에 지나가는 옥외광고 카피를 보고 별 감흥은 없었다. 플라스틱으로 뭘 어떻게 만든다는거지? 라는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기도 했고, 그냥 비슷한 디자인이면 저걸 사는게 낫겠다. 싶은 정도의 마음만 들었던 것 같다. 환경 캠페인에 아주 간접적으로 동참하는 듯한 작은 임팩트만 남긴 광고였다.



이처럼 친환경 패션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그리 강렬하지 못했는데, Cost per wear 라는 개념을 접하면서 본질을 깨달았고 점점 친환경에 진심이 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예전에는 단순히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소재로 만든 옷이라고 하면 '좋은게 좋은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니다.



더 본질적인 개념

Cost per wear 를 같이 생각하게 된다.




CPW (Cost per wear)



개념 풀이는 사실 간단하다. 옷의 가격을 단순히 판매가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입는 횟수(Number of wears)로 다시 쪼개어 생각해보자는 것. 얼마나 자주 입고 얼마나 오래 입느냐에 따라 그 제품의 값은 다시 정립되는데, 여기서 구매자 개개인의 책임과 안목이 중요하다는 교훈이 남는다.



(좌) A 브랜드 (우) B 브랜드



A, B 브랜드 청바지를 아래와 같은 특성으로 가정해보자.



A브랜드: 10만원, 친환경 소재 99%, 봄~초여름

B브랜드: 20만원, 친환경 소재 10%, 봄~초여름



가격도 더 저렴한데 소재까지 친환경 99%인 A브랜드 청바지. 단순하게 생각하면 A브랜드가 가격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더 훌륭해 보인다. 물론 디자인은 둘 다 마음에 든다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Cost per wear 개념으로 접근해보면?



30대 여성 직장인이 A, B 브랜드 청바지를 둘 다 구매했다고 다시 가정해보자. 옷장에는 A, B 브랜드 청바지가 아주 공평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런데 그녀의 일상을 관찰해보니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이라 그런지) A브랜드 청바지는 1년에 1~2번 입을까 말까 한다. 반면 B브랜드 청바지는 친구를 만날때도 출근할때도 곧잘 코디해서 입는다. 별다른 패턴 없는 심플한 디자인이라 그런지, 겨울에도 레깅스와 함께 즐겨 입는다. 그녀에게 B브랜드 청바지는 말 그대로 사계절 내내 코디할 수 있는 데일리템이 되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손이 잘 가지 않던 A브랜드 청바지는 의류 폐기함으로 버려진다. 옷장에는 B브랜드 청바지만 남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친환경 패션에서 진짜 중요한 포인트를 알 수 있는데, 바로 리사이클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마냥 좋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경에 도움되는 소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나한테 정말 필요한 옷을 사야한다.

1년에 1~2번 입고 버리는게 아니라
자주, 그리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그렇지 않은 옷, 신발 앞에서는
#멈칫 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Cost per wear 는 ‘자주 그리고 오래 입는게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 자체에 의존한채 양심의 가책을 덜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만든 옷을 구매했는데 결과적으로 1~2번 입고 버리게 된다면, 이걸 과연 친환경 소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보다는 일반 면소재의 옷을 사서 10년 동안 꾸준히 입는게 훨씬 나을 것이다.



결국 친환경 패션을 결정하는 주체는 '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 개개인이 CPW 개념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책임있는 습관,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또한 선행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래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소재를 골라내는 안목을 기르면 더 좋을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친환경 마케팅 용어에 현혹되지 않을 일종의 소비줏대 같은거 말이다 :)



Cost per wear 계산기



찾아보니 누군가Cost per wear 계산기도 만들어놨는데, 계산기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Question들이 꽤 의미있는 것 같아 공유해본다.





https://view.ceros.com/conde-nast/cost-per-wear-calculator/p/1

*궁금한 분들은 직접 들어가서 해보시길-



[물음1] 옷을 얼마나 자주 입을 것 같나요?


(속뜻)

너 이거 사면 자주 입을거 같아?

저번처럼 중요한 날 하루 입고 버리려는거 아니지?



[물음2] 특정 계절에만 입을 수 있는 옷인가요?


(속뜻)

이거 너무 계절 타는 옷 아니니?

비슷한 것 중에 사계절 내내 입을 수 있는건 없을까?



[물음3] 드라이 클리닝이 필요한 옷인가요?


(속뜻)

드라이 클리닝은 비용, 환경, 건강에 모두 안좋은거 알지?

손빨래 가능한걸로 찾아보면 좋을 것 같은데..



[물음4] 얼마나 오래 입을 것 같나요?


(속뜻)

저번처럼 또 유행타는 옷 샀다가

1년 입고 버리는 일은 만들지 말자.



계산기를 툭툭 클릭하면서 넘어가는데, 질문 하나하나 뭔가 몽글몽글하게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다들 링크 타고 들어가서 한 번씩 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유행에 따라 너무나도 쉽게 사고 버려왔던 의류 소비. 그동안의 나의 소비습관을 얼마나 반성하게 됐는지 모른다.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즐겨찾던 서울스토어, 무신사 등 쇼핑 플랫폼을 이제는 좀 멀리하고 싶어졌다. 그동안은 쏟아지는 신상품, 유행, 트렌드에 열광하는 사람들 덕분에 패션 산업은 호황을 누려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환경 문제를 조금이라도 돌아보기 위해서라도 개인과 기업이 모두 변해야 한다.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개인, 즉 소비자가 제일 먼저 바뀌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당연한 매커니즘 때문인데, 소비자가 바뀌면 생산자는 (누구보다 빨리) 바뀌기 때문이다. 



유행은 결국

1년 후 쓰레기, 폐기물이다.



조금은 극단적으로 생각하며 마음가짐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유행을 쫓는 소비'가 얼마나 허무한 결과물을 낳는지 알고 있기에.. 개인의 양심을 조금씩 챙기는 중이다. 물론 아직도 '내가 변한다고 세상이 변해?' '나만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닌데' 이런 생각이 떨쳐지진 않는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이라는건 언제나 소수의 집단으로부터 시작되는거니까, 조금씩 인정하고 노력하는게 맞는 것 같다.



나부터 변화하자. 그래야 주변에 있는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바뀔 수 있고, 그 변화의 영향력은 어느순간 넓게 뻗어나가 있을 것이다. 뭔가 거창한 다짐을 구구절절 적기만 한 것 같아 민망한데.. 언젠가 바뀌어있을 세상의 모습이 궁금하고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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