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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Jun 19. 2020

교육의 몰락, 누구 책임인가

교육의 책무성(Accountability)

  우리 사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그 원인을 교육에서 찾는다. 교육을 받지 못해서, 혹은 우리 교육이 엉망이라서 등의 이유로 교육에 책임을 전가하니 교육자나 교육업계 종사자들의 어깨는 더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나 또한 교육에 뜻을 두고 공교육과 사교육간의 괴리를 좁힐 방법을 찾아보고자 대학원을 선택했지만, 더 많이 공부할수록 변화가 필요한 곳은 항상 교육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


  캐나다의 교육개혁 전문가 마이클 풀란(Michael Fullan)의 말을 빌리자면, 병든 교육은 병든 사회를 반영한다. 물론 교육과 사회가 직접 상호 연관이 있기 때문도 있지만, 병든 시스템의 내부 작동원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정한 개혁이 필요한 것은 사회 개혁이지, 학교 개혁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행정, 교육평가 쪽 과목을 공부하다가 접하게 된 신박한 단어가 있었다.

Accountability (책무성)

사전적 정의는 책임에 조금 더 가까운데, 이게 Responsibility의 책임과는 달리 설명하는 행위에 초점이 있어서,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기꺼이 책임을 지고 잘못을 수정하는 주체'의 의미도 포함된다. 이 책무성이라는 단어를 교육으로 가져오면 '교육의 책무성'이란 교육의 효과, 또는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혀내려는 것보다, 오히려 그렇게 된 이유를 밝히고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던 이유는, 교육이 누군가 한 주체의 힘으로 끌어나갈 수 없는 구조임을 잘 나타낸 단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4~5년 전부터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이라는 역진행 교육 방식이 새롭게 각광받았다. 학교에서 교사의 수업을 듣고 집에 가서 교사가 제공한 자료를 공부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서, 집에서 미리 교사가 재구성한 자료를 학습하고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토론하며 퀴즈를 내고 맞추는 구성주의식 공부방법이다. 이것이 이론적으로 그럴듯하고 너무 괜찮은 혁신적 방법이기 때문에 많은 학교에서 이를 채택했다. 
그런데, 이곳저곳에서 학생들과 학부모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숙제가 인터넷 강의 보고 오기예요. 선생님은 수업 안 하셔요."부터 시작해서 "학교 수업시간에 동영상으로 수업 들어요. 토론할 시간 없던데요?"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거꾸로 수업이 잘못 이행되고 있는 모습들이 나타난 것이다.

위 사례는 내가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을 공부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학생들에게 물어봤던 거꾸로 수업의 실황이었다. 물론 제대로 이행되었던 수업에서는 기존 수업보다 만족한다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위의 불만들이 대다수였다. 이건 누구의 문제일까. 거꾸로 수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교사의 문제일까? 교사 연수 등 교사들을 교육시킬 여력은 없으니 스스로 공부해서 이번 학기 거꾸로 수업으로 시수를 채우라고 지시하는 교장 혹은 교육 행정인력이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 아이의 학교도 최신 교육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지 않겠냐며 면담을 요청하는 학부모의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면 교사가 제대로 된 수업을 해도 학교에서는 들을 게 없다며 삐딱하게 앉아있을 학생들의 문제이려나?


교육에서 성공적인 책무성을 위한 전제조건들. (출처 : UNESCO, 2017)


답은 없다. 앞서 말했다시피 Accountabilty의 의미는 책임 소재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책임 소재를 국가의 지원, 교장(행정 책임자), 교사, 그리고 학부모에 공동으로 나누어 어느 한 곳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나머지도 교육 네트워크 형성에 있어서 각자가 실현 가능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교육개혁의 권위자 앤디 하그리브즈(Andy Hargreaves)도 책 'The global fourth way'에서 학교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제1의 길은 국가의 풍부한 지원에 힘입어 교사의 자유도도 높았으나 '표준화'가 되지 않았고,
제2의 길은 앞서 부족했던 '표준화'를 추구하다 보니 교사의 자율성은 상실되었던 시기이며,
제3의 길은 시장주의의 장점에 국가의 자원까지 결합되어 교사가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하향식 통제가 강해지고 상향식 자발적 구상이 약해지면서 경로를 이탈)
제4의 길은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고 대중이 참여하며, 교사의 전문성과 자발적 참여 사이의 균형으로 소통, 학습, 성취라는 교육적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미래의 방향이다.

우리 교육이 제4의 길로 들어서야 미래의 교육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책무성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낸 책이다.(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강추) 그런데 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석학들의 주장을 들으면서도 어딘가 한 구석이 자꾸 찜찜하다. 국가도, 교장도, 교수도, 학부모도, 심지어 대중까지 교육에 참여하기를 요구하면서 진정 학습의 주체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언제 들을 수 있는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한 답은 내리지 못했으므로 찝찝하게 글을 끝내 보도록 하겠습니다...하핫...;;)



<참고 문헌> 

Hargreaves, A. P., & Shirley, D. L. (Eds.). (2009). The fourth way: The inspiring future for educational change. Corwin Press.

Fullan, M. (2007). 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 Routledge.

* 두 책 모두 한글 번역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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