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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초 Jun 06. 2023

겁 많은 경단녀의 사회 복귀기

9살, 5살 두 아들의 엄마. 지금은 이것이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타이틀이다.


한 때 동시통역사였고, 정부 청사에서 통번역사로 일했던 나는 거의 9년 간 경력이 단절되었다.


사실 단절이랄 것도 없는 것이, 대학원에 다니면서 결혼했고, 졸업하고 정부기관의 통번역사로 일하던 중 남편의 회사를 따라 지방으로 이직했다. 그 회사를 퇴직하고 프리랜서로 전환한 지 2년 만에 아이가 생겼다. 짧은 커리어였다. 커리어를 쌓아올리지조차 못한 채 영영 단절된 것이었다.


아이 키우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다짐은 9년째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이 되었을 뿐이다.


내가 오만했다. 영어에는 자신 있었기에,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은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으니

내 아이 키울 만큼 키우고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순진했다. 애초에 결혼한 아이 없는 여성이 구직 시장에서 얼마나 기피 대상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 커리어, 내 일에 욕심을 내기보단 결혼을 택했고, 그에 따르는 출산과 육아가 얼마나 나 자신을 모두 갈아 넣어야 하는 일인지 몰랐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시작된 출산과 육아의 현실에서 나는 속수무책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지원병인 줄 알았던 남편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점점 헷갈리고, 출산과 육아 외에도 나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큰 일을 겪으며 나는 혼돈의 9년을 보냈다.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선명해진다.


나는 나를 되찾고 싶다.


성취하는 것을 즐기고 멋지다, 대단하다 인정받는 나. 남에게 받는 인정이 예전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 너 멋지다, 대단하다는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다.


다시 한발 한발 걸어 나갈 것이다.

이 글은 겁 많은 경단녀의 사회 복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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