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 남아 육아 고충
등교하는 3학년 첫째가 오늘도 화를 내고 갔다. 게임 좋아하는 아들 둘이 있는 우리 집에는 게임에 대한 규칙이 있는데, 독서를 1 시간 하면 게임 30분, 그날 숙제와 정해진 분량의 공부를 하면 또 30분이 적립된다. 이 규칙을 적용한 이후, 아이들은 그날그날 숙제와 공부를 자진해서 하고, 독서도 즐겁게 해 주었다. 다만 학교 갔다, 학원 갔다, 저녁 먹고, 씻고 공부하고, 책 읽고, 게임까지 1시간을 하면 시간은 훌쩍 10시 반이 넘어 11시에나 잠자리에 드는 것이 문제였다. 키가 작아 성장 호르몬 주사까지 맞고 있는 마당에 취침 시간이 이렇게 늦다니.. 엄마로서 애가 탔다. 조곤 조곤 이야기를 해서 평일에는 독서하고 공부해서 게임시간을 적립만 하고, 주말에 몰아서 게임을 하자고 합의를 봤다.
일명 ‘게임 은행’을 운영하자는 제안에 내키진 않아 보였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보겠다던 첫째는 지난주 내내 보상이 없어서인지 공부하는 것을 점점 미루었다. 결국 게임을 하든 안 하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같았다. 속에서 화가 났지만, 하루아침에 어떻게 잘하겠냐는 생각에 지켜보고만 있었다. 월요일 아침인 오늘 첫째는 ‘게임 은행;’ 안 한단다. 어차피 늦게 자는 것도 똑같고, 싫단다. 무조건 안된다고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일단 아침은 바쁘니 생각해 보고 오후에 얘기하자고 했다. 나로서는 화나는 걸 참고 부드럽게 얘기했지만, 아들의 입장은 달랐다. 계속 자기 의견을 반복적으로 짜증스럽게 얘기하며 급기야 화를 폭발시켰다.
아침부터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 어디까지 의견을 받아 주어야 하는 걸까? 게임과 공부에 대한 규칙은 어차피 아들 일이고, 아들 인생이니 스스로 정하게끔 해야 하나, 아니면 엄마가 생각하기에 옳은 방향으로 단호하게 밀고 가야 하나.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답답했는데, 나 역시 내가 하고자 하는 걸 꺾지 못해 시간만 벌어보려고 한 것이니 크게 다를 건 없는 것 같다. 어른으로써, 엄마로서 단호해야 할 때와, 유연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 힘들다. 정답이 없으니 안갯속에서 헤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