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 준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했다. 셋이 자전거 타고 20분쯤 서점까지 달려서 아이들이 원하는 책 2권씩을 골랐다. 엄마 욕심엔 만화책 한 권, 줄글 책 한 권 골랐으면 했지만 아이들은 야무지게 만화책만 2권씩 총 4권을 골랐다. 옆을 보니 4학년쯤 돼 보이는 아들과 점잖은 아빠가 진지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아빠는 깐깐한 눈빛으로 아들이 고른 책을 휴대폰으로 검색하고 있었다. 게임과 관련된 책 아니냐고 재차 검열 중이셨고, 아이는 스토리만 빌려온 거지 이야기 책이라고 애타게 설명하고 답답한 표정으로 아빠의 허락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서 보니 보이더라. 어떤 책이든 아이가 원하는 책을 사주면 되지 뭐가 문제랴. 때론 부모라는 이름으로 결제 사인을 안 해주는 세상 깐깐한 상사가 되곤 한다. 한 번 더 줄글책을 권하려던 마음을 접고 만화책 4권을 사서 1층 카페에 가서 신나게 읽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20분을 달려 놀이터로 왔다. 첫째는 하나도 안 춥다며 패딩을 벗어던졌다. 맨투맨 티 한 장 입고 동생과 내내 뛰어다니며 놀았다. 엄마가 불안하니 옷 좀 입으라며 따라다녔지만, 귀찮다고 해서 그냥 두었다. 춥게 입으면 감기에 걸린다는 인과관계를 알 기회를 줘야지, 뭐. 싶은 마음으로 그냥 두었다. 아들의 패딩을 무릎에 덮고 있으니 따뜻하기만 했다. 예전처럼 화가 나거나 괴롭지 않았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았고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다. 집에 와서 보쌈을 해준다고 했는데 아이들은 주먹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고기를 먹이고 싶은데 탄수화물만 먹겠다니! 하는 마음이 잠시 올라왔지만, 피곤한데 잘 됐다 하며 마음을 고쳐먹고 배민으로 보쌈과 주먹밥을 배달시켰다. 아이들은 따끈한 욕조에서 목욕을 했다. 저녁을 먹고 다리 찢기 게임, 아이엠그라운드, 총알 게임을 한참 동안 하고 침대에 누워 11시까지 끝말잇기를 했다. 아이들이 덥다고 할 때까지 안아주고 잠드는 걸 보니 내 마음이 행복하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진 것 같은데 마음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