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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초 Jun 06. 2023

충분히 좋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무엇부터 읽을까? 동네 스타벅스에서 카페 라테 한 잔을 앞에 두고 고민한다. 6월 6일 현충일을 앞둔 대체 공휴일까지 이어진 황금연휴의 두 번째 날.  

에피쿠로스는 욕망은 고통의 근원이라고 했다. 평정을 수행의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욕망의 최소화.

충분히 좋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우리는 새로운 쾌락에 익숙해진다. 그러면 새로운 쾌락은 더 이상 새롭지도, 그리 즐겁지도 않은 것이 된다. '조금만 더'의 함정.

'조금만 더'의 함정에 빠져 토요일인 어제를 망쳤다. 날씨도 좋고, 휴일이고, 온 가족 함께 밖에 나가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3학년 첫째는 좀처럼 밀린 숙제를 끝낼 기미가 없어보였다.

어서 숙제를 끝내고 동네 탁구장에 가서 탁구라도 치자고 했지만 잠시 흥미만 보일 뿐, 집에서 동생과 시시덕덕 노는 게 더 편하고 좋았나보다.

결국 남편도 나도 핸드폰만 붙잡고 드러누워 늘어져있게 되었고 저녁 7시쯤 하루를 낭비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가족과 함께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기대와 욕망이 오히려 내게는 고통을 준 것이다.

일요일 오후.
핫플도 아니고, 세련된 것도 아닌 그저 충분히좋은 동네스타벅스 에 읽을 책들과 간단한 일거리를 갖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충분히 좋은 것도 좋은 것이다. 매일이 놀이동산일 수는 없다. 늘 온가족 똘똘 뭉쳐 알콩달콩할 수 없다. 늘 아이들에게 최고의 경험, 양질의 체험을 제공할 수는 없다. 그저 충분히 좋은 것도 좋은 것이다.

아들 둘 엄마는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해진다.

충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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