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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Nov 15. 2020

하루 확진자 16만 명, 그래도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가 많은 이유

미국 코로나 감염자 숫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어제 하루 동안 발생한 확진자가 무려 16만 명이다. 이제까지 누적 확진자는 1100만 명을 넘겼고, 누적 사망자는 25만 명이 넘는다. 참고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원폭으로 사망한 사람 수가 대략 12만에서 23만으로 추산되니까, 그보다 많다. 한국과 비교하면 인구 대비 확진자나 인구 대비 사망자 비율이 60, 75배. 처음 코로나가 들어올 때는 매일매일 뉴스도 찾아보고 늘어나는 숫자를 보면서 걱정했지만, 한 사람의 목숨이 이젠 통계의 1이 되어버린 지금은 와 닿지조차 않는다. 영국은, 확진자 수가 100만 명 넘어가며 봉쇄령을 내렸다.


미국의 모든 지역이 이러진 않지 않냐고? 물론 그렇긴 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미국 전역에서는 조용한 편에 속한다. 인구 백만명당 확진자가 3.3만 명인 미국 전체에 비해, 우리 동네는 1.6만 명이니 절반 수준이다. 이 도시가 포함된 county의 인구가 120만 명인데 이제까지 누적 확진자가 1만 9천여 명, 누적 사망자는 458명으로 한국 전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확진자 신기록을 매일 달성 중이라 이틀 전에는 420명을 돌파했다. 어제 한국 확진자가 200명이 넘었다고 난리던데, 우리 동네 하나만 해도 무려 그 두배다.


대체 왜일까? 세계에서 가장 높은 GDP를 자랑하는 나라, 인구 1인당 GNP도 6천만 원을 넘기는 부자 나라 미국에서 이렇게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게다가 빠른 시일 내에 이 대혼란이 잡힐 것 같지도 않다. 어제 대통령이 백신이 '곧 나온다'라고 기자회견을 하긴 했지만, 일반인에게 보급이 가능해질 거라고 그가 이야기한 것은 내년 4월. 이것도 어디까지나 예측인 데다가, 안전성에 대해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걱정이 태산이다. 나를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내가 사는 공동체를 위해. 면역 전문가도 사회학자도 아닌 정확한 원인을 짚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13년간 살아온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드는 생각은 있다. 우선 의료 시스템이 구리다. 비용만 높은 게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봄에 속수무책으로 엄청난 사망자가 나온 뉴욕의 경우, 병상과 벤틸레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데 비해,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비상 걸린 서유럽에서 치사율이 가장 낮았던 독일의 경우, 인구당 병상이 유럽에서 가장 많았다.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다 보니 웬만해서는 입원을 시키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나라처럼 많은 병상이 필요 없고, 큰 대학병원 급이 아니면 병상이 있는 경우도 드물다. 며칠 전 몸이 아프다고 내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일단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와야만 진료 약속을 잡을 수 있단다. 코로나로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양성입니다. 집에 빨리 가세요. 다른 환자나 의료진이 옮지 않도록 뒷문 열어놨으니 그리로 나가세요!"라고 들은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에 걸려 두통, 40도 고열, 근육통에 시달려도 입원을 시켜주질 않는단다. 열나면 타이레놀 먹고, 비타민 C랑 물 많이 마시고 푹 쉬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열이 40.5도 이상 나고 산소포화도가 89%로 내려가면 그때 응급실 가란다. 물론 응급실에 갔는데도 열이 조금 내렸다거나 산소포화도가 회복되어 입원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들도 많다. 의료진 탓을 할 수도 없다. 응급환자를 위해 부족한 병상을 비워둬야 하니까. 문제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상태가 확 나빠지고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심지어 대통령도 '혹시 몰라' 군 병원으로 헬기까지 타고 이송되지 않았던가. 한국이라면 일단 입원시키고 상태를 지켜볼 텐데, 셀프케어에 맡기다 보니 놓치는 환자가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로, 코로나가 가짜라고 믿거나 독감 같은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보다 많다. 내가 사는 도시는 대학이 있고 고학력 계층이 많아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매우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3학년인 내 아들 반에도 코로나는 중국이 실험실에서 만든 생화학 무기라고 믿는 아이가 있다. 게다가 그 위험성이나 확진자 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정치세력이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 환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테스트를 많이 해서이며, 심지어 코로나로 사망자가 많은 이유는 코로나로 사망했다고 사망진단서에 쓰면 돈을 더 받기 때문이라고도 믿는다 (두 가지 주장 모두 매우 유명하신 미국인 누군가의 주장이다. 둘 다 가짜 뉴스다.) 문제는 이렇게 믿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닌다는 데 있다. 본인들 뿐 아니라 함께 학교에 다니거나 일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다. 물론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타이르기도 하고, 마스크 안 쓰면 학교에 오지 말라고도 하고, 그래도 안 쓰면 자를 수도 있지만, 어른은 어쩔 것인가. 그런데 이런 사람이 생각보다 많고, 학력/지역에 따라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도 꽤나 많다. 이런 지역들을 중심으로 코로나는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아까운 목숨들이 희생되고 있다.


한국은 거의 일상생활을 회복했다고 들었다. 그래도 마스크는 열심히들 쓴다. 세 살배기 조카가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사진을 봐도 늘 마스크와 함께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일상이 올스톱이다. 미국에서 그나마 코로나 유행이 덜한 지역에 사는 나는, 3월 14일 이후로 외식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우리 동네 사람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학부모들 대부분이 그렇다. 다시는 문을 열지 못한 식당과 비즈니스들도 셀 수 없이 많다. 가짜 뉴스가 이렇게 무섭다. 정말 몰라서 손을 씻지 않고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짜 뉴스에 휘둘려 전염병의 존재와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누군가가 재미로,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회 불안을 야기할 의도로 이런 말을 지어내고 퍼뜨린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공동체와 사회가 개인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걸, 나는 2020년 미국에서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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