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서 미사 참례를 하기 위해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성당으로 갔다. 우리가 간 부다페스트 성 프란치스코의 낙인찍힌 교회는 동유럽에서 많이 보이던 바로크 양식의 교회 중 하나였다. 교회는 1731년에 착공하여 1757년에 봉헌되었습니다. 설계자는 한스 야캅으로, 부다페스트의 성 안나 교회 및 중앙구 교회의 건축가이기도 했다. 헝가리지만 주일 미사는 부다페스트 독일어 사용 가톨릭 교구에서 쓰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어로 진행되었다. 어차피 우리 모두 독일어를 모르니 상관없었는데 라이프치히에서 불렀던 성가와 같은 성가가 나와서 반가웠다.
주일 미사의 공간
미사 후에 근처 브런치 카페에 가서 늦은 아침 식사를 했다. 코르타도, 룽고, 오렌지 주스와 시그니쳐 플래터, 프렌치토스트, 미국식 팬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었다. 식사를 만드는 요리사가 한 명인지 나오는데 엄청 오래 걸렸다. 우리보다 먼저 온 다른 테이블도 늦게 음식을 받았다. 식사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이어서 물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식사였다. 식사 후 오늘이 헝가리 마지막 밤이어서 야경까지 보고 들어가자고 해서 호텔로 돌아와 옷을 더 따뜻하게 챙겨 입고 나왔다.
헝가리안 브런치
한 번 가서 익숙해진 어부의 요새까지 걸어가서 마치시 성당까지 보고 뒷길로 해서 부다성까지 걸어갔다. 지도 앱에서는 어부의 요새 옆길로 내려가서 시내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을 알려줘서 그제 저녁에는 그렇게 갔었는데 안 가본 뒷길로 무작정 걸어가니 금방 부다성이 나와서 힘들게 갔던 지난 일이 생각났다. 사람들이 오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대통령 궁 뒤를 돌아서 부다성으로 가니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시내가 보이는 게 마음이 시원해졌다.
뻥 뚫린 배경
부다성에서 치타델라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한국인 노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어서 내가 먼저 같이 찍어드리겠다고 말을 걸었다. 사진을 찍고 몇 마디 나눴는데 우리와 같이 1월 4일 프랑크푸르트로 입국한 것이었다. 우리는 독일에서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를 거쳐서 헝가리로 들어왔는데 노부부는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를 거쳐서 헝가리로 왔다고 했다. 모두 이곳이 마지막 여행지였다. 신기한 인연에 반갑고, 우리가 나이 들면 이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다페스트 첫 가족 사진
부다성에서 내려오는 길을 몰랐는데 아이가 어떤 외국인들에게 물어봐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내려오니 바르케르트 바자르(Várkert Bazár)가 나타났다. 이곳은 1875년부터 1883년 사이에 미클로스가 설계했으며, 헝가리 왕궁의 정원으로 사용되었다. 2014년 복원되어 중앙 아케이드와 2층 높이의 아치형 통로가 있는 넓은 광장, 3개의 갤러리가 있어서 지금은 예술 전시회, 콘서트 등이 열렸다.
무사히 내려오기
바르케르트 바자르를 나와서 부다에서 페스트로 넘어가려고 에르제베트 다리(Erzsébet híd)를 건너갔다. 1964년에 만든 현수교로 보행자로가 넓고 덜 유명해서인지 붐비지 않아서 걷기 편했다. 페스트 지역으로 넘어와서 아내가 찾은 카페는 헝가리 요리 전문으로 하는 고급 레스토랑 겸 카페였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19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아르누보 양식의 유리 천장이 멋진 파리의 통로 레스토랑(Párisi Passage Restaurant)이었다, 관광객이나 여행객들에게 덜 알려져서 그런지 어제 뉴욕 카페만큼 붐비지 않았다. 넓고 유리천장이라 19세기의 발전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고 쾌적한 느낌에 이곳만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테이블 사이가 좁고 너무 북적거린 뉴욕 카페보다는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부다에서 페스트로 가는 길
뉴욕 카페보다 더 좋았던 카페
카페를 한껏 즐기고 저녁 식사를 위해 아내가 찾아놓은 베트남 요리 식당으로 갔다. 카페 바로 근처여서 금방 갔는데 헝가리나 유럽 요리로 외식을 계속 한 우리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정신줄을 놓은 우리는 쌀국수 큰 거랑 작은 거 각 1개, 고이꾸온 2개, 새우 볶음밥 1개, 새우 볶음면 1개, 베트남 커피 1잔은 주문했다. 우리가 생각해도 많기는 했지만 베트남 고추와 마늘 절임, 간장 소스를 넣어서 먹으니 헝가리 음식이 쭉 내려가는 듯했다. 호치민이 아니고 하노이 스타일이어서 아내는 조금 낯설어했는데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베트남인 종업원도 정말 친절해서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야경이 멋진 세체니 다리
식사 후에 아이 목욕 가운을 사려고 시내 중심가를 돌아다녔는데 결국 사지 못했다. 우리가 살던 부다 지역보다 여기 페스트 지역이 더 번화가여서 놀기 좋은 곳 같았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에르제베트 다리를 건너서 강변을 쭉 따라서 세체니 다리를 지나 국회의사당까지 걸어왔다. 부다페스트에서 마지막 보는 야경이라서 더 눈에 담고 싶어 트램을 타지 않고 30분 넘게 걸어서 호텔로 왔다. 노랗게 빛나는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곳도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와서 한때 엄청 북적였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내일 아침 체크 아웃을 할 예정이라서 짐을 어느 정도 싸고 나와 아내는 호텔 바에서 얻어 온 얼음을 가지고 토카이 와인 아쑤 5와 사모로드니(Szamorodni)까지 마시며 마지막 야경을 안주삼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