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종인데 머리 굵고 어떻게 외국어를 배웠나?
# 처음 미국으로 떠난 열 두살 적 추억 (a.k.a 방학 영어 캠프의 실제)
12살, 어릴 적 난생 처음 놀러갔던 미국에서 무시 어쩌면 인종차별에 더 합당한 일을 당한 후 영어에 입을 닫았었다. 나는 한국토종ㅎㅎ(이 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다. 12살이 되던 해, 한 유명 영어 교육 프로그램내 영어 캠프로 갔던 2주간의 첫 외국 여행을 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영어를 써볼 수 있다는 얼마나 기대감에 부풀었었는지 모른다.
어릴적 영어공부를 위해 꼬박 꼬박 카세트 테이프에 내 발음도 녹음하며 나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선생님이 하라면 그대로 다 하던 모범생 어린이, 하지만 그런 내가 맞닥들인 현지 영어는 너무 달랐다. 물론 고작 12살 한국에서만 배워오던 영어로 무언가를 판단할 수 없지만 테이프에서 듣던 영어와는 너무 다른 속도와 억양에 기가 죽었다. 영어캠프라는 이 어처구니 없는 프로그램은 심지어 중학생까지 현지 3-4살 꼬마들만 가득한 어린이집 반에 보내서 현지 영어 교육이랍시고 여름캠프를 광고했던 것을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거의 사기에 가까웠다고 느낀다.
어찌되었든 그래,3-4살 원어민 아이들과 한국에서만 영어를 공부한 아이들에게는 그게 수준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ㅠㅜ 어쨌든 나는 그 반에서도 나이에 비해 똑똑한 아가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두려워 빨리 하루 하루가 끝나기 만을 바라며 캠프의 하루 하루를 흘려 보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마 아빠가 얼마나 어렵게 돈을 모아서 보내줬을까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속상하실까 싶은데, 솔직히 열 두살의 나는 그 금같은 하루 하루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90년대 영어 캠프 교육 프로그램의 허상을 보여주는 일례이겠지만 당시엔 그런 것이 유행했다. 외국에 살 수 없거나 오래 머물 수 없는 가정 형편이면 부모들은 그렇게 라도 자신의 자식들에게 자기와는 다르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그 며칠 마저도 소중했었으니까...
#인종차별? 혹은 무시?열두 살이 느낀 미국에 대한 실망
어쨌든 그 괴롭던 하루 하루를 버티고 마지막 매직 마운틴으로 놀러 갔다. 아마 그 날이 가장 신나고 슬펐던 날로 기억한다. 놀이기구를 타는 내내 너무 신이 났었고 어떤 일 때무에 나는 상처를 받았다.
제일 무서운 롤러 코스터를 타고자 기다리며 제일 앞에 타고 싶어서 줄이 언제 끊기나 요리 조리 살피던 중,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용기를 내어 롤러 코스터 직원에게 조금 더 앞줄에 태워달라고 얘기를 했다.
물론 알바하는 학생 정도였겠지만 나의 발음을 들은 뒤 몇번이나 되물으며 그 발음을 하게 시켰고
자신의 동료 마저 불러서 나에게 여러번 반복을 시킨 뒤 실컷 웃어 제꼈다. 뒤에 줄이 길어지자 슬슬 재미가 없어졌는지 어린 나의 부탁은 들어주지도 않고 롤러 코스터를 돌렸다.
까만 얼굴에 하이얀 이를 가득 들어내며 웃어대던 그 알바생 둘을 이 나이에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렸고 무엇보다 잘 몰라서 따질 수 없었지만 그 상처가 내내 지워지지가 않았다.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며 동경했던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충격이 컸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영어캠프를 홀로 잘 다녀왔다는 딸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는 엄마, 아빠엥에게괜찮은 척, 진짜 영어를 썼노라고 거짓을 자랑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주문하는 거 빼고 제대로 한 게 없었으니까...
되려 영어 캠프를 다녀온 후 나는 영어 배우기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특히 말하기는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켭켭이 쌓인 내 영어 발음 테이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는 실망감에 나는 그 때부터 더이상 원어민의 발음을 힘껏 흉내내며 녹음하던 것을 그만두게 되었다.
#한국의 영어 교육, 말은 못해도 괜찮았다.
다행히 그때만 해도 한국 영어 교육은 말하지 않는다고 점수가 안나오진 않았다.
토익도 스피킹이 없던 때였으니까...
나는 말문은 닫았지만 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을 놓을 수는 없어 단순 공부를 두루 잘 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그만두지는 않았다. 단어, 문법, 독해 공부를 말하기 연습 대신 더 열심히 했다.
'그때 그 흑인 알바생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만 들었어도 덜 창피하지 않았을까?'하는 마음도 조금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후 중학교 , 고등학교를 마칠 때 까지 열심히 듣고 문법, 독해 위주로 영어 공부를 했다.
영어 자체가 아닌 영어'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되어갔고 시험을 잘보니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어찌 되었든 내 영어는 시험에 선방했지만 사실상 진짜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암기된 단어와 문법 공부가 거들어 줬을 뿐이었다. 듣기도 노력을 했더니 당시 수능 정도에서는 꽤 괜찮은 실력이 되어 나의 허울 좋은 영어 실력이 늘었다.
#그리고 다시 영어 공부
대학생이 된 후, 거짓된 영어 실력이지만 탄탄했던 영어 '시험 실력'으로, 자식들의 시험 점수가 필요했던 아주머니들을 위해 영어 과외도 꽤 했다.
처음에야 나의 진실을 내 스스로가 알기에 과외 요청을 거절했지만 '공부방법'만 좀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아는 분들의 청을 계속해서 거절할 수 없어 나와 나이도 별로 차이 나지 않는 친구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이런 과정이 오히려 나에게 영어를 다시 공부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나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고 시간을 내어 처음으로 진정 제대로 된 영어 공부를하기로 마음 먹었다.
#일찍 일어난 새들이 모이는 종로학원가
과외시간보다 두배로 더 공부하고 종로 수많은 학원 가에서 매일 새벽 6시에 영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곤욕 스러웠지만 새벽 6시에 도착한 종로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위해 열심히 학원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자극도 받았다. 6시 수업이 무색하게 강의실은 빽빽하게 학생들로 들어찼고 그때 처음 내 인생 영어 선생님을 만난다.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성실한 기운에 동화가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고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다.
#영어 공부의 기본은 문법?!
인생 영어 선생님 역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영어를 배웠고 대학교 이후로 유학을 미국에서 하며 영어에 대해 깨우쳤던 분이다. 그래서인지 더 나와 같은 한국 토종인?들의 처지에서 어떻게 영어를 바라봐야 하는지 잘 이해햇고 영어를 외국어가 아닌 언어로 보며 먼저 언어 자체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여러분, 문법 없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요? 문법은 문장을 짓는 언어 구조를 아는 것입니다. 언어 구조를 모른다면, 당연히 문장을 확장할 수 없으면, 절대 중급 이상에 오르기가 어렵습니다. "
사실 우리는 초, 중, 고를 통해서 그렇게 수없이도 영어 문법을 배웠다. 나 또한 공부를 하긴 했지만 쓸데 없다고 생각했고, 실제 말하는 영어에 도움이 전혀 안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처음부터 무조건 문법을 공부하는 것은 어떤 언어에서든 그리 추천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초급이 지나고 중, 고급의 언어 수준을 가지려면 문법없이 유려한 글을 구사할 수가 없다. 그의 말은 설득력 있게 다가왔고 애초에 수업 자체가 기초를 위한 강의가 아니였기에 사람들은 선생님의 말에 수긍하며 그가 알려준 대로 새로이 영어를 바라보고 배우기 시작했다.
#귀가 뚫리다.
나는 첫 수업부터 감탄하며 빠져들었고 수학 혹은 과학과도 같은 언어 공부에 매력을 느꼈다. 영어가 아닌 언어를 공부하는 기분, 그리고 진짜 제대로된 알파벳의 음가를 배우게 되었다. 이것도 참 신기했다. 알파벳이 나는 소리는 학교에서만 배우던 것과 많이 달랐다. 발음들을 외고 구조를 머리 속에 그리며 복습도 아주 아주 착실하게! 했더니 어느 날 정말 영어가 자막 없이 들리기 시작했다. 늦게 말하든 빨리 말하든 들을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귀가 뚫린 것'이다.
문장 부분, 덩어리로 나눠 들으니 아무리 길어도 다양한 발음이라도 무슨 말을 하는지 들렸다. 너무 신기했다. 물론 어휘력 없이는 무조건 들릴 리가 없겠지만 소리를 아니 모르는 단어도 '뭔지 모르는데 이런 단어가 있나?' 하면서 사전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멕시코에서 들린 영어 근자감
드디어 영어 말하기에 자신감이 좀 생겼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서 한 번 써보고 싶어졌고 여러 기회를 찾던차 멕시코로 떠나게 되었다. 스페인어는 고등학교 때 배운 제2외국어라 아주 조금은 알고 있었고 영어만으로도 괜찮다고 해서 해외 장기 봉사활동 지원을 했고 처음으로 홀로 외국에 나가게 된다. 먼저 한 친구가 경험했던 프로그램이라 친구의 지지를 받고 나도 용기를 내었다.
가자 멕시코로..! ㅎㅎ 겁도 없이 처음 홀로 나갔던 국가가 멕시코이다. 멕시코 사람들의 발음은 한국어와 스페인어에 있는 공통적 발음들, 된소리가 있어서 그들의 영어는 다른 외국인들이 하는 것보다 친숙하게 들렸다. 발음 공부를 한 탓에 발음이 좀 좋아졌는지 간혹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서만 산 것 같지 않게 발음이 좋다고 칭찬도 들어 자신감 뿜뿜 어깨가 비쭉 올라갔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도 잠시... 영어조차 쓸 수 없는 곳에 떨어졌다. 저 깊은 멕시코 산골로 봉사활동 배정 받게 된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스페인어로
멕시코에서는 생각보다 영어가 너무~ 통하지 않는다. 최근에 갔을 때는 정말 많이 나아졌지만 내가 갔던 2000년도 후반만 해도 특히 작은 소도시, 시골에서는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나는 영어는 됏고, 응급으로 스페인어를 배워야했고 인터넷도 터지지 않는 시골에서 스페인어 책을 끼고 독학의 늪으로 들어가야 했다. 산골 동네에 외국인은 나 홀로인데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스페인어 사전, 스페인어 책 3권을 파기 시작했다. 하루에 무조건 4-5시간 이상을 공부했다. 달리 시골에서 TV도 없거니와, 인터넷도 없고, 하물며 노트북도 없었기에 시간을 보내는 방법 겸 강제 집중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시골마을에 나 혼자 외국인이였기에 무조건 스페인어로 말을 해야 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웬만한 대학 교환학생보다 스페인어 말트기에 있어서는 진짜 좋은 언어 연수였던 것 같다.
#스페인어는 말부터 배우며(역시 말하기는 상황에서 직접 체화해서 배워야 한다.)
다른 것들은 다 외국에서 할 수 있지만 현지에서 쓰는 말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은 결국 그 나라에 가서 직접 보고 듣는 것인 것 같다. 스페인어의 경우는 각 나라마다 쓰는 말도 다르고 해서 이것을 다 글로 배우고 듣고 말하는 것 까지 외국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내가 처한 상황 덕택에 스페인어를 말로 더 먼저 배웠고 그러면서 말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진짜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 속에 들어가는 그런 훈련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인지 요즘은 말을 틔우기 위해 '표현'자체로 가르치는 언어 수업 등이 인기가 많던데 그 방법이 말하기에 서는 정말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또 이 수준에서 배우려면 기초는 무조건 다져야 한다. 표현 부터 무작정 배우면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에...)
#그럼, 외국어 공부 한국에서 할 필요가 없겠네..?
앞선 말한 것 처럼, 경험상 말하기는 분명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게 최선인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이 외국에 무작정 나가면 될까? 절대 절대 아니다. 어느정도 문장구조, 어휘 등등을 미리 익히고 이후에 배우는 것이 표현 자체를 외고 사용하는 방법이다. 특히나 딱딱하게 굳은 뇌를 가진 어른들의 경우(ㅜㅜ), 아이들 처럼 무조건 그 현실에 내던져 진다고 몸으로 체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살이 넘었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ㅎㅎ 먼저 알파벳부터 차근차근 간단한 기본들은 배우고 들어가야 빨리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 나 또한 아무리 멕시코에서 서바이벌로 배웠다고 해도 가기 전에 기본을 공부하지 않고 가서도 하루에 4시간 씩 책을 파지 않았다면 초급 중반 수준에도 못 다다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하기에 외우고 문법을 배우는 '언어 공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언어 전문가가 아니고 관련 과를 공부했던 것도 아니기에 평범하게 갑자기 외국에서 살게 된 한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며...
지금은 콜롬비아에서 살고 있다. 멕시코에 다시 가면서 그새 또 많이 잃어버린 스페인어의 기억을 되살렸다. (28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일을 때려치고 스페인에 놀러가 학원에 다니며 선생님께 배운 공식적? 스페인어 공부를 한 것이 무척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콜롬비아까지 오게 되어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스페인어를 쓰며 살고 있다. 현재 아르바이트로 현지 학원에서 콜롬비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여전히 스페인어가 부족한 탓에 수업 준비가 수업보다 시간이 배로 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스페인어를 다시 배우고 한국어도 공부할 수 있어 흥미롭다. 여기 아이들도 한국어를 배우면서 내가 한국에서 외국어를 공부하던 그때처럼 때로는 패닉에 빠지기도 하고 실력이 늘지 않아 우울해 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난 항상 자신있게 이야기 한다. 꼭 한국 현지에 가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까진느 여기서 다다를 수 있다고, 이들 또한 분명 여기에서 공부하지만 한국어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그 순간이 올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귀만 뚫어 놓아도 말하기의 경우 현지에 살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 한국어가 들리고 한국에서 거주할 기회를 갖는다면 말하기는 금방 익숙해 질 것이다. 학생들에게 항상 한국가기 이전 그 전에 배운 한국어 지식들이 절대 무용지물이 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한다. 내가 다시 멕시코로 와서 스페인어의 기억을 살려내야했지만, 이미 첫 멕시코에서 한번 익숙해진 언어는 한 두 세달 정도 지나니 금방 감이 돌아왔고 그런 경험을 종종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주어 용기를 갖게 한다.
#스페인어는 제자리, 영어는 다시 바닥으로...
멕시코에서 다시 제 2의 삶을 시작하고 뭘 하고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며 당장에 닥친 비자, 집을 찾고 집에 필요한 물품들도 갖추고 등등하며 정신 없이 생활이 지나갔다. 한국에서는 그냥 서비스로 부탁하면 될 모든 쉬운 일들이 멕시코에서는 다 내 손으로 해야 한다. 더불어 시간에 맞춰야 하는 때면 그 조율마저 내 몫이다. 다들 너무 약속들을 안지키니까...ㅠㅜㅠㅜ 초기에는 호텔에 살면서 한국 일을 여전히 하고 남편이 퇴근하자 마자 급히 집 보러 다니고 큰 가전 제품들 보고 침대사러 가고 등등 정말 정신이 없었다. 다시 멕시코를 정리하고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고...생활에 치여 언어 공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랬더니 스페인어의 감은 금방 돌아왔지만 실력이 확 늘지는 안았다. 쓸 필요가 없는 영어는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 일명 에스빵글리쉬(콩글리쉬 같음)가 나오면서 영어는 곤두박칠을 쳤다. 스페인어도 잘 못하면서 왜 스페인어가 먼저 나오는지...
#외국어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머리가 굳고 체화한 언어는 결국 또 까먹고 공부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기는 커녕 더욱 퇴색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콜롬비아에서는 다행히 한국어를 가르치며 스페인어 공부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어서 스페인어가다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격리되면서 시간이 좀 많아져 다시 스페인어, 영어 공부를 아주 쪼끔이라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책을 펴며 공부를 하니 내가 얼마나 많은 단어들과 표현들을 잊어버리고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결국 외국에 오래 산다는 것만으로 그 나라의 언어를 습득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살던 사람들이 아니라면, 결국 외국에 살면서 그 국가의 언어를 하는 사람들 모두 공부를 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부모님 세대, 그 윗세대 분들이 아무리 외국에 오래 살아도 외국어 실력이 산 시간만큼 좋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진짜 노력하지 않으면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는 습득하기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언어 실력은 너무도 성실하게 노력과 비례한다.
#말하기는 익숙함이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은 스페인어로 꿈도 꾸는 등 정말 많이 편하다. 그만큼 내가 이제 이 언어에 익숙해 진 것 같다. 그러면서 매일 언젠가 한 번 영어로도 그렇게 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 쪼금만 영어권 국가에 살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스페인어를 쓰지 않는 국가에서도 살아보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 스페인어처럼 잘하진 못해도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는 언어가 되지 않을까?
#또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또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하나의 언어를 정복하면 그 다음의 언어, 또 그 다음의 언어를 정복하기가 쉽다고 했다. 그런 아카데믹한 보람 말고도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내가 마치 배우가 된 것 처럼, 그러나 진짜 삶 속에서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꿈만 같은 일을 실현화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한국어를 할 때, 스페인어를 할 때, 영어를 할 때, 목소리나 억양이 달라지는 것 만큼이나 그 언어로 하는 사고, 그 언어로 보는 세계관이 많이 달라진다. 그리고 각 언어로 말할 때 보여지는 나와 스스로 느끼는 내 자신의 모습이가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정말 신비롭다. 스페인어를 하는 또 다른 나라는 부캐 (부 캐릭터)가 생겨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나고 어른이 될 때 까지 쭉 한국에서 30대 초반까지 전혀 관련없는 일을 하며 살아서인지 어쩌면 외국에서 자랐거나 하는 사람들에게 웃기게 들리겠지만 이 색다른 언어가 내 입을 나오는 순간, 가끔 일탈을 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창이 되어서 참 좋다. 하지만 한국 토종으로 갑자기 어쩌다 외국에서 살게 되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의 심정을 정말 잘 안다. 혼자 처음 외국에 여행 나오는 것 마저도 너무 두려울 수 있다는 것을...하지만 외국에 나와보는 것, 살아보는 것, 이런 경험들은 정말 돈 주고 살만한, 돈 주고 살 수 없는 나의 또다른 가능성과, 색다른 면을 찾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추억과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용기를 내는 것을 추천한다. 노력이란 늦은 때가 없고 언어야 말로 노력과 비례하는 정말 성실한 결과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