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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Aug 17. 2020

해외 살이 3.어쩌다 미니멀리즘  

코로나 바이러스 반년차... 


세계 최장 코로나 격리 국가 콜롬비아, 그리고 우리의 한달 생활비 50만원


< 보고타 아파트, 격리 생활 중 >

코로나 5개월 째, 콜롬비아에서 먼 한국을 지켜보며 "한국의 코로나에서 정말 격리라는 것이 있었을까?" 싶다. 

식당들은 영업을 중지했고 바, 클럽은 당연히 영업중지, 그런데 콜롬비아는 이 모든 것이 3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콜롬비아는 하루 만명의 확진자들이 나오며 새로운 중남미 코로나 바이러스 진원지가 되어가고 있다. 


< 콜롬비아 보고타,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거리 모습>

3월의 강제격리가 아주 심했던 시기의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는 그야 말로 유령도시였다. 사람들의 바깥활동 모두가 완벽하게 제한되었을 당시. 그 때는 공원에도 사람들이 못 나갔었다. 그리고 이틀에 하루 외출 가능, 1가구 1명 외출 가능 등의 빡센 격리가 이어졌다.  현재 5개월이 넘어 6개월이 다되가는 지금에도 정부는 강력 격리 정책을 쓰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강한 격리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니 의욕마저 사라졌다. 

<보고타 달동네 가는 길>

희망이 줄어들고 걱정이 늘고 경제도 점점 긴축되어 간다. 어려운 경제난이 눈에 보이게 늘어나고 있다. 어디에 가지도 못하니 최대한 소비를 줄이는 허리 띠를 바싹 졸라매야 하는 시절이 왔다. 


#노마드 해외살이로 강제 미니멀리즘


< 멕시코에서 보고타로 옮겨오는 중, 파나마 공항>

사실 나의 경우는 1-3년에 한 번 옮겨 다녀야 하는 노마드 해외살이로 인해 이미 강제 미니멀리즘을 살게 되었지만 지금은 극 미니멀리즘에 이르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국가를 옮겨 이사가다 보니 가구는 물론, 너무 많은 신발도 옷도 다 사치여서 사질 않았었는데 비교적 멕시코,코롦비아 위험 국가로 알려진 나라들에 살다보니 값어치 있는 물건들이 더 위험을 부를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더해지니 화장을 안해서 화장품이 필요가 없고, 갈 곳이 없으니 교통비도 들지 않으며, 옷, 신발 등도 살 필요각 없다. 지금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거니와 밖에 나가봤자 잠깐이니 심지어 빨랫감도 줄었다. 수도세랑 전기세는 더 많이 나와야 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정부에서 현재 삭감을 해줘서 결국 예전보다 조금 덜 나오는 것 같다. 


<늘어가는 집밥 강제 요리 실력 상승 ㅎㅎ>


결국 음식 배달비와 장보는 데 쓰이는 돈이 전부인데, 남편도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만 출근을 하다 보니 집에서 해먹는 일이 더 많아졌다. 집에서 시켜 먹는 것은 역시 레스토랑에서 먹는 그 느낌이 아니었다. 따끈한 일본식 라멘 국물이 종이그릇에 배달되어 오면 그 맛이 어떻게 지켜지겠는가?


#성인 2 한달 고급진 식비 최대 50만원


<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과 이후 달라진 장보는 풍경(마스크 착용)>


이러한 이유로 현재 우리는 이주일에 한번 많으면 두번 정도 배달음식을 먹고 대부분 집에서 해먹는다. 장을 보러 가면 일주일치 성인 2명의 음식비로 약 7만원 정도, 일주일에 두번 배달시켜 먹는다 해도 3만원 정도 이렇게 들어간다. 물론  값나가는 식재료나 위스키, 와인을 사면 조금 늘기는 하지만 우리의 일주일 식비는 8-13만원 선이다. 


3월부터 탁탁 가계부를 두드려 보니 한달에 성인 2명 생활비로 30-50만원 선으로 쓰는 것 같다. 우리가 장을 보는 마트는 여기서 좀 비싸다고 하는 마트이기 때문에 작은 야채가게, 저렴한 마트 등을 이용한다면 이 비용은 더 줄어들게 된다.  사실 현재 상황에선 식비가 지출의 전부라 이게 곧 생활비라 할 수 있다. 콜롬비아는 원래 1년 만 살 예정으로 왔기에 차도 구입하지 않아서 교통비마저 제로. 생활에 필요한 장소들이 걸어다니는 위치에 있어 다 걸어다니고 가끔  남편이 회사 차를 써야 할 때 이때다 하고 드라이브 가는 것이 전부인 요즘이다. 


#담백해도 너무 담백한 미니멀리즘 라이프


와~정말 내 인생 처음으로 이렇게 담백하게 살아보긴 처음인 것 같다. 

하루 하루 어떻게 보내지 싶었는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꼭 맞듯이 

하루도 집에 못 붙어 있던 내가 6개월째 집에 있다. 

아껴쓸 수 있어 좋지만 그래도 뭔가 허전한 마음이 한 켠에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르르...



#강제 미니멀리즘이 가져다준 가치관의 변화 


< 한국어 온라인 강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 닥치고서 이래저래 일이 없어질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한국과 하는 일이 조금 늘었고 온라인 한국어 수업으로 인해 한 두명의 학생을 더 받게 되며 수입은 조금 더 늘었다.

 물론 가슴이 아픈 점은  화폐가치가 떨어져ㅠ 여기서 버는 것은 그냥 그전이랑 별반 다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남편은 봉급이 삭감되어 낙심하기도 했었지만 실상 쓰는 것이 없다보니 

되려 돈은 차곡 차곡히 쌓이고 있다. 예전보다 더 저축을 많이 하게 되었다. (작은 행복 ㅎㅎ)

<유일한 소비 = 여행>


물론 처음 해외 살이를 시작하면서도 내 소비 패턴은 한국에 살 적과 많이 바뀌었다. 

몇년 후에 이 나라를 뜨게 될거란 생각에 예쁜 컵 하나 마저 짐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더더욱 물건을 사지 않는다. 


이렇게 생활한지 4년이 되가며 점점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소비'에 대한 관념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물론 지금 나는 국가에서 국가로 이동을 한다는 조금은 특별한 상황에 있어서 이렇게 소비가 준 것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살아도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쁜 옷도 가방이 주는 행복도 물론 크다. 그런데 그 행복은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리 오래가지 않았던 것 같다. 


#소비조장사회? 한국


< 작년에 한국 방문했을 적, 명동 풍경>

이렇게 살면서 남편은 가끔 한국살이는 정말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자기도 모르게 열리는 지갑, 어느 거리든 10분 지나가도 이것, 저것 사게끔 만드는 놀라운 한국의 소비 문화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정말 돈을 많이 썼던 것 같다고...사실 지하철 역만 빠져나오면서도 수많은 가게들이 즐비한 곳, 그리고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그 퀄리티들이 어느 곳 하나도 빠지지 않는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만들어진 소비문화에서 어느 누가 그 속에 빠져나올 수 있을까? 싶다.  


#이민 가방 2개에 들어간 2년의 삶


그러나 거처를 두지 않고 이동하는 삶을 살며,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것들만 빼면, 실상 모두가 거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멕시코에서 산 가구들을 되팔며 가지고 있더 악세서리들까지 다 파는 수고를 겪으며 물건을 사기는 쉽지만 이 모든 것을 처분하기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꼈다.  

그렇게 멕시코에서의  2년의 삶은 이민 가방 2개에 다 들어갔다. 


지금은 물건을 살 때, 이동할 때 가져갈 수 있는가? 얼마나 쓸 것인가? 혹시 내가 이미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이 세가지를 먼저 묻게 된다. 수집하는 취미가 없기 때문에 결국 저 3가지 질문을 하고 나면 결국 대부분의 물건들은 필요가 없어졌다. 


#내 마음에 저장! 

< 멕시코 집으로 가는 길 >

그리고 가방에 담는 대신 이젠 기억에 담는 습관이 생겼다. 흔하지만 전혀 무제가 나가지 않는 사진, 

언제 또 내가 이 곳에 돌아와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도 들고, 

어릴적 재개발 되버린 어린 시절 집 사진 하나 없는 것을  지금도  너무 아쉬워했던 기억으로 사소한 일상들을  사진으로 많이 남기고 있다. 

때로는 뭘 해먹었던 사소한 음식 사진, 내가 살았던 지역, 집, 자주 가던 가게, 식당 들의 모습들...

멋진 여행 사진이 아닌 이런 사소한 사진들이 나중에는 더 소중해 지는 것 같다. 

< 멕시코 집 >


그래서인지 요즘 콜롬비아에 살면서도  가끔 멕시코의 집이, 드라이브 가던 언덕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벌써 많이 흐릿해져서 집에 와서 사진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그때의 별것 아닌 일상의 추억들이 웃음지게 하는 것 같다. 지친 하루 노을지는 풍경을 보거나 야경을 보러 30분 드라이브 하던 그 사소한 풍경들이, 어느 길거리 타코집이, 우리 집 단지로 들어가던 길가의 나무들이....이런 것들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렇게나 수리가 잦아서 살 때는 너무 싫었던 집,  이제는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았다. 

<아름다운 멕시코 해질녘 >

# 일회성 체험형 소비의 증가


< 콜롬비아 여행 중 >


이런 연유에서 남편과 나는 점점 일회성 소비가 늘었는 즉, 여행에 많은 소비를 하는 것 같다. 

 대부분 체험형인데 여기가 아니면 다시는 볼 수 없고 해볼 수 없는 것들에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다 행복한 기억은 아니다. 때로는 아찔한 기억도 힘들었던 기억들도 있는데 이런 경험들도 

나중엔 다 서로 실컷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야망은 없지만 행복으 있는 삶

확실히 외국의 삶은 한국보다 여유롭다. 때로는 경쟁이 없는 이 느릿한 사회가 답답하기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의 분위기가 한국처럼 경쟁,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서 일까? 

확실히 사람들에게서 여유가 느껴진다.  누가 잘못을 해도 좀 더 너그러워지기도 하고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너그러워 진다. 꼭 한국에서의 삶의 방식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아주 작은 것에서 긍정 찾기 

< 일주일에 꽃 하나씩 사보기 >


계속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의 소비 패턴이 체험형으로 바뀌어서일까? 

지금의 상황이 많이 심적으로 힘들다. 주말에 외곽으로 놀러가거나 징검다리 연휴에 여행하는 것,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바에서 신나를 노래를 들으며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 이 유일한 소비의 낙이었는데 

앞으로 언제 그런 것을 다시 할 수 있을지 깜깜하니 나의 긍정성도 조금씩 지쳐가는 것 같다. 

아시아도 유럽도 이제 점점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 곳에 갇힌 느낌이라 더욱 답답하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재미를 찾고 있다. 운동도 홈트레이닝으로 바꾸고 요리도 더 신경써서 하고 

그림도 자주 그리며 강제로 주어진 쉼의 기회로 여기고 재택 근무하는 남편과 또 언제 이렇게 많은 시간 진종일 지겹게 ㅋㅋ 같이 있어 보겠냐며 산책도 자주 한다. 뭔가 은퇴하면 이렇게 살지 않을까 싶은 기분으로 ㅎㅎ


그리고 가끔 공원에서 친구랑 만나서 커피를 사들고 수다떠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생각하며 더 버텨보고 있다. 

친구랑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이, 친구를 집에 초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ㅎㅎㅎ


더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이제는 정말 극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며 살고 있는 지금, 이렇게나 담백한 삶에 조미료를 칠 날을 기다리며...ㅋㅋㅋ 코로나 바이러스야 제발 너무 길게만 가지 말아다오~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 파스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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