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더욱 끊어야 한다
불타는 트롯맨, 미스터트롯2...
이번에도 역시 트로트였다.
시청률 3%를 넘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든 MBN에서 최고시청률 16.6% 시청률을 찍으며 고공행진한 불타는 트롯맨.
이후 불타는 장미단, 장미꽃 필 무렵 등으로 지속적인 '불트'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양산해내고 있다.
TV조선 역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또다시 미스터트롯2
화요일은 밤이 좋아, 미스터트롯 토크콘서트 등으로 트로트 콘텐츠를 쥐어짜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마른 행주를 쥐어짜듯 트로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또로트(또 트로트)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보장되는 시청률 때문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어려워지는 방송시장 속에서 안정적으로 시청률이 보장될 수 있는 트로트라는 콘텐츠는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재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장년층들을 위한 방송 콘텐츠가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트로트 콘텐츠는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최적의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흥행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일반 대중들의 생각과는 달리 미스터트롯2의 최고 시청률은 24.0%, 불타는 트롯맨의 최고 시청률은 16.6%였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필자는 트로트라는 음악 자체를 폄하하고 싶진 않다.(분명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다만 지나치게 획일화된 트로트 예능, 반복되는 오디션, 고갈되는 음악 등으로 시청자들의 피로감은 극대화되고 콘텐츠산업 발전이 둔화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를 비교해보자.
두 프로그램은 투표를 받은만큼 상금을 더 가져갈 수 있다는 '오픈상금제' 형식을 제외하고는 포맷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만큼 동일했다. 심지어 TV조선 출신의 서혜진PD가 MBN으로 넘어와 불타는 트롯맨을 제작했고(이전부터 서혜진PD와 TV조선과의 갈등설은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사실이다), 이에 TV조선은 미스터트롯2의 방영일을 앞당겨 불타는 트롯맨과 같은 시기에 프로그램을 편성해버렸다.
애초에 미스터트롯의 제작진이 MBN으로 넘어와 트로트 오디션을 제작하니 다를 수가 없는 구조였다.
이후 스핀오프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기존 뽕숭아학당에서 다른 것이 없는 포맷으로 동일한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있다.
일명 뽕이라고 불리우는 이 장르는 전주만 듣고도 곡의 전개 또한 예상할 수 있으며 가사의 소재 역시 자전적인 이야기보다는 사랑이 대부분이라 한정적이다. 음악의 호불호를 떠나 '방송'에서 더이상 다룰 수 있는 소재도 없고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의 다양성도 없다.
K-pop 역시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겠지만, K-pop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지속적으로 세계 음악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나 트로트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최근 넷플릭스의 대대적인 투자로 국내 OTT 및 방송국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역시 이에 필적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기존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포맷을 시도하며 변화하는 시청환경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방송국 역시 향후에는 OTT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제작사로서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마치 MBC가 그런 것처럼.
트로트 프로그램은 시청률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는 분명 효자 프로그램임이 틀림없으나, 장기적으로는 식상하고 뻔한 소재로 채널에 장년층만을 가둬두는 니치 시장으로서의 역할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트로트 오디션은 또 다음 시즌으로 돌아오겠지만, 장기적으로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음악성 강화를 위해서는 이 '트로트'라는 달콤한 불량식품 같은 포맷은 슬슬 작별인사를 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