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사랑을 받고 우연히 미움도 받는 결국 퉁치는 인생.>
내가 못난 행동이나 실수를 해도, 심지어 무심하고 아무것도 안 해도 나를 좋아해 주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 노력과 무관하게 아껴주고 지지하고 응원해 주었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반대도 당연하다.
별다른 이유도 없고 잘못한 게 없는데,
존재만으로 나를 미워하거나 시기하고 괴롭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니 아무 관계도 아닌 타인이 나를 싫어하든 미워하든 흔들릴 필요가 없다.
표면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그들은 나를 잘 모른다.
나를 깊이 알고 있는 소중한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건 괴롭겠지만, 그들이 싫어하는 건 그저 나의 껍질 아니겠는가.
사실 남이 날 미워하는 것보다 경계해야 할 건 스스로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미움으로 괴로울 때는 나를 이유 없이 아껴준 사람들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아래처럼 본전을 계산해 보면 된다.
인간관계를 계산한다는 게 어이가 없을 수 있지만 멘탈 회복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우연한 인연으로 사랑을 받고,
우연한 인연으로 상처도 받는 것이 인생이니,
+하나 -하나 결국은 퉁치는 인생사다.
남을 통해서 얻은 건 0이다.
타인이 나에게 준 것 : + 사랑 1개 - 상처 1개 = 0
타인과 엮일 일이 없으면 괴로울 일도 없고 동시에 즐거울 일도 없을지도 모른다.
요즘의 나는 사랑도, 상처도 필요 없다. 그저 평온하고 싶을 뿐.
그렇게 점점 관계에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인생의 만족을 얻기 위해 믿을 건 나밖에 없다.
오히려 내 곁에 사람을 둬야 한다고 갈망하지 않게 된다. 즐겁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0이잖아???
혼자라서 더 좋은 내 인생. 평화로움에는 혼자라는 조건으로 성립이 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외롭기보다는 혼자가 더 좋아지고 있다. 그동안 관계에 많이도 지쳤었다.
내 성격이 늘 이랬던 건 아니다. 솔직히 어릴 때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좋았다. 사람을 참 좋아했다. 세상 사람들이 대체로 날 좋아해 줬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들조차 부담스럽고 버겁다.
혼자서 충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타인을 통해 위로나 즐거움을 찾는 것이 망설여진다. 필히 거기에는 상처나 괴로움도 동반될 것이므로.
이렇게 인간관계를 계산하는 게 제정신처럼 보이지 않겠지만 결국 타인을 통해서 얻는 것은 줬다 뺏기는 감정 같다. 타인을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하고, 위협도 받는다.
기쁨은 조용히 스쳐지나지만, 상처는 흉터를 남긴 채 사라진다. 결국 0이 아니다. 흉이 생긴 0이다. 뒤끝이 가득한 0.
나이가 들면 외로움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늙을수록 주변에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왜? 스스로 아쉬워서 하는 소리 아닌가? 잘 나갈 땐 호기롭게 혼자 달리더니, 늙고 힘없어지니 사람을 찾는다는 게 오히려 계산적으로 보인다. 나중을 위해 인맥을 보험 들듯 미리 관리하라니...
내가 아직 혼자가 외로울 나이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중년이 되니 타인을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고 싶지 않아 졌다.
더 나이가 들어서 혼자 외로우면 어떠한가?
그냥 받아들이고 그 자유를 느끼면 된다. 자유에는 어쩔 수 없이 외로움도 있다.
타인이 곁에 있다고 외로움이 없어지는 것도 딱히 아니다. 지금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착각일 뿐.
노년의 외로움을 위해 미리 괴로운 인맥으로 지금의 자유를 버릴 필요가 없다.
지금은 평온하고, 노년에는 자유롭고.
그 안에 외로움이 동반될 수 있다고 해도 그 대가로 오늘의 평화와 미래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혼자서 단단해지고, 스스로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삶이 더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자녀도 없고, 남편도 나보다 먼저 죽을 것이고(또 멀쩡한 남편 먼저 사별해 보기), 부모형제와도 거리 두기를 하고 있으니 노후에는 거의 혼자될게 확실하다.
그렇지만 외롭기보다는, 자유롭게 나에게 집중하며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혼자 가볍게 살다가 가고 싶다.
오늘 가진 관계의 무게에 짓눌리고 싶지가 않다.
노후에 혼자가 되는 게 두렵진 않다.
사실 지금도 대부분의 관계를 컴팩트하게 정리하여 혼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남편 외에 따로 만나는 친구는 없으며 직장 생활 외에 많은 시간들을 나의 취미생활과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회사와 집, 운동하는 곳들 외에 따로 여행가거나 놀러다니는 일도 없다.
인생에서 혼자 남고, 혼자 사는 게 두려운 게 아니다.
무서운 건 고독사일 뿐.
나의 시체가 오랜 시간 빈 방에 방치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치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까.
미래의 외로움에 대한 보험으로 오늘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너무 먼 미래가 아닌가?
모두가 자유롭고 가볍길~
설사 혼자라고 해도 그 나름의 인생에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