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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임 Apr 15. 2024

빗방울이 마음을 적실 때.

비 내리는 날.

툭. 툭.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

똑. 똑. 마음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같다.

어쩌면 비는 인간의 마음과 땅 위의 세상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매개체가 아닐까. 

촉촉한 빗방울이 적시는 땅 위의 모든 것들이 소리로 향기로 더욱 선명하고 진하게 자신의 존재를 강조하듯, 툭. 툭. 빗방울의 소리와 그 내음은 내 마음 한구석에서 메말라 푸석해진 감정들에게도 생기를 준다.


이런 날은 평소와 다르게 로맨틱 영화가 보고 싶고, 촉촉한 비를 닮은 노래가 듣고 싶다.

오늘만큼은 노이즈 캔슬링을 해제하고 음악 소리의 빈틈에 빗소리를 끼워 넣는다. 

이런 날을 위해 준비해 둔 플레이 리스트의 이소라 목소리는 바람이 불고, 널 위해 준비한 이별이 힘들었다는걸 기억해 달라고 한다. 이문세는 옛사랑을 기억하고, Lauv는 비가 내리는 파리를 말한다.

빗방울과 어울리는 뮤지션들. 

그들이 차가운 빗방울에 뭉실뭉실한 감성을 더할수록 나는 평소와 다른 정류장에 충동적으로 내리고 싶고, 그 낯선 거리를 걷고 싶다. 비가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다른 세상으로. 아쉬웠던 순간으로. 못다 한 말들만 가득 담았던 시간으로 다녀오고 싶다. 

사실 모르겠다. 

어쩌면 안돌아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에선 돌아갈 수 없고, 되돌릴 수 없기에 어쩌면 촉촉한 음악과 영화를 대신 갈망하는 게 아닐까.


아쉬운 마음에 커다란 통유리가 있는 카페로 발길을 돌린다. 

쌉싸름한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통유리 바깥으로 쏟아지는 회색빛 세상을 바라본다. 

한 모금 강하게 빨아 당긴 그 차가운 씁쓸함을 바로 삼키지 않고 잠시 입안에 담아본다. 

차가움이 입안을 가득 스며들자 카페의 음악이 바뀌고 Lauv의 Paris in the Rain 이 흘러나온다. 

카페 사장님도 오늘은 나와 같은 마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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