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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Nov 08. 2023

눈물 나게 맛있는 후르츠 산도

한 입 가득 베어 물자 상큼한 딸기향이 터져 나오면서 크림과 함께 달콤한 맛을 뽐냈다. 자칫 느끼할 수도 있는 크림의 맛을 부드러운 빵이 적절히 흡수하여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늦은 오후, 조그만 카페에 앉아 달큼한 행복감을 맛보았다. 이 딸기 산도는 살짝 괘씸하게도 조금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있다. 아웃도어 매장과 핸드폰 가맹점 등이 들어선 건물 2층에 그럴듯한 간판도 없이 숨어 있으니 아마 아는 사람만 찾아올 수 있을 거다. 이 까다로운 녀석. 그런 녀석을 발견한 것이 숨겨진 보물이라도 찾은 것 마냥 뿌듯한 마음이 들어 나중에 친구에게도 이 집 딸기 산도 맛을 보여주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핸드폰 너머로 울먹거리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지 않은 일을 당한 친구가 신경 쓰여 쉽사리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 이대로 전화를 끊으면 혼자 집에서 궁상떨고 있을 거란 생각에 결국 억지로 친구를 밖에 불러냈다. 밥을 먹긴 애매한 시간이어서 잠시 카페에 가기로 했다. 곧바로 딸기 산도 카페가 떠올라 친구에게 말했다.

"내가 숨겨놓은 딸기 산도 맛집을 알려주마."

친구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를 가는 내내 친구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화를 나누었다. 마음을 잘 다잡은 것인지 통화에서와 달리 친구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카페에 도착해 아메리카노와 딸기 산도 하나를 시키고 곧바로 친구에게 권했다.

"야, 먹어봐. 진짜 맛있어."

다이어트 한다고 또 안 먹는 거 아니야?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다행히도 친구는 별말 없이 딸기 산도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별안간 눈물을 후드득 흘렸다.

"야... 너 왜 우냐?"

순간 당황하여 우는 이유를 물어봤다.

"그냥... 흐윽.. 너무.. 맛있어서.."

딸기 산도가 눈물 날 정도로 맛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어른은 어렸을 때와 달리 길을 가다 자빠져도 울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야만 한다. 잘 견디는 것이 어른이니까. 그래도 계속 자빠지다 보면 한 번쯤은 울고 싶어 지는 것이 사람 마음일 거다. 그럴 때 한 번 우는 것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 같아 망설여진다면 재빨리 맛있는 딸기 산도 따위를 집어삼켜 보자. 그때 나오는 울음은 아파서가 아니라 입에 넣은 딸기산도가 눈물 나게 맛있는 탓일 테니 그다지 어른스럽지 못한 것도 아닐 거다. 핑계가 궁색하다고? 어허, 눈물 나게 맛있는 딸기 산도를 맛보지 않았으면 얘기 마시게.


여담이지만 그 카페에서 딸기 산도의 정식 명칭은 후르츠 산도이다. 계절에 따라 산도 안에 들어가는 과일이 바뀐다고 한다. 지금은 복숭아나 키위를 넣어 만들어 준다고 하니 딸기 산도를 먹고 눈물 흘린 친구를 다시 데려가봐야겠다.

"야, 네가 눈물 나게 맛있게 먹은 산도 먹으러 갈래?"

라고 물어보면 죽을래?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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