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였다
저만치 걸어오는 이
그럴 리 없건만,
여름비 지난 거리를
꿈에서 조차 찾아오지 않던 그대가
저만치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미친 듯 쏟아 친 여름비에
부유물처럼 떠오른 기억인 것을 알면서도
털컥 주저앉는 마음이다
누구나 감추고 사는 저마다의 섬
그 한복판에
묻어둔 사연 하나 없을까마는
어느새 이끼로 뒤덮인 상처는 그리움으로
불현듯 찾아드는 것이다
시간은 언제나 그만큼에서
한 번씩 상처를 헤집어
사랑을 해도 외로운 날들을 만들어 내려나 보다
비 지난 거리
저만치 걸어오는 이
어쩌지 못할
세월의 그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