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가 꽃처럼 피어 있었다
골목을 지나치는 등산객 몇을
햇발은 강아지처럼 따라서고,
당고개라 했다
새벽 불빛에 일터로 나간
가난한 자들의 소망이 우글거리는,
낯설지 않은 땅이다
오래된 기억과의 느닷없는 조우
잠들었던 슬픔이 실눈을 치켜뜬다
펼쳐진 고요에 잠 못 이루던 밤이 있었다
도시로 떠난 가난한 자들의 남겨진 아이
밤이면 멀리 개 짖는 소리 부름처럼 들려오고
기다림이 별빛으로 부서지던,
살았다
늦은 밤이 돼서야 고요를 벗어낼 골목
그제야
불빛을 별빛처럼 쏟아낼 것이다
알고 있었을까?
떠난 자와 남은 자의 슬픔이 이어져
여름 밤하늘에 수놓을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