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로요~
긴 정체기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출장을 마치고 뉴질랜드에 돌아온 지는 거의 이 주가 되었고요, 그 시간 동안 정신 못 차리고 어영부영 살았습니다.
돌아온 첫 주에는 시차 적응도 안 되고 이 주 넘게 쌓인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 탓에 생전 안 자던 늦잠도 자고, 자고 자고 또 잤습니다. 그래도 정신이 맑아지지가 않더라고요. 그 와중에 출근도 하고 행사도 하나 마쳤더랬죠.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오고 피곤한 적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출장 중일 때부터 이 일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했죠. 일보다 사람 스트레스에 더 시달렸습니다.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뇌가 24/7 깨어있는 듯한 기분으로 살았더랬죠. 정말 정말 긴 이 주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일주일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 밥도 먹고 일도 했지만 강아지들 산책도 못 시킬 정도로 기운이 없었어요. 지난주부터 간신히 저녁 산책만 시키는 중입니다. 이번 주에는 아침 산책도 시작해야지요.
출장 가던 날, 출장 중, 두 번 각기 다른 정부 기관에 지원을 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요.
한 군데에서는 빛의 속도로 거절 메일을 받았고 다른 한 군데에서는 면접 요청을 받았습니다. 50%의 확률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죠. 게다가 면접 요청받은 쪽이 직위도 봉급도 거절당한 쪽보다 나았어요.
지난주 수요일이었습니다. 화상 면접이었고, 쫄딱 망했습니다. 생각보다 긴장을 너무 많이 했고 예시를 잘 들지 못했어요. STAR 테크닉을 잘 써서 Situation(상황), Task(과제), Action(행동), Result(결과)를 조리 있게 말해야 했는데 긴장한 데다 예시가 생각이 안 나서 머릿속이 하얘지더라고요.
한 시간쯤 걸린다던 면접은 겨우 삼십 분을 채우고 끝이 났습니다. 면접을 망친 건 나 자신인데 뭔가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진짜 땅에 발을 쿵쿵 구르며 울고 싶은 기분이었달까요.
현재는, 그렇게 바닥까지 갔다가 아주 조금씩 다시 올라가는 중입니다. 여전히 전보다 더 많이 자고 기운이 없고 괜히 성질이 나지만 어쩌겠어요. 살아야지요.
이제 정신 좀 차려야겠다 생각하고 계속 미뤄두었던 브런치를 오늘 열었어요. 로그인을 하려니, 이게 왠 걸, 비밀번호가 틀렸다네요. 모니터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꾹 참고 비밀번호 찾기를 눌렀어요. 그리고 바꿨습니다. 비밀번호를요.
들어와 보니 지난 글을 올린 게 7월 15일이네요. 아직 한 달은 안 되었다는 데 안도감이 드는 건 뭘까요? 집 나갔다 들어왔는데 내 방은 그대로인 그런 기분, 왠지 안심이 되는 기분이랄까요.
아무튼 돌아온 탕아가 된 기분으로 이 글을 씁니다. 여전히 무언가 부족한, 몸이 꺼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입니다. 조금 부족해도, 조금 아쉬워도,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여기가 아닌 저기에 가 있을 테니까요.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애플워치가 '안정 시 심박수'에 변화가 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출장 가 있을 때보다 10 정도 낮아진 심박수를 보며 웃음이 나대요. 아~ 집이 좋구나, 했어요.
다들 건강하셨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