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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Nov 05. 2023

고양이와 낮잠 자기 좋은 시간

일요일 오후 2시


일요일이면 강아지 둘을 데리고 긴 산책을 하러 나가곤 한다. 오늘도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바다를 낀 퀸 엘리자베스 파크도 걸으러 갔다. 1950년대 엘리자베스 여왕이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문을 열었다고 한다. 


아주 큰 공원이지만 우리는 매번 같은 코스로 걷는다. 차를 주차하고 바닷가로 내려가 해변을 따라 쭉 가다가 언덕길로 올라와 키가 크고 작은 풀들이 양 쪽에서 호위하는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해변으로 걸을 때는 바람이 많이 불어와 서늘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바람이 멈추는 오르막 내리막 오솔길을 걷다 보면 살짝 땀이 날 정도다.


강아지들은 바람개비처럼 꼬리를 팔랑이며 잔뜩 신이 나고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면 서로 똥꼬 냄새를 맡느라 뱅글뱅글 돈다. 후각이 그렇게 남다르면서 왜 꼭 똥꼬에 코를 박아야 할까?


두 시간 남짓 공원을 반바퀴쯤 돌고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나니 나른했다.


읽지도 않을 책을 들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햇살이 내려앉은 거실 바닥에 고양이가 누워있다. 어찌나 편안하게 누워있는지 보고만 있어도 노곤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프라이팬에 구운 인절미가 생각난다. 아스팔드에 반쯤 녹은 아이스크림 같기도 하다. 고양이 액체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결국 책을 내려놓고 소파에 그대로 누웠다. 그러자 고양이가 소파에 올라와 내 몸을 질겅질겅 밟고 배 위로 올라온다. 천천히 식빵 자세를 잡더니 그대로 고롱고롱. 잠이 솔솔 쏟아진다.


고양이와 낮잠자기 딱 좋은, 따뜻한 일요일 오후 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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