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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망 Nov 10. 2023

Now and Then

때때로



비틀스의 신곡 Now and Then이 11월 2일 발표되었다.


1960년에 결성된 비틀스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기록을 남기고 1970년에 해체되었다. 그리고 십 년 후 존 레넌은 팬이 쏜 다섯 발의 총알 중 네 발을 등에 맞고 사망했다.


그 비틀스의 신곡이라니, 처음 들었을 땐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들이 활동하던 시절 녹음해 두었던 데모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건가 했다. 가끔 그런 식으로 싱글이 나오기도 하기에.


이번에는 좀 달랐다. 이 여정은 레논이 1970년 대 후반 뉴욕의 아파트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테이프레코더로부터 시작되었다. 1994년 레논의 아내, 요코 오노가 테이프 두 개를 폴 메카트니에게 건네면서부터다. Now and Then은 거기 들어있던 네 곡 중 한 곡이었고 음질이 가장 좋지 않은 곡이었다.


일 년 여가 흐른 후 레논을 제외한 나머지 세 멤버가 다시 모여 이 곡을 회생시키기로 했지만 녹음 이틀 만에 포기했다. 음질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리고 2001년 비틀스의 기타리스트였던 조지 해리슨이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또다시 이십 년의 세월이 흐른다. 2021년 피터 잭슨 감독이 비틀스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면서 이 여정은 다시 시작된다. AI를 기반으로 한 획기적인 음질개선기술로 레논의 청아한 목소리만을 뽑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메카트니와 해리슨의 기타, 링고 스타의 드럼이 입혀지고 그들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비틀스가 즐겨 쓰던 현악기 연주도 가미되었다.


그렇게 세상으로 나오게 된 그들의 신곡이 발표된 날 남편은 그 곡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단순한 음정과 가사였지만 끝나고 나서도 멜로디가 잊히지 않는 곡이었다.


그리고 어제, 피터 잭슨과 웨타 FX가 만든 뮤직 비디오를 보게 됐다.

지금의 메카트니와 링고 스타, 죽기 전의 레논과 조지 해리슨, 그리고 그들의 예전 모습. 아직 앳된 얼굴을 하고 웃긴 표정을 짓고 바보 같은 몸짓을 하는 철없는 비틀스.


그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든 건 나만이 아닐 거다.

아주 짧은 시간 우리 곁에 있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우리 마음에 남은 그들의 음악이 아름답고도 안타까워서, 코 끝이 찡해지고 눈앞이 흐려졌다.



이건 사족인데, 영국 리버풀 출신인 남편은 리버풀 풋볼클럽과 비틀스의 역사를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잘 꿰고 있다. 남편은 이 뮤직비디오를 보며 눈이 촉촉해진 나에게 말했다.


존 레넌이 내가 태어난 병원에서 태어났노라고.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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