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나서 서글픈 현재.
2011년의 나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페이스북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지 않은지 한참 됐지만 그래도 가끔 들어가 볼 때가 있다. 나는 아무 포스트도 올리지 않지만 나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페이스북에 자기 사는 이야기를 올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여느 때처럼 별생각 없이 휴대전화 속 페이스북 앱을 열었는데 Your memories on Facebook이라는 제목으로 13년 전의 내가 올린 포스트가 불쑥 나타났다.
페이스북을 해킹당한 적은 없으니 내가 쓴 건 확실하지만, 참 새삼스럽다. 어찌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썼는지. 13년 전의 나는 아직 감수성이 풍부했구나, 하고 생각하고 싶지만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내놓다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손발이 오글거려 죽겠다.
그래도, 그때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생판 모르는 나라에 혼자 뚝 떨어진 것도 처음이었고, 혼자 살아본 적도 처음이었다. 가진 것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랬나 보다. 나는 겁이 났었나 보다. 잊힐까 봐, 아무것도 아니게 될까 봐.
그때를 생각하면 참 철도 없었고 대책도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그때 써놓은 짧은 글들을 보니 나름대로는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았던 시기였나 보다.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불안정한 그 시간을 버텼기에 지금의 안정적인 삶을 산다.
요즘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그 일들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그런데도 이 안락함을 걷어차버려도 될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든다. 답이 없는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나를 기억해 줄 이들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