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순형 Jul 28. 2020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

불효자는 웁니다.

나의 어머니는 늘 눈물이 많으셨다.

내가 어렸을 때는, 장난감을 가지고 생 떼를 쓰면 꼭 사주셨으면서도 엄마가 못나서 더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우셨고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는, 엄마가 못나서 나의 꿈을 지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우셨고

내가 뒤늦게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는, 엄마가 못나서 비싼 유학비용을 지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우셨다.

미안할 일이 아닌데도, 울 일이 아닌데도
어머니는 늘 "엄마가 못나서"라며 본인 탓을 하셨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는 내가 이렇게 된 것은
다 부모님 때문이라고 탓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어떠한 선택을 내려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를 지지해주던 것은 어머니뿐이었다.

수석이던 대학교를 그만두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
순례길을 다녀와 경간부 시험 준비 안 하겠다고 말했을 때,
무작정 외국에서 살아보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
20대를 몸 담았던 곳을 떠나
새로운 직종으로 이직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반대했지만 어머니만은
온전히 나의 선택을 존중해주셨다.

하마터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어
스스로의 개성을 지워버리고 살 뻔했었지만,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자부심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심
약자를 먼저 배려하고자 하는 이타심
세상 만물을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
이겨내지 못할 것은 자신뿐이라는 인내심
그리고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과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로
온전한 나만의 선택을 통하여
주도적으로 스스로의 삶을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도
다 어머니 덕분이었다.

30년 동안 난 크게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돈은 마음만 먹으면 어느 곳에서든 벌 수 있었고,
20대에는 경험과 가치에 투자를 했으니,
이제 제대로 마음먹고 돈을 모아볼 생각이었다.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매달 어머니에게 생활비로 50만원씩 드리고 있었고,
내게는 그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며 무엇보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돈을 보낼 때마다 늘 미안해하셨다.
평소에는 월급날에 돈을 보내드렸었는데
오늘은 돈이 급하게 필요하셨는지 이직한 회사는 월급날이 언제냐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어 물으셨다.
그리고는 또 조용히 흐느끼며 우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신은 날 키우는데 30년 동안
그 어떠한 것도 아낌없이 내주고도
더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우신다.

당신이 내게 30년 동안 베풀어준 것은
그깟 50만원으로는 감히 갚을 수 조차 없는데
그 뭣도 아닌 돈이라는 게
내게는 누구보다 위대한 어머니를
고개 숙이고 눈물 흘리게 한다는
사실에 미치도록 화가 났다.

그동안 난 스스로 돈에 초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게는 항상 돈 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근데 오늘
돈을 정말 많이 벌어야겠다고 결심했고,

다시는 어머니가 돈 때문에
울게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