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자기 계발 (1)
20세에서 59세 사이의 남녀 10명 중 7명은 취미나 자기 계발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주 평균 2.4회, 1회 평균 1.2시간과 월평균 약 7만 원 정도의 지출을 소비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돈과 시간을 들여 취미나 자기 계발을 할까?
50.1%는 재미/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라고 답변했고, 37.1%는 지속 활동 가능성 때문이라 답했다. 그다음의 26.4%가 눈에 띈다. 바로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출처: 오픈서베이 취미생활 자기 계발 트렌드 리포트 2022]
처음 지금 회사에 입사했을 때 선배가 내게 취미가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딱히 없다.라고 답했는데 "그렇다면 하나쯤 가지는 게 좋을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엔 아니 일도 바쁜데 취미까지 할 시간이 어딨어? 라며 툴툴거렸지만 직장생활을 한 지 7년이 지난 지금(이전 회사/알바까지 치면 16년은 족히 일했지만) 생각해보면 직장생활의 가장 필수조건이 취미 혹은 자기 계발이다.
직장생활을 한다면 "직장인의 3, 6, 9"라는 것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입사 후 3개월, 6개월, 9개월 그리고 3년, 6년, 9년마다 권태기 혹은 번아웃이 오는 것을 말한다. 그 권태기를 푸는 방법은 저마다 다양하다. 값비싼 물건을 사서 빚을 지거나(빚만큼 좋은 동기부여는 없다.), 이직을 하거나(그리 쉽지만은 않지만), 혹은 그냥 번아웃이 된 상태로 있거나. 사실 번아웃이나 권태기는 일을 많이 해서 오는 게 아니다. “일만 해서” 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권태기가 상대적으로 덜 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과 삶을 분리하는 사람들이다.
말처럼 일과 삶을 분리하기란 쉽지가 않다. 퇴근 후 오는 거래처의 연락, 핸드폰에 깔아 둔 아웃룩에서 뜨는 알람, 팀의 단체 카톡방, 필드를 뛰셨는지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뀐 팀장님. 세상이 너무 똑똑해져서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게 만든다. 그것도 24시간 동안.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과 삶을 분리해야 할까?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취미 혹은 자기 계발이다.
나는 취미와 자기 계발이 다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취미는 단순하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성취감을 느끼면서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취미라면 자기 계발로 제격이다. 가령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쓰는 것, 하다못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더라도 내 관심사에 파고들게 될 것이고 그만큼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나아가 전문성을 가지게 되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취미와 연관된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꼭 공부만이 자기 계발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서른 살에 야간대에 입학했다. 대학교를 다니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관둘 수 없었기에 야간대 진학이 불가피했다. 동시에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일까지 많아진 상황이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쉴 틈 없이 일을 하고 퇴근을 하자마자 바로 학교로 향했다. 학교는 회사와 집과 왕복 3시간 거리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을 갔으니 평일엔 내 시간이 없었다. 주말에도 과제나 시험에 파묻혀 취미생활도 자기 계발도 즐기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순간 내 일상이 무너져 내린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사실 일도 공부도 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였다. 아무도 내게 대학 졸업장을 강요하지 않았고, 새로운 업무를 맡으라고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러움이 몰려왔다. 그렇다. 번아웃이 온 것이었다.
번아웃이 오면 아래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1.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때 완전히 지쳐 있다.
2.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을 하면 피곤하다.
3. 회사에서 항상 긴장을 느낀다.
4. 업무를 수행할 때 무기력하고 싫증을 느낀다.
5. 어떤 일을 하는데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6.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꾸 실수를 할 것만 같다.
7. 최근 짜증, 불안이 많아지고 여유가 없다.
[출처: 정신의학신문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5가지 방법'_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위 항목 중 3가지 이상 해당되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나는 출퇴근할 때 매우 지치고 피곤한 상태였으며, 불안함과 긴장을 느끼곤 했다.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까 봐, 갑자기 회식이 잡혀 수업에 들어가지 못할까 봐, 잊고 하지 못한 과제가 있을까 봐 등 매일 걱정을 하며 살았다. 이런 상황이 오면 가장 먼저 스트레스받는 건 나 자신이다.
이 불안감과 긴장감을 해소하고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일기였다. 대학 수업을 핑계로 아이패드를 샀는데,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일기를 쓸 수 있었다. 나는 지하철을 타는 등/하교 시간을 활용했다. 처음엔 메모 어플에 작성하다가 사진을 첨부하는 일이 많아져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방문자 수는 0명이었다. 블로그를 장기간 방치해둔 까닭이다. 개의치 않고 매일 일기를 썼다. 그 덕에 블로그 지수가 높아졌는지 갑자기 검색 유입이 되면서 방문자 수가 늘었다. 일주일 만에 일 방문자가 100명 정도 왔을 때, ‘내 글을 100명이나 읽어!?’ 하는 마음에 갑자기 신나기 시작했다. 방문자 수를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주제를 갖추고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상에서 포스팅할만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스타벅스에 갔기 때문에 신제품이 나오면 음료 메뉴나 MD 등을 리뷰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상에서 포스팅할만한 것들을 찾아다녔다.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기분이었다.
방문자수는 계속 늘었다. (정말 많이 들어왔을 땐 하루에 26만 명이 들어왔다. 키워드 하나 잘 잡아서 포스팅을 한 덕이었다.) 학교와 회사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렇게 블로그 키우는 데 몰입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갔다. 회사-학교-집(잠)에 무언가를 하나 끼어넣은 기분이었다. 덕분에 나는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처음 느꼈다. 사람은 취미든 자기 계발이든 일과 공부 외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번아웃을 벗어난 것과 더불어 부수적인 결과로 블로그를 통해 수익창출도 할 수 있었다. 애드포스트를 통해 많게는 한 달 동안 100만 원가량의 수익을 얻었다. 그 외에도 체험단을 통해 식사와 제품들을 제공받거나 원고료를 받으며 글을 써주기도 했다. 부수입이 점점 늘었다. 일이 바빠 잠시 블로그 관리를 하지 못했을 때에도 애드포스트를 통해 계속 수익이 들어왔다. 나만의 파이프라인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쓰며 글쓰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 일기처럼 매일 글을 쓰니 나도 모르게 글쓰기 훈련이 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독자가 내 글을 더 재미있게 읽어줄까 고민하던 것이 많이 도움되었다. 덕분에 이렇게 브런치에서도 글을 쓰고 있다.
에너지는 사용하면 충전해야 한다. 우리가 일과 공부를 하며 소비한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려면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은 다르다. 꼭 나처럼 블로그를 하지 않아도 된다. 뭐든 좋다. 그게 요리든, 운동이든, 무언가를 만들거나 배우는 것이든. 취미나 자기 계발로 자신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일을 찾자.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그 일에 몰입하여 일과 삶을 분리해보자. 매일 같이 반복되었던 지친 일상에서 내가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낼 때 나의 하루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