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릇 연구소 (1)
일전에 우연한 기회로 자수성가로 성공한 한 제약회사의 대표님 부부를 만나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식사 내내 대표님은 인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시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말씀해주셨다. 듣는 내내 기억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서 양해를 구하고 메모를 남겼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을 적어보자 한다.
20대~30대의 투자금은 많아봤자 1~2억 일 텐데 10프로 번다고 해도 고작 천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 매일 주식창을 들여다볼 시간에 공부를 하고, 좋은 것을 많이보고,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라고 하셨다. 황금 같은 이 시기는 다시 돌아올 수 없고, 그 시간에 내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욱 투자의 가치가 있다고 하셨다. 그리 능력을 키워 나이를 더 먹으면 돈 천만 원 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말과 함께.
만약 그래도 주식을 할 생각이라면 오를 주식이 아닌 내리지 않을 주식을 사라 하셨다. ‘어! 저기는 무조건 오르는 곳이야!’ 라며 달려들지 말고 그 회사의 CEO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 산업에 대해 공부해서 '잃지 않을 곳'에 투자하라고 하셨다. 결국 주식하지 말란 이야기는 투자를 하지 말란 것이 아닌, 좀 더 공부를 하고 식견을 넓히고 나서 투자를 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대표님도 한 때는 주식을 굉장히 열심히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10번 잘 되다가도 한 번 잘못되면 망하는 게 주식이란다. 매번 승승장구하시다가 결국 마지막 한 번의 투자로 100억 가까이 되는 돈을 잃으셨단다.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고.
지나고 보니 당신이 그나마 젊었던 시간에 주식으로 인해 허비했던 시간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잃어보니 차라리 그 시간에 추억도 만들고 공부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맥락이었다. 요즘 주식과 더불어 비트코인을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심지어 본인 회사의 직원들까지도) 주식창을 보느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본인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은 '원금만 회복하면' 모두 뺄 것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주식은 시작하지 말고, 그 돈으로 차라리 자기 계발에 쓰라는 것이다. 다달이 일정 금액을 투자를 한다면 결국 자기 자신에게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과장'의 마인드로 일하면 그 자리가 한계다. 어떤 마음을 갖고 일하는지에 따라 내 자리가 바뀔 것이라 하셨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처음 현 회사에 입사했을 때, 계약직 직원들이 맡았던 업무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정규직을 달고 진급을 할까 고민했다.
회사는 결국 이윤을 만드는 곳이다. 매출과 이익을 늘리면 인정해주겠다 싶어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영업을 했다. 당시 거래처의 매출을 5배 증가시켰고, 입사일이 제일 늦었지만 진급 대상자 중에 가장 빨리 진급을 했다. 물론 영업직은 나보다 연봉도 직급도 높았다. 그렇지만 내가 당시에 연봉도 쥐꼬리만 한데 영업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내게 주어진 업무만 했다면, 내 진급 순번을 기다리며 두세 번 누락했을 것이다.
내가 하던 업무는 단순해서, 누군가를 능력이나 업무로 평가하기 무리한 부분이 있어 근태나 업무 서류량으로 고과를 매기곤 했으며, 대부분 입사순으로 진급을 했다. 나는 급여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그만큼 돈과 인정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받는 만큼만 한다면 딱 그 자리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물론 업무에 대한 가치관은 모두 다르다. 적당한 돈을 벌며 적당히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업무 전문지식과 커리어를 쌓으며 몸값을 올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가 내게 더 잘 맞았다. 본인의 성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누가 맞고 틀린 문제는 아니다. 본인이 만족하기만 하면 된다.
가난한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어도 그 돈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돈을 잘 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많이 모았거나 버는 사람들은 돈을 잘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 돈을 모으고/벌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지출을 하기 위해 노력을 했기 때문일 테다.
내가 돈을 잘 '사용'한다면, 그만큼 돈을 더 '벌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돈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 돈을 어디에 써야 내게 이득이 되어 돌아올지 스스로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자기 계발이나 새로운 경험에 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없으면 바로 사서 읽는다. 이만 원도 하지 않는 책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필품을 사는 것에 있어서도 가장 비싼 것을 산다. (물론 예전엔 제일 싼 것만을 골랐다.) 하지만 싼 물건을 사게 되면 딱 그 가격만큼이다. (이것도 물론 드물게 예외인 것도 있다.) 물건을 사고 나서 저품질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나, 다시 사기 위한 시간과 돈 등의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면 자주 쓰거나 오래 쓸 물건을 구입할 땐 가장 좋은 것으로 구입해야 한다.
대신 택시비나 충동구매에는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만한 가치를 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돈을 쓰는 것에 대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돈을 아끼고 그로부터 가치를 얻어낸다면 돈을 잘 벌 수도, 잘 쓸 수도 있게 된다.
능력만으로는 내가 정말 원하는 무언가를 해낼 수 없다. 물론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하지만 운과 복도 필요하다. 이전에 이 글과 관련된 타래를 트위터에 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운과 복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운(運)은 말 그대로 운이다. 우연한 계기로, 어쩌다, 시기가 잘 맞아서 얻는 것이다. 내 노력이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복(福)은 다르다. 복은 영미권에선 카르마(Karma)라고 하여 미래의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을 뜻한다.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이다. 유교에서는 복을 인(仁)이라 한다.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다는, 즉 어질다는 뜻이다. 유교에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질이라고 보고 유교 윤리 중의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 (사실 나도 약간 헷갈렸는데 트친인 플라피나님이 설명해주셨다. 이자릴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러한 복은 내 노력에 따라 쌓을 수 있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과 얽히고설켜있다.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고 남을 배려하고 살다 보면 그것이 잘 축적되어 언젠가 돌아오게 되어있다고 한다. 물론 꼭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다. 복을 쌓기 위해 가졌던 선한 마음이 이미 나 자신을 이전과는 다르게 변화시킬 테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것이 불행인지 행복인지는 결국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불교에서도 말한다. 행복과 불행은 모두 자신의 생각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법륜스님의 강의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두 눈이 보이다가 한 눈을 잃은 사람은 세상이 무너진 듯 불행한데, 두 눈이 안 보이다가 한 눈을 뜨게 된 사람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진다면, 둘 다 한 눈만 보인다는 건 똑같은데 무엇 때문에 한 사람은 불행하고 한 사람은 행복한가? 30억을 갖고 있던 사람이 1억만 남으면 불행하지만,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공짜로 1억을 받은 사람이 행복하다면 둘 다 1억을 갖고 있는 건 똑같은데 무엇 때문에 한 사람은 불행하고 한 사람은 행복한가? 결국 내 생각 하나가 나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한다는 말씀이었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사람들을 자주 본다. 같은 일을 겪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불행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행복일 수도 있다. 만약 내가 그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내 생각을 고치는 게 빠르지 않을까? 결국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괴로워지기도 행복해지기도 한다.
나도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받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여기는 대신 이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진다. 그러니 현재 갖고 있는 상황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면 그냥 내가 부처다~ 이 불행은 부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하고 넘기자. 그렇게 생각을 바꾼다면 우리는 결국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비슷하다. 결국 공부하고, 좋은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것이다. 다들 똑같은 말을 하는데도 그걸 실행하지 못한다면 결국 나 스스로 성공의 기회를 저버리는 것이다.
나는 가끔 내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신에 실망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공부를 하고, 좋은 마음을 가지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나 자신이 되고 싶었던 '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