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비도지 Jan 28. 2024

왜 심사역이 되고 싶어?

심사역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

심사역이 왜 하고 싶어?

벤처캐피털로 오기 전, 이전 회사 마지막날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하지만 “나 퇴사합니다.” 작별인사를 나누는 순간에 짧게 답변드리기엔 그 스토리가, 그 고민의 시간이 꽤나 길었던것 같다. 그래서 한번 정리하고 그 때 했던 생각들을 풀어보고 싶었다.


때는 3년 전 그때 처음 투자심사역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그 계기는 대학원 수업에 있었다. 회사 재직 중에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다녔었는데 2년 동안 대부분의 수업들은 듣고 이론을 익혔다면, 이 수업은 직접적으로 나에게 경험을 남기고 새로운 진로를 제시했던 것 같다.


Business Project Workshop이라는 과목이다. 이 과목에서는 대학원 학생들 3~4명이 한 팀이 되어 참여한 스타트업 6~7개 기업 중 한 팀과 매칭되어 몇 주간 정기회의를 진행한다. 이때 나는 'Packative'라는 직접 패키징을 손쉽게 디자인하고 소량 주문 가능한 Packaging 회사를 선택하였다. 당시 회사에서 물류/포장 적재 효율화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던 나는 오로지 관심이 물류/포장 프로세스 효율화였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Reference : 패커티브(Packative) 공식 홈페이지, packative.com


수업의 취지는 학생과 기업 관계자들 간에 서로가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을 함께 메꿔주고, 현재 사업전략을 리뷰하면서 더 새롭고 신선한 전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 과정은 마치 투자심사역의 '액셀러레이팅'과정과도 같다.


이 과정에서 실제 테크 스타트업 관리자와 제품 전략 및 중장기 운영 방안을 주제로 정기적으로 미팅하며 개선안을 도출해 보기도 하였고, 해당 회사의 CEO 및 CTO 분들과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토론하며 차별화 전략을 세워보는 경험을 하였다.


이는 나에게는 비즈니스 안목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해당 스타트업 팀에게는 제3자의 시선에서 더 빠른 사업확장을 위한 힌트를 제시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약 3회의 정기 미팅과 최종 결과물 정리를 통해 일반기업에서 요구되는 전략적인 의사 결정과 혁신적인 성과 도출 과정에 많은 힘이 되었고, 이는 기업에서 나와 벤처캐피털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는 나에게 머릿속에 올바른 프레임을 심어준 것 같다.


앞서 'Business Project Workshop' 과목에 대한 이야기가 길었지만, 결론적으로 해당 수업을 듣고 나서 머릿속에 여러 키워드가 계속 맴돌았다. '스타트업', '사업전략', '사업모델', '빠른 성장' 등등. 이는 여러 규제와 시장현황에 따라 장기적인 KPI를 세우고 사업전략을 세워야 하는 대기업의 전략과는 사뭇 달랐다. 결론적으로 더욱 매력이 있었다.


그것과 더불어 당시에 방영되던 드라마 '스타트업'을 보면서 스타트업의 생태계 그리고 벤처캐피털이라는 회사가 있고, 그곳에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며 시장의 기회를 찾아나가는 심사역의 삶을 알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삶과는 상관없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다.


그리고 그 혹시나 했던 마음을 심사역이라는 직무와 하나씩 연결해 보기 시작했다.


1. Venture Capital 심사역들의 이력 살펴보기

심사역들의 백그라운드는 어떻게 될까? 나는 기계공학과 베이스의 경력자인데 가능은 할까.

대부분 컨설팅, R&D 경험자, 자산운용 경험 혹은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VC로 오게 되었고, 아주 가끔은 산업계 경력자들이 보였다. 하지만 많은 비율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바로 VC로 가는 것은 무리일 거라 생각했다.


2.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비슷한 직무 찾기

더 가까운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회사 내에 벤처캐피털의 투자심사역과 비슷한 업무가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관련부서로는 투자팀/M&A팀/Open Innovation팀 등이 있었다. 이 중에 내가 도전할 수 있는 팀은 무엇일까?

*제조업에서는 투자팀/사업개발팀/M&A팀 등 관련 팀들이 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다. 이유는 주도적으로 업무를 할 수는 있지만 외부의 재무적 투자자와는 다른 전략적 투자자로 유관부서 (Quality/Procurement/Logistics 등)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소수 인원을 구성하여 그들이 주도적으로 협업하고 투자를 검토할 수 있는 구조이다.


우선 제조업에서 전략적 투자자에게 필요한 투자 역량이라 하면 산업/제품에 대한 이해, 재무적인 평가가 필수이다. 다행히 제조업에서 다양한 직무를 통해 제조/생산 프로세스를 경험하였고, 재직 중인 회사의 다양한 제품에 대해 수익성 구조를 분석하고 비교하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팀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획팀에 있으면서 유관부서로 만난 SI투자 업무 담당자께서 나를 추천해주신 것이다. 그때 이 추천이 내 인생의 방향성을 이렇게 바꾸게 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여기에 재직 중에 학습했던 MBA 경험도 큰 몫을 했던 것 같다. 이로써 두 번째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3. 현재의 업무가 나에게 맞는 직무인지 확인하기

다음은 세 번째 연결고리이라기보다는 변화된 현재의 모습을 내가 만족하는가. 이 투자라는 업무를 계속하고 싶은가에 있었다. 몇 년간 업무를 맡으면서 투자자의 마음가짐과 해야 할 업무들에 계속하여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심사역을 더 알아가고 싶었다.


4. 전략적 투자자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를 만나기

사기업에서 벗어나 실제로 벤처캐피털 혹은 액셀러레이터에서 근무하는 심사역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랫동안 일반 기업에만 다녔던 직장인이 갑자기 다른 분야의 직장인을 알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기회는 정말 한순간 한순간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것 같다.


주변에 투자업무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내 지인들도 대부분 일반 기업 혹은 공기업 재직자이고, 그들의 주변 지인도 그러하였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투자팀으로 부서 이동 후 나는 자연스럽게 프로필을 바꾸었고, 리멤버를 통해, 링크드인을 통해 나에게 직접 친구 신청을 하는 외부인들도 있었고, 지인들 중에서 갑자기 VC 관계자를 소개해주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재무적 투자자를 만날 기회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그리고 이 만남들은 더욱이 나에게 확신을 주었다.


5. 투자심사역이 되기

그렇게 마지막 연결고리는 채워졌다. 심사역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고, 그렇게 심사역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확신을 심사역이라는 직무를 직접 경험하며 검증하는 중이다.


모두가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갖고 살아가기에, 이 과정이 누구에게는 참고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의 내 삶과 심사역이라는 직무의 공통점을 꾸준히 찾아나가고 검증하면서 심사역에 가까운지 나를 돌아보는 과정에서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Summary

요약하자면 사회 초년생이 아닌 입장에서 대리/과장급의 이미 몇 년간 해왔던 업무가 있는 직장인으로서는 쉽게 투자심사역으로 직군전환을 할 수는 없었고, 나는 나만의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내가 벤처캐피털 투자심사역이 되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도전과 경험은 큰 의미로 남았을 것이고 다양한 직무에 대한 이해도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투자가 아닌 다른 직무를 하면서도 좋은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창출했을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결심이 들고 나서 어떻게 심사역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풀어볼 예정입니다.

스타트업 혹은 투자심사역과 관련하여 궁금한 내용 혹은 함께 풀어가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투자심사역으로 살아가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