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제조업의 구매 직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구매는 연구소, 품질, 생산, 자재 등 다양한 부서의 담당자와 협업하며 회사의 주요 제품이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기본 자재를 개발하고 가격 결정하고 구매하고 입고 후 품질관리까지 도맡아 하게 된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직무에 대한 고민]
필자는 기계공학을 전공하였지만 취업을 준비하며 꼭 기계과 관련 직무가 아닌 다양한 직무에 서류를 내고 인적성, 면접을 진행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그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계공학과 학생은 졸업 후에 무엇을 얼마나 다양하게 할 수 있을까?'
정말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는 전공의 특성과 가장 유사한 제조업의 '설계, 품질, 생산' 직군을 넘어 어느 범위까지 뻗어나가 사회에서 내 역할을 찾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여러 과정들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첫 직무로는 구매(Purchasing)이라는 직군을 통해 사회인으로서 첫걸음을 시작했다. 필자는 3학년 때 디자인 프로세스(Design Process)라는 과목을 수강하며 매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기술성과 사업성을 연결해 주고 간접적으로 제품의 생애주기를 다루는 과목이었다.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자세히 풀어보겠다. 그 당시 수업을 생생하게 기억했던 나로서는 구매라는 직무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처음 구매 업무를 하면서]
물론 구매라는 직무는 *생산용 자재에 대한 넓고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했기에, 처음에는 너무도 어려웠지만 이는 시간이 채워줄 수 있는 문제였다. 각 플랜트(Plant)에서 어떤 자재(Material)를 얼마만큼 발주를 내고 입고 처리하여 보관하며 그 자재를 어떤 생산라인에 보내어 가공하고 조립하여 어떤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지 더 디테일하게 알아가야 했고, 앞서 이야기한 자재가 어떤 재질에 어떤 설계사양으로 확정이 되어야 하며, 어떤 공정을 거쳐 품질 문제없이 우리의 생산공장까지 입고되는지 해당 부품의 전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수시로 협력회사를 방문하여 점검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해야 했다.
다행히 자동차 부품 중 변속기의 부품구매를 담당하며 기계적인 성질, 화학적인 성질을 다루는 연습을 할 수 있었고 전공과정에서 나왔던 단어들이 한 번씩 들리며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꼭 기계공학과가 아니어도 바로 옆에 있던 산업공학과, 재료공학과 동기들 그리고 화학공학과, 경영학과, 경제학과 선배들을 생각해 보면 결국 3개월만 지나면 전공보다는 구매 직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구매 직무를 잘하는데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물론 필자는 전공 덕분에 '구매'라는 직무를 쳐다본 케이스지만. 그럼 만약 내가 다른 전공이었다면 '구매'를 지원할 일이 있었을까?
[직무를 위한 탐구 과정]
필자는 기계공학이라는 전공에서 내가 어떤 수업을 들었고, 그중에 어떤 수업에서 교훈을 얻었으며, 배움으로 삼았는지가 중요했다.
첫 번째 이유는 모든 전공과목을 다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발견했던 내 취향저격의 전공들은 그 학기에 나의 전부였고, 제일 많이 배워가고 싶은 시간이었다. 두 번째로 4년 간의 대학생활에 우리는 학업, 대외활동, 동아리활동, 취미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있지만 막상 취업시즌이 되면 우선 학업의 경험을 잘 살려야 한다. 그 안에서 내 모습을 찾아 스토리를 만들고 가공하고 이를 이야기로 풀어나가야 기업에서 서류합격이라는 답장을 보내주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내가 선택한 전공이었다. 몇 과목이 되었든 "그래! 내가 전공을 이수하면서 이건 배웠었지." 기억은 남기고 싶었다.
구매직무에서 임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하여 떠오르는 과목은 앞서 언급하였던 디자인 프로세스 과목이었다. 왜냐하면 이 과목에서 배웠던 수업 절차와 프로젝트 과정은 마치 ‘구매’의 연습판 같았다. 물론 특정 직무에서 일하며, 내가 어떤 생각, 마음가짐으로 이를 적용하고 응용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나는 그 과목의 과정 하나하나를 정말 즐겼었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내가 그것을 일로 삼아 하고 있었다.
*생산용 자재 : 흔히 제조업에서는 해당 기업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재(Material) 발주(Purchase Order)를 내는데, 이때 자재를 일반용 자재(제품과 관계없는 부가적인 물건들), 생산용 자재(제품의 핵심이 되는 재료들)로 나뉜다. (출처: https://valuechainstory.tistory.com/11 [가치에 가치를 잇는 이야기, GA-GA-IT Story])
현업인 스타트업 '투자심사역'의 이야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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