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연 Dec 14. 2023

스타트업에서 느낀 1년차 디자이너의 고민

1인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시작하며 느꼈던 고군분투와 성장과정

작년 이맘쯤 고민이 참 많았는데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아직도 주니어이긴 하지만 제가 주니어 때 가지고 있던 고민들과 도움이 되었던 말들, 그리고 고민을 해결해 나갔던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해요. 제가 가장 위로가 되었던 순간이 나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을 때였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정답은 없기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






1-스타트업의 1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된 계기
2-회사에서 뭘 해야 하지?
3-이게 맞아?
4-당장 이직하고 싶은데 해도 되나?
5-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들어줘?



스타트업의 1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된 계기


본격적으로 고민 얘기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 제 얘기를 하자면, 저는 시각디자인과 1학년때부터 BX디자인에 관심이 있었고 별다른 생각 없이 BX디자이너가 될 줄 알았어요. 정신없이 졸업전시를 끝내고 나서 취업생각을 시작해 보니 UXUI디자인이 더 잘 맞는 걸 알게 됐고 1년 동안 UXUI공부를 하며 취준을 했습니다. 동기들은 좋은 회사에 다들 잘 가는 것 같은데 저는 아직도 UXUI를 잘 모르는 것 같아 불안했고 답답한 마음에 빨리 실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인턴기회조차 쉽지 않았어요. 그때는 UXUI에 대해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고 UXUI포폴을 만들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아요. 결국 대부분 서류탈락을 했고 몇 안 되는 최종 면접들도 결국엔 탈락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의 취준기간이 지쳐갈 때쯤 지인의 소개로 작은 스타트업에 1인 디자이너로 들어가게 됐어요. 취준이 힘들어서 도망치듯 취업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더 좋은 회사에 가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이직준비를 할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2~3개월 정도 일을 하다가 상반기 채용들이 시작되었고 공고를 꼼꼼히 읽으며 지원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2~3개월 동안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상반기에는 더 어필이 될만한 포폴과 자소서를 만들어야지!라고 했던 과거의 다짐과 다르게 막상 그때의 저는 이력서에 한 줄 추가되는 것 외에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딱히 한 게 없어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저의 포폴과 자소서를 보며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생 스타트업의 1인 디자이너로 들어간 신입에게 (대표님이 일을 추진력 있게 실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더욱) 딱히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때부터 저는 이직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하고 주도적으로 회사를 다녔어요. 이직을 하려면 우선 그 회사에서 일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면서 했던 고민들과 도움이 되었던 말들을 나눠볼게요.



회사에서 뭘 해야 하지?

포폴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저 스스로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는 상태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에 대해 잘 모르는 대표님과 일을 하다 보니 저는 그저 대표님의 생각을 그려주는 스케치 툴을 다를 줄 아는 손이었어요.(지금 회사에서 면접에 참여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그때 저의 회사는 스케줄이 여유로웠고 제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그때, 친구가 인턴을 다녔을 때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면 포폴에 도움이 될까 생각하면서 일하면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친구가 어떤 의미로 그 말을 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상황에서 어떤 일을 했다고 해야지 포폴에서 상대방에게 타당하게 여겨질까, 내 포폴에 어떤 결과들이 쌓이면 좋을까를 기준으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했어요. 그땐 직무 이해도가 많이 부족했어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뽑는 면접관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일단 서비스가 잘되고 회사가 잘되어야지 일을 잘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서비스를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리서치하고 제안하고 일을 찾아서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기획을 좀 많이 참여했던 것 같은데 이것도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능을 좀 덜어내더라도 출시 일정을 픽스하고 일단 출시하기, 회원가입 프로세스 개선해 보기, 서비스의 목표와 퍼소나 정리하기, 유저 인터뷰 및 유저 테스트 하기 등을 했습니다

이게 정답은 아니지만 저처럼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기획자의 말대로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 상황에 우리 서비스에 정말 필요한 일을 찾고 그 일을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에요! 그 상황에서 왜 이 일을 했는지도 중요한 내용이니까요. (물론 포폴을 기준으로 생각하는게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모르겠는 1인 신입 디자이너에겐 그래도 도움이 될수 있다고 생각하여 소개해보았습니다.)


회사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저는 작은 일부터 조금씩 논리적으로 제안하려 노력하며 대표님을 설득해 나갔어요. 기획자인 대표님을 설득하기 위해 그쯤 스터디를 시작했고 리서치도 열심히 준비해서 갔어요. 회사의 분위기나 대표님에 따라서 제안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다르겠지만 작은 일부터 조금씩 신뢰를 쌓아나가 보세요 :) 그리고 혹시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런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일 일거예요!



이게 맞아?

일단 다들 하는 거야


저는 실무 경험도 전혀 없던 신입이었는데 스타트업의 1인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니 열심히 일은 했지만 "이게 맞아?"라는 말을 정말 입에 달고 살았어요. 물어볼 동료도 없으니 답답함이 심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디자인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행사에서 처음으로 시니어 디자이너 분들을 만나게 되어 조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일을 할 때 항상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때 자리에 있던 분들이 "그건 1년 차라서 하는 고민이에요"라고 하면서 1~2년 차는 내가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나에 대한 고민을 갖고 프로젝트의 결과가 실패하는 것에 두려움이 큰 것 같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2~3년 차는 내가 이 길이 맞나?라는 의문을 갖고 3~5년 차는 내가 이 월급으로 버틸 수 있나?라는 의문을 갖는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누구나 하는 고민이니 너무 하나하나 의문을 가지지 말라고. 그냥 다들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거고 그 과정이 어찌 되었건 최선을 다하는 거고 배우는 게 있을 거라고. 그걸로 다음을 가면 되는 거라고.


저는 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그저 내가 1년 차라서 하는 고민이라는 것이 큰 위로라면 위로가 되었어요. 내가 작은 스타트업을 다녀서, 우리 회사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서, 사수가 없어서, 내 실력이 부족해서 등등 내 상황 때문에 나만 느끼는 고민이라고 생각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포폴을 만들면서 개인프로젝트에서 비전, 미션, 벨류, 퍼소나, 저니맵 등을 만들어 서비스를 만들던 경험과 실무는 아주 달랐거든요. 생각보다 목표가 뚜렷한 화사가 많지 않고 생각보다 비논리적으로 굴러가는 일도 많고 누군가의 입김에 의해 결정되는 일들도 많대요. 이게 맞나? 하는 상황이 닥쳐도 항상 그 상황 속에서 내 마음속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대로 디자인을 하며 최선을 다해보아요! 실패한다면 레슨런을 바탕으로 다음에 더 잘하면 되죠!



당장 이직하고 싶은데 해도 되나?

홈런을 칠 때까지 기다리기


회사를 다닌 지 8개월 정도 지났을 때 리서치, 기획, UXUI디자인, 마케팅 디자인, QA까지 디자이너로서 혼자 다 한다는 게 부담되고 스트레스가 커졌어요. IT직군들이 이직을 짧게 하는 사람도 많은 편이지만 저는 1년도 안 돼서 이직을 하는 게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리고 내가 이직할 준비가 되었는지도 의문이 들었어요.

그러다 링크드인에서 어떤 분이 올리신 글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 캡처했던 이미지를 넣고 싶었는데... 나중에 찾으면 넣겠습니다.)


야구에 비유해서 홈런을 칠 때까지 기다리라는 내용이었어요.

야구선수가 팀을 옮길 때 성과를 바탕으로 몸값을 올리는데, 지금 팀에서 열심히 훈련을 하며 능력치를 쌓아가다가 조금만 더 하면 홈런을 칠 수 있는데 홈런을 치기 전에 팀을 옮겨버리면 다시 새로운 팀에서 적응하고 훈련하며 다시 홈런을 칠 때가 될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쉬운 선택이라는 얘기였어요.

결국 이직을 할 때 성과를 낼 때까지 좀 더 기다렸다가 성과를 만들고 이직하라는 얘기였어요.


저는 그 글을 읽고 내가 홈런을 쳤나?라고 생각해 봤을 때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때 예정된 프로젝트 1개가 있었는데 그 프로젝트를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서 회사를 좀 더 다니면서 성과를 만들어보자는 결론을 내렸어요.

물론 지금 회사에서 홈런을 칠 기회가 있을까?를 판단하는 일도 굉장히 중요한 일 같아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해도 야구경기가 열리지 않는다면 홈런이라는 성과를 만들 수 없으니까요. 내가 아직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면 회사의 상황이나 방향성, 일의 진행 방식 등을 여러모로 고려해 봤을 때 앞으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직 기대되는 바가 남아있다면 저는 더 다녀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들어줘?

나에게 그러한 권한이 있나? 파이와 신뢰를 높여나가기


제가 생각하기엔 제 말이 맞는데 비논리적인 동료들의 주장에 지면 답답하고 화가 날 때도 있었어요. 이런 상황과 관련된 글도 링크드인에서 발견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었는데요.


회사에서 나에게 그런 일을 할 권한을 준 적인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글이었습니다.

신입들, 주니어들이 나에게 너무 간단한 일만 시킨다고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실무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아직 그들에게 그 이상의 일을 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일은 아이콘을 시각적으로 균일하게 맞추는 일인데 서비스 전체 디자인 콘셉트를 변경하겠다고 하면 마찰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아직 그런 일을 할 권한도 신뢰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글에서는 일단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면서 동료들에게 신뢰를 쌓아가라고 했어요. 동료들과 신뢰를 쌓아 나의 파이를 넓혀가라고, 신뢰가 쌓이고 파이가 넓어지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설득할 때 동료들이 함께 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요.


동료들과 신뢰를 쌓고 파이를 넓혀가라는 말이 저에게 굉장히 인상 깊었어서 그 후 마음 깊이 세기고 실천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회사에서 디자인 리뷰를 진행할 때 UX적인 이유를 함께 설명하고 논리적인 근거와 함께 진행했더니 ux전문가는 기획자보다 디자이너가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얘기도 듣게되었고 신뢰가 쌓여가고 있음을 느꼈어요. 또 개발자가 개발 과정은 힘들었지만 완성하고 나니 실제로 UX가 더 좋아진 것 같다고 느낀 후로는 귀찮은 작업들을 요청할 때도 거부감을 표현하는 일이 줄어들었어요.


어쩌면 정신승리일 수도 있지만 논리적으로 잘 전달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도무지 설득이 안 되는 제안이 있다면 회사가 나에게 이걸 결정할 권한을 주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최선을 다하며 신뢰를 쌓아가 봐요.






저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스터디, 아티클, 사이드프로젝트, 디자이너 커뮤니티 활동 등을 활용했었는데요 그중 가장 단기간에 도움이 되었던 것은 "디자이너 커뮤니티 활동"이었어요. 정말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디자이너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듣고 참고할 수 있었어요. 관련된 좋은 글들도 많겠지만 정보의 바다에서 저에게 딱 필요한 글을 찾아내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에 바로 질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아티클이나 활동들도 차차 공유해보겠습니다. 


이 업계의 제가 가장 사랑하는 문화는 "함께 성장하길 바라며 경험을 기꺼이 나누는 자세"에요. 무엇보다 서로에게 정말 큰 자산이 되어주는 것 같아 감사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2024년에는 나도 더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기를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