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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May 03. 2022

튈르리 정원과 오리

나의 일기




튈르리 정원은 진짜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공원에 누워 오리를 바라보는 풍경이 어찌나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할머니께서 헤드셋을 끼고 가만히 오리를 바라보는 것이 좋아서 나도 가만히 할머니 옆에 누워 오리를 바라 보았다. 열심히 수영하는 오리들. 정원에 있는 오리들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들어. 오리들은 행복할까?


한없이 평화로이 유영하는 것 같아서 그게 부러워. 가만히 낮잠 자는 오리, 목욕하는 오리, 뛰어다니는 오리, 수영하는 오리.



계속 한 없이 오리만 구경하고 싶었다. 평화로운 오리를 바라보면 정말로 아무런 생각이 안 들어.


그리고 한 없이 상념에 잠긴 사람들을 보는 일도. 다들 마치 짠 것처럼 멍하니 호수만 바라보는 게 참 좋다.


템플스테이를 가서 휴대폰을 뺏긴 채로 다같이 바다를   그런 마음이었어.여기서는 절에 들어가지 않아도 그런 평화로운 감정을 느낄  있다.다들 분수 앞에 앉아 말이 없다.



한없이 그곳에 앉아있었다


한없이, 한없이

모든 시선은 호수에 내비치는 반짝이는 빛줄기에 머무른채로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잊혀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도시에서는 다들 나를 모른다.


이방인인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는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투명 망토를 쓴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기분이 내킬때는 망토를 벗고 봉주르 마담- 봉주르 뫼시유- 인사를 하고 다니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다시 그러고 싶지 않을 때는 유유히 걸어다니며 도시의 그림자로 스며든다.



관찰자로서의 나.

투명인간으로서의 .



정원을 바라보며 모네를 떠올렸다 

하루종일 수련을 보고 앉아 그림을 그렸을 그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나는 그림도 그리지도  않는데 (사실 못 그려서 안 그린다)  하염없이 정원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거든


대신 내게는 시를   있는 자그만 재주는 있다

  편을 썼다 여기서는 멈췄던 시가 자꾸만 써진다

다시 시를 쓸까봐 


서울에서는 아무것도 써지지가 않는데

여기서는 잘그락 거리는 예쁜 말들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치열하게 백일장을 준비하고 시를 썼던 때가 생각이 났다.

이런 풍경을 많이 보았다면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을텐데.


이런 장면을 보면 정말로 인상파 화가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붓을 들지 않을 수가 없었겠다.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손을 움직여 오래도록 간직했겠다는 마음.


 곳은 정말 아름답다.



정갈하게 조경이 된 가든
루브르와 잔디 광장 옆 동상들
작게 보이는 에펠과 동상
런닝하는 사람들
예쁜 풍경
개 산책 시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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