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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May 03. 2022

파리는 젊음을 잠궈두는 도시

 작가가 파리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깊은 공감을 했다. 파리에서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했던 작가는 유학 생활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파리는 젊음을 잠궈두는 상자같은 도시예요. 20대를 파리에서 보낸 사람이 40대에 다시 이곳을 와도, 이 곳은 여전히 그대로거든요. 기억이 멈춘 것처럼 머물러있는 도시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이 곳을 오면 다시 그때의 젊고 치열했던 나를 회상할 수 있고, 다시 나태하고 시들어갔던 지금의 나에게 다시 살아갈 동력을 주는거죠. 언제 어떻게 시간이 흘러도 머물러 있는 도시니까요.”



아주 잠깐을 머문 사람이라도, 오랫동안 머문 사람이라도. 분명 이 곳은 이상하리만치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는 도시다.  시간이 흘러 흘러 많이 변한 모습의 내가 돌아와도 에펠탑이, 거리의 풍경이, 테라스가 가득한 카페들이, 센느강이. 많은 것이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런 도시가 전 세계에서 하나쯤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이 변하는 와중에도 천천히 흐르는 도시. 누군가에게는 환상으로 남아 살면서 언젠가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주는 도시. 꿉꿉한 현실을 버텨내면서 동력이 되어주는 것은 이런 환상이기도 하니까. 뉴욕은 자본의 도시, 베를린은 자유의 도시, 런던은 클래식의 도시이듯 수많은 도시들이 역할을 가지고 있다면  파리는 그 속에서 환상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생각을 했다. 환상과 낭만의 도시. 꿈과 로맨스의 도시.





짧은 파리에서의 생활 속에 마냥 행복한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해 서러웠던 날도 있었고, 소매치기를 조심하느라 길거리를 걷는 것이 하루도 편하지 않았고, 도시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불편함도 감수해야하는 것이기에 불편했던 요소들도 있었다. 그때의 걱정들이, 그리고 미래를 걱정했던 치열한 고민들이. 나중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릴 것을 안다. 항상 고민과 걱정은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나지 않는 법이니까.



파리는 그 고민마저도 상자처럼 꼭꼭 담아 거리를 걸을 때마다 기억이 나게 할 것 같다. 내가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 이런 고민을 했었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만큼은 파리가 지금의 모습처럼 잘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언제든 내 청춘을 회상할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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