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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May 03. 2022

손을 꼭 잡은 우정과 묘지 탐방

문득 이대로 누워있다가는 햇빛이 스며드는 오랑주리를 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차리고 나왔다.



오랑주리를 향하는 길을 걷던 중  어제 함께 룩상부르를 갔던 J의 말이 떠올랐다. 비오는 룩상부르에서 그의 말.


여름의 파리가 더 아름다워. 여름에 올거지? 여름에 오면 정말로 하루종일 여기에만 갇혀서 나오지 못하지도 몰라. 그정도로 너무 아름답거든. 모든 풍경이.



나는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나도 내가 여름에 다시 왔으면 좋겠는데.나는 겨울의 튈르히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오래도록 머무는데.. 여름은 정말 한국을 가기 싫어질 것 같아.


미술관을 가는 길에 두 할머니가 손을 꼭 잡고 미술관을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예쁘게 코트를 차려 입은 그녀들은 내 카메라를 향해 여유있게 미소를 지으며 미술관으로 향했다.그들을 보고 나의 미래가 저렇게 근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 곁을 함께 해줄 소중한 사람과 미술관을 산책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나는 그것이야 말로 정말 행복한 삶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런 삶을 원해! 이런 미래를 원한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주 자그맣다는 말에 아무런 기대를 안 했는데!호크니 전시부터 모네의 수련, 그리고 아래층 인상파 작가들의 그림들까지 너무 좋았어. 피카소의 그림부터 앙리 마티스, 르누아르, 폴 세잔의 그림까지. 더 많지만 우선 이 작가들 그림 중에서도 내가 좋아했던 그림들이 많아서 정말 행복했다. 오랑주리는 오르세나 루브르처럼 대놓고 크고 클래식한 공간은 아니지만. 그 자그마한 공간 속 오히려 더욱 애정이 가고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작고 아기자기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아기자기 하게 걸려있다. 호크니의 노르망디에서의 1년도 너어무 좋았지.



좋았던 작품들



몽파르나스 묘지를 걸었다. 생각보다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해. 구석진 곳에 있고, 그곳을 가는 길에 미친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서 수도 없이 가방을 감싸야 했다.




그리고 가서도 문제였던 건 내가 찾고 싶은 묘지들을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너무너무 크고, 그래서 너무 많은 무덤이 있고, 그나마 꽃이 가장 많은 곳을 들여다보면 유명한 사람인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내가 꼬옥 찾고 싶던 사람들은 찾을 수가 없어서  슬펐다. 눈물나게 슬펐어.. 지도를 아무리 뒤지고 인터넷을 뒤져도 그 사람들 묘지의 위치를 알 수 있어야지 원.. 아녜스 바르다와 수잔 손택, 에릭 로메르, 조르주 상디의 것이 너무나 보고팠지만 보지 못헸다. 슬프고 또 슬펐어. 그래도 묘지 자체의 분위기가 좋아서 기분 좋게 산책했다 생각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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