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가와 가즈오/이노쿠마 리쓰코, 김윤경, 라이팅하우스, 2023
나 자신이 치매에 걸리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치매에 걸려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제가 직접 경험한 확실한 사실입니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이어져 있는 같은 존재입니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75쪽
치매에 걸린 후 새삼 깨닫게 된 게 있습니다. 체험에 온도 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오늘 여기에 와 주었다면 그것은 제게 ‘따뜻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마음은 기쁘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마냥 즐겁지요. 그리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와 ‘안녕’하는 인사를 들으면 낙담합니다.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느낍니다. 사람과 만나면 온도가 올라가고 사람과 헤어져 쓸쓸함을 느끼면 내려갑니다. 그렇기에 따뜻한 체험과 따듯한 인연을 가능한 한 많이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206쪽